[남북 외무장관 첫회담]"국제회의때 정례모임 갖자"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33분


26일 열린 사상 첫 남북한 외무장관회담에서 양측이 ‘대외관계와 국제무대에서도 상호 협조해 나간다’는 공동발표문을 이끌어낸 것은 예상밖의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과 북한의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의 이날 회담은 사전에 구체적인 의제를 정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 장관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의 의의를 외무장관으로서 어떻게 소화하고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했다”고 말했다.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한 제반 조치가 한반도 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장관급회담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면 이날 회담은 국제무대에서의 실현 방안을 논의한 셈.

두 장관은 이같은 맥락에서 “남북한이 남북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확인하고 그 이행을 위한 제반 조치들이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고 공동선언문에서 밝혔다. 즉 ‘남북한 공동선언’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양측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실천적 합의’임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라는 국제정치 무대를 통해 전세계에 천명한 것. 양측은 해외공관 등을 이용한 상시 외교채널을 구축해 나가고 이를 토대로 국제무대에서의 구체적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회담도 양국의 태국 대사관 등을 통해 협의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이날 유엔 등 국제기구나 ARF같은 국제회의에서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남북한 외교의 국제적 협력에 강한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은 특히 ‘북한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돕겠다’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최근 국제적 논란이 된 ‘북한의 미사일개발 조건부 포기설’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장관은 북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며 ‘포기설’의 진의를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백외무상은 “우리의 미사일 개발은 평화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만을 밝혔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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