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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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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고,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 다시 금융위기를 맞은 멕시코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민주당이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4·13’ 총선 후 국내경제가 현대투신 문제를 비롯해 무역흑자 감소, 주식시장 불안 등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으나 민주당은 거의 손놓고 정부쪽만 바라보는 엉거주춤한 자세였던 게 사실. 그러나 3일 열린 지도위원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경제문제에 대한 당의 미온적인 대처를 지적하고 나서자 당 지도부도 이를 수용해 국회 재정경제위 소집과 공청회 개최를 검토하는 한편 당정 협의를 강화키로 결정.
○…김근태(金槿泰)지도위원은 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현재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실물경제도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제2의 IMF사태를 맞았던 멕시코와 브라질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 그는 이어 “우선 당이 경제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당내에 경제특위를 신설하거나 정책위를 활용해 경제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차원에서도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
기업인 출신인 장영신(張英信)지도위원도 “현대투신문제와 주식시장 붕괴조짐 등으로 10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국민이 알아야 할 경제상황에 대해선 정부가 알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가세.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경제현안에 대해 당정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과 자성론이 터져나오는 양상. 서울의 한 중진의원은 “여권 전체가 16대 원구성과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매달리면서 경제현안에 대한 당정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각종 경제현안의 해결책이 공론화 과정 없이 주먹구구식, 또는 땜질식으로 처방돼 ‘큰숲’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