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정권 창출론' 파장]민국 勢불리기 여의치않자 극약처방

  • 입력 2000년 3월 5일 23시 21분


DJ와 JP의 지역감정 책임론 공방으로 도화선에 불이 붙은 ‘지역감정 폭탄’이 5일 민국당 김윤환(金潤煥)창당준비부위원장 등의 ‘영남정권 창출론’으로 폭발했다.

‘영남정권 창출론’은 민국당에서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서기는 했으나 이미 정치권에 내재된 화두였기 때문에 예상됐던 일인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 내에선 벌써 ‘총선 후 영남후보 옹립론’이 나오던 터였다. DJ 정권 출범으로 영남지역의 불만이 커진 만큼 영남 출신 대선후보를 내세우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게 영남후보론자들의 논리다.

문제의 ‘영남후보’로는 강재섭(姜在涉)의원 등이 거명되기도 했던 게 사실. 이런 논리가 당내 비주류들 사이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만큼 한나라당 비주류가 중심이 된 민국당에서 영남정권 창출론이 나온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초 총선 이후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영남정권 창출론’이 총선 전에 앞당겨 나온 것은 민국당측의 초조감 때문인 듯하다.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의원과 손태인(孫泰仁)부산 해운대-기장갑 공천자 영입 실패 이후 세 불리기가 지지부진하자 뭔가 ‘극약처방’이 필요했다는 게 민국당 주변의 얘기.

배경이야 어떻든 ‘영남정권 창출론’은 총선 분위기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치리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우선 한나라당과 민국당 사이에는 ‘영남민심 잡기’를 노린 지역감정 촉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주장이 성립되려면 뛰어넘어야 할 현실적 장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TK(대구 경북)와 PK(부산 경남)지역의 이질성이다. 김윤환부위원장이 이날 대구에서 “YS에 대한 피해의식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건은 여론의 반향이다. 그동안 숱한 지역감정논란 속에서도 이같은 접근방식만은 ‘금기시(禁忌視)’돼왔다. 이는 오로지 지역감정에 의지해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주장이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반역사적, 퇴행적, ‘막가파식’ 발상이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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