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25일 방북]「北으로 넘어간 공」어떻게 될까?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8분


25일부터 시작되는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일정을 앞두고 그가 제시할 대북 권고안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페리 조정관이 포괄적 접근방안에 기초한 한미일 3국의 대북 권고안을 북한측에 제시하는 순간 공은 북한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페리 조정관의 방북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22일 북한 중앙통신이 페리 조정관의 방북사실을 처음 보도했고 14일 찰스 카트먼 미 한반도평화회담특사가 방북했을 때 북한측이 대북 권고안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얘기가 나도는 정도가 전부다.

대북 권고안에 대해 북한측이 보일 반응은 크게 세갈래로 유추된다. 첫째는 북한이 권고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향후 협상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다. 이는 한미일 3국이 모두 바라는 반응이자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 3국과 북한은 권고안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빠른 시일 내에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게 된다. 한국정부와 일본은 북한의 경제재건방안 등을,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식량지원 등을 검토하고 북한측도 핵과 미사일 개발중단에 따른 요구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측이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향후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한반도는 긴장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3국이 곧바로 북한에 대한 ‘채찍’을 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동안 ‘햇볕’을 준비해온 한미 양국 정부의 입지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세번째는 북한측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채 협상에 임하면서 ‘탐색전’을 벌이는 것. 이 때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보다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한 정부당국자는 “페리 조정관이 들고 갈 권고안에는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제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도 자신들의 운명과 직결된 권고안의 수용여부를 단시간 내에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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