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자유투표 수용배경]與『식물국회』비난에 급선회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29분


여권이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수용한 것은 무엇보다 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의 지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권은 그동안 개혁추진과 개헌 등 장기적인 정치일정을 고려해 국회의장을 반드시 차지한다는 목표 아래 두달 가까이 한나라당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자 국정운영의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할 입장에서 더 이상의 원구성 지연을 감수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개혁관련법안의 발목을 여권 스스로가 잡고 있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감안했을 법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권이 국회의장을 야당에 양보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권은 한나라당이 의장후보의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적지 않은 후유증과 반란표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 겸 기대를 하고 있다.

잘하면 모양좋게 국회의장을 차지할 수 있고 아무리 밑지더라도 한나라당의 전열을 흔들어 ‘8·31’전당대회후 의원탈당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권핵심부는 이같은 셈법에 따라 10여일전부터 이미 자유투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그러다 이를 18일 전격발표한 데에는 ‘7·21’재보선에서의 득표율제고를 의식한 측면도 많아 보인다.

자유투표를 수용한 여권의 또 다른 노림수는 국무총리인준과의‘빅딜’이다. 여권은 금명간 이뤄질 원구성협상에서 자유투표수용의 ‘대가’로 총리인준을 위한 재투표를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자유투표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총리인준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두 사안은 별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빅딜이 단숨에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

또 상임위원장 배분을 위한 협상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간의 줄다리기는 물론 ‘노른자위’를 선점하기 위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신경전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회의장후보 인선문제는 여야 모두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여권은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후보내정자에 대한 자민련내의 반발을 무마해야 이탈표를 막을 수 있다.

한나라당도 자유투표에 앞서 후보단일화가 선결과제이나 계파간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자유투표수용으로 물꼬를 튼 이상 여야간 협상이 급류를 타 이달말까지는 원구성이 완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유투표가 실시될 경우 의정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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