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후반기 院구성 대립…「議政공백」 불가피

  • 입력 1998년 5월 22일 19시 20분


15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 임기만료 시한이 29일로 다가왔으나 후반기 원구성 시기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 국회 공백상태가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은 22일 의장단 선출을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단독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6·4지방선거가 끝난뒤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대행은 “한나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려 한다”며 “이번 임시국회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31일인 국회 개원 50주년 행사도 29일로 앞당겨졌다. 이 행사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윤관 대법원장 김용준(金容俊)헌법재판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인데 29일을 넘기면 의장단 부재상태로 대통령을 영접할 ‘주인’이 없어지기 때문.

여당은 한때 최다선 연장자인 자민련 박준규(朴浚圭)의원을 국회의장직무대행으로 해 기념식을 치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의장직무대행을 지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이 방안을 포기했다.

결국 현의장단의 임기가 끝나는 29일로 개원기념식을 앞당겨 김수한(金守漢)의장이 김대통령을 영접토록 했다.

문제는 개원기념식은 이렇게 넘긴다 해도 국회 공백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국회법에는 법률안 등 의안을 의장에게 접수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입법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 여권이 국정공백을 이유로 총리서리체제를 강행한 것과는 달리 국회 공백을 방치하려는 것은 입법부 경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국회법 15조에는 ‘후반기 의장 부의장 선거는 임기만료일(5월29일)전 5일에 실시한다’고 원구성 시기가 분명히 규정돼 있다. 따라서 원구성을 지연시키는 것은 입법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모순을 낳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원구성을 미루는 이유는 과반수가 넘는 한나라당을 의식한 때문이다. 의장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의장을 차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을 통해 여소야대 구도를 무너뜨린 뒤 여당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겠다는게 여당의 속셈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신 한나라당의 반발을 의식, 의장은 당적을 갖지 않도록 해 중립성을 높이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이 국회법을 어기면서 원구성을 연기하려는 것은 지방선거 후 야당파괴를 좀더 진행시킨 뒤 원내를 장악하려는 저의에 따른 것”이라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원구성문제도 지방선거 정국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차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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