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표심점검/대전·충청]각당 판세 종합

  • 입력 1997년 12월 7일 20시 47분


『글씨유, 아직 몰러유, 까봐야 알지유』 여간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 탓인가. 충청권 표심(票心)의 향배는 대선을 불과 10여일 남겨놓고도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어느 당, 어느 후보의 유세장에 가봐도 좀체로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선거운동기간 돌입 직전인 지난달 말의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대체로 4대3대3의 팽팽한 세갈래 접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가 2위 다툼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동아일보 여론조사는 김후보가 34.5%, 두 이후보가 각각 24%였다. 거슬러 올라가 10월말 이후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변화는 한때 급상승세를 탔던 이인제후보의 지지세가 지난달 말을 고비로 이회창후보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은 세 후보가 저마다 충청도에 연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산에 선영이 있는 이회창후보, 논산에서 태어난 이인제후보, 그리고 김후보 역시 충청권을 「텃밭」으로 하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표심읽기가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이 지역을 꼽는다. 막판에 가야 결심을 하는 지역적 특성도 있지만 수도권에서처럼 이곳도 전국적인 지지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JP의 집중유세에 힘입어 김후보의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3당의 예측도 대체로 일치한다. 특히 한나라당측은 『저변의 JP세가 서서히 DJ지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JP와 자민련 지지표의 향배. 95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자민련은 45∼50%의 득표율을 보였다. 김대중후보가 이 표를 모두 끌어들일 수는 없겠지만 이곳에도 호남출신자가 적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흡인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반론도 없지 않다. JP가 직접 출마한 13대 대선에서 JP는 충청권에서 34%, JP가 김영삼(金泳三·YS)후보를 민 14대에서 YS는 36%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에도 JP가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후보를 미는 상황에서 「JP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충청권의 표심은 『아직 몰러유』로 대표되는 부동층(浮動層) 유권자들이 속마음을 드러낼 때, 즉 투표일 며칠전에야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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