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일을 열흘 앞두고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신당 등 주요 3당 후보 진영은 막판 승기(勝機)를 잡기 위한 대책과 「히든카드」 마련을 위해 총력을 모으는 모습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영남권표 결집과 또다른 「북풍(北風)카드」에, 국민회의는 국가부도사태 책임론 확산에, 국민신당은 영남에서의 우위확보와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 아들들의 병역면제 의혹 쟁점화에 승부를 걸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일의 TV토론회 이후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하락세를 보이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의 지지율이 20%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걱정거리다.
조순(趙淳)총재와 이한동(李漢東)대표 등 당직자들이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선거전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가 『부재자표의 열세까지 감안하면 필패』라고 진단할 정도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우선 부산 경남 등 접전지역과 대전 충남권 등 열세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바람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보가 8일부터 부산 경남 경북 대전 충청권을 도는 4박5일간의 순회유세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한나라당은 또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와의 양자대결구도 굳히기에 전력 투구,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인제후보를 찍으면 김대중후보가 당선한다』는 구전홍보논리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김후보의 세를 꺾기 위한 막판 「북풍카드」도 준비중이다.
○…국민회의는 IMF구제금융요청 이후 김대중후보가 그동안의 정체상태에서 벗어나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고 진단한다.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선전(善戰)이 낳은 결과라는 게 국민회의측 분석이다.
국민회의는 따라서 경제파탄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화이트 칼라를 집중공략대상으로 잡고 「파랑새 캠프」 등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충청지역에서는 김종필(金鍾泌)선대위의장이 발벗고 나선 이후 김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수도권에서 이회창후보를 10% 이상 따돌릴 경우 승리를 굳힐 수 있다고 국민회의측은 계산한다.
이에 따라 타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폭로전은 가급적 자제한다는 전략이다. 경제파탄으로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악수(惡手)」로 작용할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민회의측은 경제파탄의 책임론을 선거일까지 부각함으로써 이회창후보를 계속 몰아가면서 「경제대통령」 「준비된 대통령론」을 적극 홍보, 김후보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신당은 앞으로 남은 10일간도 버스투어를 통한 바닥표훑기로 대민접촉을 계속한다는 전략이다. 후보가 지방을 돌며 민생현장을 누비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친화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번 주 투어코스는 「부산→대구→강원→충북→강원」이다. 1차 TV토론 후 1위를 탈환한 것으로 파악하는 부산 표밭은 「다지기」를 위해 다시 방문한다. 부산에서의 우세 분위기를 열세지역인 대구로 이입(移入)해 영남권 결집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국민신당은 또 30%선까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는 부동층의 흡수에 전력투구 중이다. 국가부도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정부와 이회창후보에게 돌리면서 국민적 심판을 요구하고 이인제후보를 위기극복의 대안으로 제시한다는 게 국민신당측 부동층 대책의 핵심이다.
국민신당은 한나라당이 최근 제기한 이인제후보의 입영기피 의혹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네거티브 캠페인 소재인 병역문제를 한나라당이 거론함으로써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나 이회창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이 지속적으로 쟁점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윤영찬·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