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만 기자] 21일 사망한 북한인민무력부장 崔光(최광)장의위원 85명의 명단에는 북한 권력재편의 단서가 많다.
우선 지난 95년2월 사망한 吳振宇(오진우)인민무력부장 장의위원 명단의 30위 이내 인물중 한국망명을 신청한 黃長燁(황장엽)비서를 빼고도 8명이 빠졌다. 이미 해임된 것으로 보이는 姜成山(강성산)총리를 비롯, △徐允錫(서윤석)당정치국원 △崔英林(최영림)부총리 겸 금속공업부장 △延亨默(연형묵)자강도당책 △李善實(이선실)당정치국후보위원 △金炳植(김병식)부주석 △徐寬熙(서관희)당농업담담비서 △金渙(김환)부총리 겸 화학공업부장이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병약한 강성산 이선실과 지방으로 내려간 연형묵 말고도 최근까지 별탈 없이 일해왔던 서윤석 김병식 서관희 김환 등이 한꺼번에 빠진 것은 주목된다. 게다가 오진우장례식때 30위 밖의 인물 가운데서도 金福信(김복신) 金潤赫(김윤혁) 張澈(장철)부총리 등 여러 주요인사들이 이번에 빠졌다.
金日成(김일성)추모대회 등의 북한주석단 서열은 참석자를 순위별로 호명하는 것이어서 와병 등으로 빠지면 명단에서 안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의위원 명단은 의례적인 것이기 때문에 권력서열에 들어있다면 넣어주는 것이 상례다.
이 점에서 최광 장의위원 명단에서 특히 노장층과 경제관료가 대거 빠진 것은 이런 방향의 권력재편 또는 권력투쟁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이번 명단에서 金正日(김정일)측근인 군부실세 趙明祿(조명록)군총정치국장 金英春(김영춘)군총참모장 金光鎭(김광진)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의 서열이 각각 7, 8, 24위로 급상승한 것도 권력재편과 관련,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광의 후임 인민무력부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인민무력부장이 상징적 자리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후임향배는 큰 의미를 갖는다.
첫째, 혁명1세대를 후임에 기용한다면 김정일을 제외하고 유일한 생존원수인 李乙雪(이을설·77)당중앙군사위원이 유력하다. 이는 인민무력부장의 상징성을 감안한 인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95년 최광부장 취임때 신설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광진(차수·70)이 후임을 맡는다면 노장청(老壯靑)의 조화를 통한 충성유도에 무게를 둔 인사로 풀이될 수 있다.
셋째, 혁명2세대인 김영춘(차수·65)군총참모장이나 조명록(차수·67)군총정치국장으로 후임이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는 군지도부의 과감한 세대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누가 후임이 되든 북한군부는 「당의 군대」라는 기본영역을 지키되 발언권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빨치산세대와 다른 「교육받은 세대」가 군부 실권을 쥐는만큼 대남전략 등에 있어서는 종전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