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여느 때와 다름없던 평온한 바다가 갑자기 파닥거렸다. 끓어오르는 듯한 일렁거림이 빠르게 밀려왔다. 사람들은 뛰기 시작했다. 집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급하게 어선의 시동을 걸어 바다로 나가기도 했다. 용암처럼 부글거리며 다가오는 물결은 마침내 선창 끝에 서 있는 나를 에워싸는 듯했다. 바다를 가득 메운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튀어 오르며 내는 소리에 넋을 잃은 채 바라봤다. 어른들은 낚싯대를 들고 나타났다. 미끼도 없는 낚싯바늘을 던졌다가 끌어올리면 여지없이 물고기가 걸렸다. 바다로 향했던 어선은 그물로 숭어를 잡기 시작했다. 온 마을과 바다가 떠들썩하더니 일순간 숭어는 사라지고 잔잔한 바다로 돌아왔다.
경남 남해군 창선도에서 예닐곱 살 때 겪은 신기한 경험 때문인지 숭어에 대한 애정이 유달리 깊다. 제철에 먹는 숭어와 가숭어회는 어떤 생선회에도 뒤지지 않으므로 맛있는 시기와 두 어종의 구별법 등을 지인들에게 자주 설명하곤 한다. 물고기를 주제로 강의할 때도 빼놓지 않고 언급할 정도로 숭어와 가숭어 전도사를 자처한다.
어느 날 친구와 가숭어회를 먹을 때 습관적으로 숭어와 가숭어에 대해 설명했다. 물고기에 대해 잘 아는 친구는 ‘홍길동’의 작가 허균이 한강과 평양에서 잡은 숭어가 맛있다고 한 것이 숭어인지 가숭어인지를 물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숭어라고 대답했다. 두 어종은 서식지와 습성이 달라 쉽게 대답해 줄 수 있었다.
숭어는 민물에 적응을 잘해 하천을 거슬러 오르는 습성이 있다. 친구의 질문에 곧장 답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균이 귀양살이 중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떠올리며 쓴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1611년)에는 숭어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그는 “서해에는 어느 곳이나 있지만 한강의 것이 가장 좋다. 나주에서 잡은 것이 매우 크고 평양에서 잡아서 얼린 것이 맛있다”고 적었다. 대동강에서 잡은 숭어로 만든 ‘숭엇국’은 냉면, 온반, 녹두지짐과 함께 평양 4대 요리에 꼽히는데, 예전에도 유명했던 모양이다.
요즘 사람들이 숭어와 가숭어를 맛없는 생선으로 여기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두 어종은 생김새, 서식지, 산란기, 맛이 다르다. 그런데 숭어, 가숭어, 참숭어, 개숭어, 보리숭어 등 이름이 지역마다 제각각이라 혼란이 있다. 가숭어를 참숭어라 부르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개숭어라고 하는 지역도 있다. 숭어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참’은 저기서 ‘개’가 붙기도 하고, 반대로 여기서 ‘개’가 저기서 ‘참’이 되기도 한다. 각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에 현혹되면 구별하기 어렵다. 지칭하는 대상이 모호하니 제철에 대한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꼬리 형태, 표피 문양 등으로 구별할 수 있지만, 눈동자 테두리가 노란색이면 ‘가숭어’, 흰색이면 ‘숭어’로 식별하는 게 편하다.
회 맛도 다르다. 가숭어는 식감이 사각거려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흙냄새가 나서 꺼리는 이도 많다. 가숭어는 펄을 흡입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봄철에 개펄이 많은 지역에서 잡으면 개흙 냄새가 난다. 요즘은 양식 비중이 높아 예전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자연산 가숭어는 봄철을 피해서 먹으면 된다. 숭어와 가숭어를 구별할 줄 알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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