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정보]‘철밥통보단 공정한 보상’ 31년만의 최저 9급 공무원 경쟁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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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9급 공무원 봉급에 대한 논란이 종종 일어난다. 올해 초 한 9급 초임 공무원이 실수령액 170만 원대인 월급 명세서를 올리면서 올해 월 201만 원의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고 자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팩트 체크의 결론은 수당 상여 명절휴가비 등을 모두 합산하면 월평균으로는 236만 원이어서 최저임금보다는 높다는 것이었다. 최저임금이 5년여간 크게 오른 것에 비해 공무원 월급은 올해 1.7% 등 찔끔 올랐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표출된 것이다.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2.8 대 1.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 가장 정점에 달했던 때가 2011년 93.3 대 1이었다. 올해 5300여 명을 뽑는 데 12만 명이 지원했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인기도가 떨어지는 추세는 분명하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가 2006년 이후 계속 공무원이었으나 2021년엔 대기업에 자리를 내준 것과 같은 흐름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던 명문대생이 9급 공무원에 합격한 것이 화제였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하다.

▷하위직이어도 공무원의 가장 큰 매력은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신분의 안정성이 법으로 보장돼 명예퇴직 등의 위험이 없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자신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더 중시한다. 이것을 월급으로 수치화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가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 기준에서 정년 보장 같은 안정성은 공정한 보상 등에 밀려 5위에 그쳤다. 여기에다 공무원연금이 2016년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바뀐 것도 선호도를 감소시켰다.

▷관공서의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도 공무원에 대한 선호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워라밸과 수평적 관계가 몸에 밴 젊은 공무원들은 과도한 의전, 수직적 의사결정, 불필요한 야근 등을 불합리한 문화 1∼3위로 꼽았다. 쓸모없는 보고서 작성,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윗선의 지시 등을 직접 겪은 젊은 공무원들은 공직에 대한 흥미를 잃고 이직을 고민한다. 5년 차 이하 공무원의 조기 퇴직은 2021년 1만 명을 넘어 2017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취업 시 공무원 쏠림 현상이 줄어든 건 긍정적이다. 수십만 명의 인재가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몇 년씩 공무원 시험을 준비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연간 17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곧 신설될 ‘우주항공청’에는 연봉 10억 원짜리 공무원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보면서 젊은 공무원들은 혁신 사례가 될지 지켜볼 것 같다. 일자리에 대한 시각이 바뀐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려면 공직사회의 성과주의 도입과 파격적 승진, 조직문화의 개선 등 사기 진작책이 필요하다. 공직에 보람을 느끼는 공무원이 나와야 대국민 서비스가 좋아진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9급 공무원#봉급#최저 경쟁률#31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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