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달구는 ‘4연임 제한’ 통합당이 이끄는 정치혁신[광화문에서/길진균]

길진균 정치부 차장 입력 2020-08-14 03:00수정 2020-08-14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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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 정치부 차장
정세균, 정동영, 김효석, 유선호 전 의원의 공통점은?

2012년 19대 총선 때 호남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에서 출마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중진 의원들이다. 기득권 포기, 말이 쉽지 십수 년을 닦아온 지역구를 떠난다는 건 성(城)을 버리고 광야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다. 이들 외에도 전남 여수에서 4선을 하고 20대 총선 때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김성곤 전 의원 등 민주당엔 따뜻한 텃밭을 뒤로하고 험지로 뛰어든 중진 의원이 여럿 있다.

미래통합당은? 당의 텃밭인 영남 지역구를 스스로 던지고 서울에서 출마한 중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울산에서 서울 동작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정몽준 전 의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랬던 통합당이 ‘동일 지역구 4선 연임 제한’에 먼저 시동을 걸었다. 불씨를 댕긴 것은 당 정강정책특위다. 특위는 한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한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등 다른 지역구로 옮겨 출마하거나 불출마를 강제하는 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안과 정강정책에 포함될지 등이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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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한 초선 의원은 “3선이면 12년이다. 한 지역에서 12년 동안 정치를 했는데 시장, 지사 후보로 거론되지도 못한다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 의장 부의장 등을 맡을 다선 의원에 대해선 “정세균 정몽준 전 의원처럼 지역구를 바꾸거나 손학규 전 의원처럼 시도지사를 거쳐 돌아오는 의원들이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더 중요한 것은 계파 정치의 종식”이라고 했다. 그는 “한 지역에서 내리 4, 5선을 하면 자연스럽게 계파 수장이 되고 줄을 세우기 시작한다. 초·재선 의원들은 공천 걱정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그렇게 친박 진박이 만들어졌고, 그러다가 통합당이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했다.

중진들은 “정치 불신의 책임을 왜 전부 돌리느냐”며 언짢은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윤건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의원 4선 연임 제한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12일 발의하는 등 이제 이 이슈는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 선출직 연임 제한은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헌법은 대통령을 단임으로 못 박고 있고, 도지사도 시장도 군수도 모두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독 국회의원은 이 같은 제한 규정이 없다. 미국에서도 1990년 23개 주가 연방의원들의 임기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의 주민투표로 연방의회의 임기를 제한할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이 시도는 좌절됐다. 하지만 주 의원의 경우 30개가 넘는 주가 주 의회 상·하원 의원 임기를 제한하고 있다.

물론 폐해가 있을 수 있다. 새 제도는 언제나 명암을 함께 불러온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계파 정치 종식, 신인 발굴 기회 확대, 지방정치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에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없다. 통합당이 민주당에 앞서 이를 이끌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eon@donga.com

#여의도#4연임 제한#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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