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禁’답게 뜨거웠던 무대…‘글로벌 퍼포머’ 도자 캣 첫 내한 공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4일 16시 10분




“서울! 모두 춤 춰!(Everybody, go dance!)”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

이렇게 추운 날, 이렇게 후끈 달아오르는 무대라니. 도자 캣(Doja Cat)은 역시 도자 캣이었다.

미국 팝스타 도자 캣이 9월 발매한 정규 5집 ‘비(Vie)’를 기념해 가진 첫 내한공연은 눈보라를 뚫고 모여든 1만4000여 명의 한기를 금세 녹여버렸다. 무대 내내 이어진 퍼포먼스는 모두의 체온과 호흡, 집중력을 함께 끌어올렸다.

도자 캣은 올 2월 블랙핑크 리사와 부른 ‘본 어게인(Born Again)’으로 국내 팬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아이콘. 2014년 데뷔해 ‘쥬시(Juicy)’, ‘세이 소(Say So)’가 틱톡 밈으로 확산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첫 내한 공연에서 마주한 도자 캣은 흔한 ‘바이럴 스타’가 아니었다. 래퍼로서 날 서고 사나운 에너지, 필요할 때마다 절묘하게 강약을 오가는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무대라는 도화지에 몸을 마음껏 던지는 퍼포먼스. 훨씬 입체적이면서도 노련한 ‘올 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보통 이런 콘서트는 무대의상을 남녀 뮤지션 할 것 없이 서너벌 정도 갈아입는 게 보통. 하지만 도자 캣은 이번 월드투어에선 모두 한 벌로 나서며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공연에선 실버 장식이 달린 ‘하의 실종’ 검은색 보디수트에 레트로한 베레모, 초록색 가발을 매치했다.


80년대 감성이 짙은 오프닝 곡 ‘카즈(Cards)’를 시작으로 도자 캣의 무대는 풍성하고 활기찼다. 연인과의 낭만적인 순간을 노래한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에선 몽환적인 보컬이 돋보였다. 날카로운 랩이 이어진 ‘겟 인투 잇(Get Into It)’는 야성적인 에너지가 넘쳐났다. “예쁜 게 죄는 아니다”며 자존감을 노래한 ‘고져스(Gorgeous)’를 부른 뒤 활짝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여유도 인상적이었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공연답게 끈적한 무대는 ‘19금’ 수위를 넘나들었다. 딱히 선을 넘은 건 아니건만, 트월킹을 하거나 무대에 누워 노래만 불러도 뭔가 달랐다. 마이크 줄을 몸에 감거나 마이크를 입에 넣는 ‘마이크 먹방’은 특히나 그랬다. 자극적이면서도 랩과 보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습. 몸짓 하나하가 하나의 무대 언어로 오감을 자극했다.

하이라이트는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히트곡 ‘페인트 더 타운 레드(Paint the Town Red)’부터.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떼창을 이끌었고, 세련된 비트의 ‘보스 비치(Boss Bitch)’가 흐흘 땐 공연장이 클럽처럼 출렁였다. 무대에 걸터앉아 ‘스트레인저(Stranger)’를 부르는 순간, 휴대전화 플래시가 물결치는 관객석도 장관이었다. 공전의 히트곡 ‘Say So’를 거쳐 엔딩곡 ‘젤러스 타입(Jealous Type)’까지. 무대에서 넘쳐난 에너지는 관객으로 퍼진 뒤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땡큐, 코리아.(Thank you, Korea)!” 짧은 인사와 함께 장미꽃을 건네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눈 앞에서 마주한 도자 캣은 그저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겉멋 스타가 아니었다. 100분가량 이어진 무대에서 끝까지 관객을 춤추게 만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퍼포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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