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뒷배 자임하는 중국, 다른 욕심내면 비핵화 그르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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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로 가는 특별열차를 타고 24, 25일 중국을 종단했다. 중국 당국은 김 위원장 열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고속철 4개 노선 운행을 중단하는 등 각별히 배려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지원은 북-중 밀착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미 회담에 나서는 미국을 향해 북한 뒤에 중국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의 중국 열차 운행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런민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김정은의 열차 여행은 중국의 개혁 개방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중국이 보장해줄 것이라는 완전한 신뢰를 보여준다”며 “중국이 북-미 간 중요한 가교와 보증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입장이 북-미 회담에서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 정부의 한 싱크탱크는 대북 원유 수출 제재를 해제하고 남북관계 진전의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며 북한의 요구사항을 노골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가 작동한 결과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와 미국 견제 등 여러 요소를 저울질해 왔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급가속으로 북-미 간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자 2017년 가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했고 이것이 북한을 대화국면으로 나서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제 비핵화 성패가 달린 결정적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중국이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며 제재의 구멍을 열어주려 한다면 비핵화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가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쪽으로 방향이 흘러가면 한반도 주변 일본과 대만에서까지 핵 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동북아 핵 개발 조짐과 이로 인한 불안정은 중국이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중국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이웃에 대규모 핵무기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에 기대려는 북한에 경고장을 보내는 한편 중국에는 비핵화 압박 동참을 거듭 촉구한 셈이다. 중국은 동북아 안보지형 전체를 보면서 무엇이 장기적으로 자국 미래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중국#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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