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령사회의 거대한 파도 예고한 ‘육체노동 정년 65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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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어제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9년 12월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5년을 올린 지 30년 만에 이뤄진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 한 세대, 더 나아가 한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며, 고령화가 몰고 올 거대한 파도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동연한 65세 판결이 상징하는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 변화는 규모와 속도에서 이전과는 비교가 안된다. 30년간 기대수명은 71.2세에서 82.8세(지난해)로 늘었다. 통계청 고용통계를 보면 60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5세로 상향되며, 기초연금 대상은 이미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바뀌었다.

고령화 시대의 본격 개막을 고하는 이번 판결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현재 60세인 정년의 상향 조정 문제다. 물론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60세로 올린 게 1989년인데 법정 정년이 60세로 상향된 것은 2017년 1월이었듯, 가동연한 상향이 곧바로 정년 연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년 연장과 노인 연령 상향 등 논의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은 높다.

이번 판결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에도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이런 논의는 결국 연금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65세부터 받고 있는 기초연금부터 지하철 무임승차까지, 199종의 복지제도 수급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하지만 노인 복지 혜택을 늦추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회 갈등을 촉발하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특히 벌써 젊은층 사이에선 이번 판결이 국민연금 수령 시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밖에도 당장 보험사들은 피해자에게 줘야 할 손해배상액이 늘게 된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최소 1.2%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사회가 몰고 올 변화는 하나같이 민감하고 폭발력이 큰 사안들이다.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미칠 장단기 영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세심하고 신중히 대비해야 한다.
#고령사회#노동 가동연한#육체노동 정년 6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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