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종열]장성택 사후 남한 정부가 할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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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열 전 뉴욕대 정치학 교수
유종열 전 뉴욕대 정치학 교수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의 갑작스러운 처형과 빨치산 집안 출신 최룡해의 갑작스러운 2인자 등극 등 예기치 못했던 북한의 변화들에 대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강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각적인 판단으로 북한이 남한에 대한 군사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 각종 겁먹은 예측을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략을 깊이 연구한 사람들에게는 코웃음을 칠 노릇이다. 북한 정권 주도자들이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을 처형할 정도로 내부 정치상황이 심각하다면 그들이 무슨 정신으로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하겠는가. 북한 집권층의 일차적 관심은 현 혁명적 상황에서 도발하는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국내 안정 질서를 되찾는 일일 것이다. 미국의 전략 책임자가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 정치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국민들이나 경쟁자들의 주의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 집권자가 국제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국내 정치적 질서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을 때다. 지금의 북한은 집권층 내부의 혁명 분위기다. 북한이 대남도발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남한이 도발할 것을 겁내서 외치는 단말마 같은 공포의식의 표현이다.

북한 집권층이 이렇게 격렬한 공포의식에 싸여 있다는 것은 북한 내부의 질서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증거다. 북한이 이렇게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 한국 정부가 해야 될 일은 쓸데없는 소란을 떨 것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상황이 김정은의 권력 강화 조치인지 아니면 최룡해의 군사 쿠데타인지를 분별하는 것이다.

만일 북한의 상황이 군사 쿠데타라면 한국은 북한 쿠데타의 주도세력을 옹호할 것인지 아니면 김정은 지지 세력들을 응원하여 권력싸움을 강하게 부추겨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북한의 현 상황을 최대로 활용하여 한반도 통일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상황이 친위 쿠데타라면 한국의 대응책은 달라져야만 한다. 이번에 숙청된 세력은 친중국 세력이니 중국의 반북한 의식을 더욱 부추겨 중국의 친남한 성향을 최대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국에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켜야만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중 관계를 밀착시켜 중국이 북한을 멀리하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세계적 영향력을 펴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보다는 한국의 도움이 더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한국의 안보 담당자들이 미시적인 군사 대응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거시적이고 고차원적인 전략 수립에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국가안보회의를 창설한다면서 군사전술적 문제에만 매달린다면 국가안보회의를 창설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유종열 전 뉴욕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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