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일보의 기획 기사 ‘골든타임의 약탈자들’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현실을 정면으로 보여줬다. 거리의 주취자 문제는 단순한 취객 개인의 일탈을 넘어, 긴급한 구조와 보호가 필요한 시민의 ‘생명의 시간’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냈다. 매년 약 90만 건, 하루 평균 2500건에 달하는 주취자 관련 신고를 마주하는 현장의 경찰관에게 이 문제는 결코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주취자 문제를 전담할 별도의 공공적 대응 체계 없이 사실상 현장 경찰의 헌신에 의존해 왔다. 주취자 보호부터 귀가 조처, 때로는 사고 발생 이후의 책임까지 경찰이 전 과정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경찰관이 주취자 한 명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장시간 묶여 있는 동안 인근의 강력범죄나 긴급 구조 현장에서는 대응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기사에서 지적한 ‘치안 골든타임의 약탈’이다.
주취자는 사고와 범죄에 취약한 보호 대상인 동시에 폭력과 소란, 공무집행 방해를 야기하는 치안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자살 사망자의 4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하고, 공무집행 방해 사범의 다수 역시 주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다. 이처럼 보호와 제재가 동시에 요구되는 대상을 하나의 방식으로만 대응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은 이미 이 문제를 경찰 단독 대응의 틀에서 벗어나 다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기보다, 상황을 신속히 분류해 공공 구호·의료·사법 체계로 연결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단순 주취자는 지방정부나 소방이 주도하는 주취해소센터(Sobering Center)나 보호시설로 연계하고, 의학적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의료체계가 개입한다. 폭력이나 공공질서 침해가 수반될 때는 경찰이 개입해 단호한 법 집행을 한다.
이제 우리도 공공 구호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부산에서 운영 중인 주취해소센터는 자치경찰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 소방, 지방정부가 역할을 분담한 사례다. 지방정부는 시설을 제공하고, 경찰은 안전 관리를, 소방은 의료 지원을 맡는다. 경찰이 주취자를 센터에 인계한 뒤 즉시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이 모델을 통해 지난 3년간 1500명이 넘는 시민이 안전하게 보호받았고 그중 72명은 응급상황을 조기에 발견해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주취해소센터 같은 제도적 정비를 통해 응급실을 진짜 환자에게 돌려주고, 경찰력을 범죄 예방과 긴급 대응에 집중하게 하며, 주취자에게는 보다 전문적이고 안전한 보호를 제공하는 사회 전체의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주취자 보호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주취자 문제는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시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사회 전체의 과제다. 경찰은 그동안 최전선에서 이 문제를 감당해 왔고,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다. 이제는 현장의 노력에만 의존하기보다 보호·치료·제재가 균형을 이루는 대응체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길은 책임을 나누고 구조를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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