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재형]영어로 가르치면 다 세계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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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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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
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
나라의 경쟁력은 두 가지 축으로 지탱된다. 하나는 기업이고, 또 하나는 대학이다. 기업은 부를 창출하고, 투자를 통해 고용을 촉진한다. 대학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창출하고,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공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 기업을 배출할 정도로 일류 반열에 오른 산업계와는 달리 대학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하드웨어가 초라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다. 대학이 내부지향적이고 정치적이며 이기적인 구성원들에게 휘둘리기 때문이다. 세계를 향해 웅지(雄志)를 갖고 뻗어나가기보다는 국내에서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이 이처럼 적절한 곳이 없다. 삼성이나 현대가 내수시장에만 안주했더라면 그들의 현재는 가능했을까?

얼마 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경영대학 학장 회의에 다녀왔다. 중국의 부상은 놀라웠다. 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있겠지만, 그들의 세계를 향한 손짓과 이에 화답하는 세계인의 태도는 부러웠다. 우리나라 대학은 아시아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매우 훌륭한 교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우리처럼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은 교수진을 갖추고 있는 곳은 별로 없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학의 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이 미국의 일류 대학에 척척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구성원을 갖춘 대한민국의 대학을 외국에서는 알아주지 않는다. 알아주지 않아 슬픈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주소가 진짜 그렇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다. 이러다가는 다시금 중국의 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의 대학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대학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가 세계화이다. 이는 하나의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세계 모든 대학에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인(動因)이다. 한국 교수가 한국 학생들을 놓고 영어로 강의를 한다고 국제화가 아니다. 외국의 능력 있는 학자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가르치고 싶은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고, 외국의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와 배울 것이 있어야 한다. 외국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 그리고 우리의 독특한 배울 점이 교육과정에 녹아들어 우리 대학의 교육이 세계 표준에 걸맞으면서도 한국의 독특성을 세계에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하여 우리 학생들도 국제적 감각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당당한 세계인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국제화를 위한 충분조건은 대학 구성원의 의식 변화이다.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내부지향적이 아닌 외부와 경쟁하는, 한정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다툼보다는 파이를 크게 키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우리 대학의 훌륭한 구성원들 마음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

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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