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택수]아프리카에 희망 심는 한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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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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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는 수년 전부터 여성과 아프리카인들을 취약계층으로 보고 이들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기초교육의 강화가 제시되었다.

한국은 교육과 과학, 문화 등의 교류 증진을 통한 세계 평화 달성이라는 유네스코 이념을 확산하는 데 참여할 목적으로 1년 전에 유네스코 주재 독립대표부를 10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 성과의 일부가 작년 9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아프리카 희망 브리지(Bridge)사업과 올해 새로 실시될 교육과학기술부의 베어(BEAR)사업이다. 두 사업은 지난 50여 년간 한국이 겪은 체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고안됐으며 다른 나라의 어떠한 사업과도 차별화되면서 수혜국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브리지사업은 문자 그대로 한국이 저개발국과 선진국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다는 뜻으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아프리카 성인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1970, 80년대 우리 청년들이 벌였던 야학과 농촌활동을 아프리카의 사정에 맞게 현지화한 프로그램이다. 작년 9월 봉사정신과 건장한 체격을 가진 한국 청년 18명이 문자 해독률이 낮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잠비아 레소토 말라위 르완다 등 6개국의 농촌과 중소도시에 파견되었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유네스코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남아공 세계체육문화교육회의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아공과 짐바브웨의 브리지사업 현장 4곳을 방문하였다. 우리의 청년들은 정서적인 소통을 위해 열악하기 짝이 없는 현지인들의 집에서 옥수수빵을 주식으로 먹고 같이 살면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었다. 남아공 소샹구베 지역의 한 유지는 우리의 청년들과 필자를 위해 전통 연주단을 초청해 아프리카 토속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머나먼 이국의 척박한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청년들의 노력에 감동의 눈물을 삼키면서 행동할 때 모범을 보여 달라고 당부하고 다음 방문지로 떠났다.

다음으로 베어사업은 브리지사업의 후속 모델로 아프리카의 부흥을 지원하는 직업교육이다. 곰처럼 묵묵하고도 힘차게 전진하게 하자는 뜻이다. 지난 1년간 전문가들의 연구를 거쳐 현지 사정에 맞는 기술교육의 내용을 정립하고 지원 대상 국가들을 선정했다. 교과부는 이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본부와 협의 중이며 곧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대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교외지역은 단전 및 단수가 예사이고 바람과 비만 피할 수 있는 양철집과 일자리가 없어 배회하는 청년들로 가득 차 있고, 농촌지역은 더욱 열악하였다. 전반적으로 1960년대 초 한국 수준이었다. 1960, 70년대 산업기술교육을 통해 급속히 발전했던 한국의 체험은 아프리카에 교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지난 50년간 아프리카에 퍼부은 서구의 지원은 아프리카인들에게 독(毒)이 되었다’는 독일 슈피겔지의 지적을 유념하면서 아프리카인들에게 자립능력을 키워준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필자는 6·25전쟁 당시 유엔의 깃발 아래 16개국 청년들이 한국에서 희생했던 것을 상기해 본다. 그래서 우리의 여력이 허락하는 한 위에서 설명한 사업들이 동남아와 중남미,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등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황금 같은 청춘 시절에 전혀 모르는 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우리의 청년들이 그 지역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나아가 한국과 수혜국 간에 친선을 도모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기를 당부한다.

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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