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리포트]신도시 '노는 땅' 해법 없나

  • 입력 2000년 2월 22일 09시 33분


수도권 신도시를 지나다보면 도심 중심부 곳곳에 아직도 넓은 빈터가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들 빈터는 대부분 신도시를 만들 때 상업용지나 업무용지로 지정됐으나 팔리지 않은 한국토지공사 소유의 땅으로 대부분 황량하게 방치돼 있다.

한국토지공사와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이 땅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바꿔 재정수입을 늘리려 하고 하지만 주거환경의 악화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경기 부천시가 91년부터 개발한 중동신도시에는 상업용지 285필지 6만9000여평 가운데 아직 팔리지 않은 땅이 114필지 3만7000여평(55.2%)이나 된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는 765필지 40만8000평의 상업 및 업무용지 가운데 25%인 9만7000평이 아직 팔리지 않은 상태.

고양시는 최근 이 가운데 옛 출판문화단지에 55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상업 및 업무용지 37만평 가운데 9만6000평이 분양되지 않은 상태다. 이중 90%(8만6000평)가 최근 성남시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중인 백궁동 일대 상업용지.

수도권의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신도시에 이처럼 많은 땅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신도시내 상업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 이미 기존 백화점과 할인점 등을 중심으로 신도시 상권이 형성돼 있어 상가 건물을 추가로 지어봤자 점포를 분양하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나 자치단체는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지자체가 주거시설보다는 업무시설 유치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상대(李相大)박사는 “자족기능이 없는 주거시설만 늘어나다 보면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의 경제발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쉽다”며 “지자체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벤처타운 등 자족기능을 갖춘 업무시설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도시 내 미개발 상태의 빈터가 팔려 신도시 개발이 최종 완료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중반에 개발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의 경우도 아직 36필지 1만5000여평이 빈터로 남아 있다.

<이명건기자·수원=박희제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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