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함께 100세까지 달린다…‘잉꼬 마라토너’의 사연[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01-02 14:00수정 2021-01-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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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석(왼쪽) 김정자 씨 부부가 신축년 소띠 해 첫날인 1일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손을 잡고 달리고 있다. 부부는 신년일출마라톤 기념으로 열려 새해를 힘차게 맞기 위해 참가했지만 달리지는 않고 천천히 걸었다. 오전 8시30분 섭씨 영하 6도로 추웠기 때문이다. 양 씨는 “우리는 영하 3도 이하면 달리지 않는다. 건강도 좋지만 너무 추우면 역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평생 이렇게 함께 달릴 겁니다.”

신축년 소띠 해 첫날인 1일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 양만석-김정자 씨 부부가 등장했다. 양 씨는 호적엔 1938년 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론 1937년 생으로 올해 만 84세가 된다. 김 씨는 1942년 생으로 79세다. 두 부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함께 마라톤을 하며 건강하게 부부의 정을 쌓고 있다. 평소 새해맞이는 대관령해돋이마라톤을 달리며 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공원사랑마라톤을 찾은 것이다.

공원사랑마라톤은 새벽부터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시간에 맞춰 따로따로 출발해 달리기 때문에 사람들과 마주칠 가능성이 적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열려 코로나19로 대회가 최소 되는 가운데서도 골수 마라톤마니아들이 자주 찾고 있다.

양 씨 부부는 이날 2021년 신년일출마라톤으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이라 참석했지만 달리지는 않고 천천히 걸었다. 그들이 출발하려고 했던 오전 8시30분에 섭씨 영하 6도로 추웠기 때문이다. 양 씨는 “우리는 영하 3도 이하면 달리지 않는다. 건강도 좋지만 너무 추우면 역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해 첫날이라 추워도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해 나와서 천천히 걸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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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인 양 고문은 고려투자신탁 사장과 증권감독원 부원장보 등을 역임한 뒤 이젠 아내와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두 부부는 2020년 한해 10km만 77회 달렸다. 코로나19가 퍼지던 2월부터 5월까지 잠시 쉬었지만 매주 2회 공원사랑마라톤을 함께 달렸다. 평생 함께 출전한 마라톤 횟수가 500회 정도 된다. 양 씨는 2002년 11월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 6회, 하프코스 103회, 10km 396회, 10km이하 17회 등 523회를 달렸고, 김 씨는 하프코스 4회, 10km 473회, 10km 미만 19회 등 496회를 달렸다. 김 씨가 달릴 땐 늘 양 씨도 달렸다.

양만석(왼쪽) 김정자 씨 부부가 1일 서울시의회에서 주는 ‘잉꼬마라토너 대상’ 상장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두 부부가 마라톤의 시작한 계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양 씨의 말이다.

“의사의 권유로 살을 빼고 있을 때인 2002년이었다. 회계사로 일하며 감사를 하던 업체인 (주)영국전자의 대표가 마라톤을 권했다. 다이어트에도 좋지만 건강에 아주 좋다고 했다. 달리는 것을 싫어했던 터라 정중히 사양했다. 그런데 그해 11월 말 여의도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10km 코스에 신청해 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달렸다.”

반강제로 출전한 마라톤에서 양 씨는 예상 밖으로 잘 달렸다. “사람들은 헉헉거리는데 난 힘든 걸 못 느꼈다. 주변에서 잘 뛴 거라고 띄워 주고, 아 그게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김 씨는 남편이 달리며 좋아하는 것을 보고 4개월 뒤 마라톤에 입문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김 씨는 남편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며 건강이 아주 좋아졌다고 했다.

양만석(왼쪽) 김정자 씨 부부가 마라톤 완주 메달이 수북이 걸린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 방에서 100세까지 달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두 부부는 완주 메달만 1000개를 넘게 모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년여 지나 ‘고양시 마라톤클럽’에 가입했다. 오가며 회원모집 플래카드를 봤는데 일산호수공원이란 좋은 환경에서 회원들과 격려하며 달릴 수 있어 좋았다.

초창기엔 양 씨도 욕심을 냈다. 2003년 9월 하프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2006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첫 풀코스에 도전해 4시간 31분 58초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보스턴마라톤대회 출전자격(70대 기준)을 1분58초 넘어선 기록이지만 주최 측의 배려로 이듬해 보스턴마라톤에도 출전했다. 그해 11월 100km 울트라마라톤을 14시간 24분 5초에 완주했다. 하지만 욕심을 버렸다.

“마라톤을 하다보니 성취욕을 이기지 못해 100km까지 달렸다. 하지만 1회로 끝냈다. 즐겁게 달리는 게 건강에 가장 좋았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때도 늘 결승선을 통과하며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달린 뒤 풀코스와 하프코스에는 더 이상 출전하지 않고 있다.”

양만석(왼쪽) 김정자 씨 부부가 한 마라톤대회에서 달리고 있다. 두 부부는 지금까지 약 500회를 함께 달렸다. 양만석 씨 제공.
2010년 김 씨가 고관절을 다쳐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을 한 뒤부터 부부는 10km만 달리고 있다. 김 씨의 말이다.

“마라톤 때문에 우리는 제2의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어요. 늘 함께 대회를 준비하고 출전하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어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한 뒤 의사가 달리지 말라고 했지만 천천히 즐기면서 달리니 전혀 문제없어요. 건강도 좋아요. 남편이나 저나 독감주사 한번 맞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요. 우리 나이 때 제대도 걷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린 달리며 건강과 행복을 함께 챙기고 있어요.”

남편과 천천히 즐겁게 달린다고 하니 의사도 “그럼 절대 넘어지진 않도록 조심하며 달리세요”라고 했단다. 넘어져 고관절을 다시 다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땐 훈련도 했지만 요즘은 주 2회 공원사랑마라톤 10km 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걷기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양 씨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나 둘레길 10km를 2시간가량 걷는다. “난 움직여야 살아 있는 것을 느낀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좀이 쑤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만 서울대공원을 182회 돌았다. 김 씨는 처음엔 마라톤 10km를 주 1회 달리는 것도 버거웠지만 요즘은 남편과 2회를 달릴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 그래도 체력을 감안해 서울대공원 걷기는 가끔 함께 하고 있다. 부부는 모든 관절이 정상이며 아픈 곳 전혀 없다고 했다. 부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부부는 2006년 함께 작사한 곡들을 모아 결혼 40주년 및 고희 기념 음반도 내놓기도 했다. 앨범 타이틀은 ‘인생은 마라톤’. 2002년부터 건강을 위해 시작한 마라톤에서 얻은 느낌과 생각들을 곡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노래가 마라톤 관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각종 마라톤 행사에 단골로 초대되기도 했다. 함께 노래 부르는 마라톤찬가 자원봉사도 165회나 했다. 부부는 소(남편 띠)와 말(아내 띠)이라고 새겨진유니폼을 맞춰 입고 함께 달리며 마라톤도 즐기고, 노래를 부르며 인생을 함께 즐기고 있다.

양 씨는 말한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이다. 우리 나이에 무슨 즐거움이 있겠나?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니겠나. 달리기와 걷기는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건강법이다.”

양만석(왼쪽) 김정자 씨 부부가 한 마라톤대회에서 ‘마라톤 찬가’를 함께 부르고 있다. 부부는 2006년 함께 작사한 곡들을 모아 결혼 40주년 및 고희 기념 음반을 냈다. 앨범 타이틀은 ‘인생은 마라톤’. 부부는 함께 노래 부르는 마라톤찬가 자원봉사를 165회나 했다. 부부는 소(남편 띠)와 말(아내 띠)이 새겨진 유니폼을 맞춰 입고 마라톤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인생을 함께 즐기고 있다. 양만석 씨 제공.
양 씨는 달리는 사람들에게 당부를 했다.

“마라톤하면 풀코스라며 무리하게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혹자는 아픈데 주사를 맞으면서까지 달린다. 그러면 몸을 망친다. 건강하고 즐겁자고 하는 마라톤으로 몸이 망가지면 얼마나 억울한가. 제발 무리하지 말고 즐겁게 펀런을 해야 오래오래 달릴 수 있다. 풀코스 수 백 번, 1000번을 넘게 달리면 뭐하는가, 100세에도 10km를 달리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나. 난 100세에도 달리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달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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