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의 ‘전쟁 대비’ 예산… 최근 20년간 20경 원에 달해
방산기업과 이해관계로 결탁… 빅테크 기업도 AI 무기 개발
막대한 군사비에 복지 축소… 노숙인 수 사상 최고치 기록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지음·백우진 옮김/452쪽·2만5000원·부키
신간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미국 내 정치인 및 연구 기관이 거대한 군산복합체와 금전적 이해관계로 결탁된 탓에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본다. 사진은 보잉사 제조 전투기들이 남중국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모습. 사진 출처 미 해군 ‘X’(옛 트위터)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경 원. 얼마나 큰지 가늠조차 어려운 이 금액은 미 국방부가 최근 20년간 ‘전쟁 대비’를 위해 쓴 돈이다. 해마다 국방부에 투입되는 예산은 법무부와 교육부, 노동부, 국토안보부, 재향군인청, 국무부, 상무부의 예산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이렇게 비대한 재원이 정말로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걸까.
미 국방 예산과 군수산업을 연구하는 두 저자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뒤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집단이 있다”고 고발한다. 거대한 방산 기업과 정치인, 연구기관, 로비스트가 공유하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전쟁을 멈출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든, 모두 대선 후보 시절엔 평화를 외치면서도 막상 취임 뒤엔 무력행사를 서슴지 않는 것도 이러한 악순환과 관련이 깊다고 봤다.
책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위협이 존재해서 무기를 제조하는 게 아니라, 무기를 팔고자 위협을 제조해야 하는” 이른바 ‘전쟁 기계(War Machine)’가 됐다. 국방비와 무기 판매량은 군산복합체와 결탁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싱크탱크들은 복잡한 계산과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서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그 자금줄 끝엔 어김없이 록히드 마틴이나 레이시온 등 거대 방산 기업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한다.
실은 방산업계가 ‘전쟁 벌이기’에 유리한 정책을 위해 의회와 행정부를 압박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 저자들은 군산복합체 내부의 ‘회전문’ 시스템에 관해 폭로한다. 의원과 보좌관, 국방부 관리들이 훗날 정부를 떠나 방위산업계에 들어가면 두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1000명에 이르는 로비스트가 펜타곤 계약업체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전직 군 고위 간부나 의회 보좌관 출신이다.
그러나 막대한 군사비가 망가트리는 건 미국 영토 바깥만이 아니다. 책에 따르면 미 국방 예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동안 미국 내 복지 제도와 기초과학 연구 등 사회적 인프라가 무너졌다. 2023년 기준으로 1억4000만 명의 미국인이 빈곤 위기에 놓여 있으며, 노숙인 수는 77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저자는 “펜타곤에 공공 투자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잘못된 선택 때문에 연방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방위 산업에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악화일로를 달린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팔란티어, 안두릴 등의 기업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 살상 무기를 개발해 국방부로부터 수조 원의 계약을 따낸다. 그러면서 “정밀 타격과 드론 공격으로 더 인도적인 전쟁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책은 무기에 탑재된 AI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전쟁터에 투입된 점을 짚으면서 “기술은 전쟁의 문턱을 낮춰 민간인 피해를 양산할 뿐”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금, 책은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력을 중동에 집결시키면서 “모든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악순환을 부추기는 선택은 세계 시민은 물론이고 미국인들에게도 상흔을 남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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