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부 양종구 기자 공유하기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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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치면 아드레날린이 나와 스트레스 한 방에 날려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요즘 KBS2 TV 드라마 ‘오아시스’에서 열연을 하고 있는 배우 전노민 씨(57)의 어릴 적 꿈은 야구선수였다. 지금은 미국 메이저리그 ‘괴물 투수’ 류현진(토론토)이 나온 학교로 알려진 야구 명문 인천 창영초교를 다녀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선수를 하지는 못했다. 친구들과 매일 야구를 하는 게 일과일 정도로 빠져 지냈고, 중학교 졸업을 앞두곤 야구 명문고를 찾아다니며 ‘선수를 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는 “감독님들이 ‘지금 있는 선수로도 차고 넘친다’며 거절했다”고 회상했다. 고교, 대학 시절에도 야구는 ‘최애(最愛) 스포츠’였고 배우가 돼서도 연예인 야구단에서 지금까지 유격수를 보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엔 테니스에 빠져 지내고 있다. “약 7년 전에 서울 잠원동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의 권유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는데 운동량도 많고 기술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그런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데다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공부하느라 잊고 살았죠. 올해 초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님이 ‘운동 안 할 거야?’라고 해 본격적으로 치게 됐습니다.” 마침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때였다. 연기와 공부에만 집중하느라 운동을 하지 않았더니 건강검진 결과 각종 성인병 지수가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사회인 야구도 다시 시작하는 등 운동에 시동을 걸고 있을 때였다. 전 씨는 “테니스를 치면 바쁜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피곤하거나 몸이 처졌을 때 테니스를 치면 아드레날린이 나와 기분이 좋아진다. 내 몸과 정신 상태가 테니스 치기 전과 후에 180도 달라진다”고 했다. 전 씨는 테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 6개월간 개인 교습을 받는 등 제대로 배웠다. 그는 “어떤 스포츠든 자세가 좋아야 실력도 발휘된다”고 했다. 주 전 회장은 “짧은 기간 배운 것에 비하면 참 폼이 좋다”고 했다. 전 씨는 주 전 회장이 서울 송파구에 만든 JW테니스코트에서 시간 날 때 테니스를 치고 있다. 주 전 회장은 “백핸드 포핸드 스트로크는 물론이고 서비스까지 폼이 안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전 씨는 연예인 중 대표적인 스포츠 마니아다. 헬스는 기본이고 야구를 비롯해 승마, 사이클, 골프, 테니스 등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거의 다 했다. 그리고 어떤 스포츠를 하든 ‘실력자’란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 배우가 된 뒤 연예인 야구단에 들어가 처음 경기를 했는데 이휘재 정준하 등 후배들이 ‘형 선출(선수 출신) 아냐?’라고 하는 거예요. 참 나, 선수를 했으면 끝까지 했죠. 뭐 솔직히 지금도 후배들에게 유격수 자리를 물려주려고 하는데…. 이젠 후배들이 ‘아직 형 자리 채울 선수가 없다’고 하네요.” 전 씨는 주말에 촬영 스케줄이 없으면 사회인 야구리그에 나가고 있다. 촬영을 하게 되면 밤낮이 없어 주기적으로 참여하진 못하지만 함께 운동하며 선후배들과 어우러지는 시간을 즐긴다. 그는 인천 출신이지만 대전을 연고로 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홍보대사를 15년 넘게 하고 있다. 그는 “야구를 좋아해 한화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나중에 중학교(상인천중) 후배로 인천 연고인 SK의 코치를 한 김경기가 ‘형 이래도 돼?’라고 해서 ‘SK는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어느 구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떡하든 야구 발전에 기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프로야구단 코치와 프런트 등이 참여한 야구대회에 나가서 최우수선수(MVP)상을 받기도 했다. 전 씨는 틈만 나면 몸을 움직인다. 지방 및 해외 촬영 때도 잠시 쉬는 시간에도 주변을 돌아다닌다. 그는 “국내 촬영지 인근 전통시장은 거의 다 돌아다녔다. 쉬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야 다음 촬영에 집중할 수 있다. 촬영으로 몸이 녹초가 됐을 때도 쉬는 것보다는 운동을 했을 때 오히려 피로가 날아간다”고 했다. 전 씨는 요즘 테니스에 집중하지만 걷고 달리고 사이클도 탄다. 그는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망가진다는 것을 느낀 뒤엔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오래 사는 것을 떠나서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삶 자체가 짜증이 난다. 건강해야 사는 것도 즐겁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3-31 03:00
병원에서 “신경 자르라”던 이 여자, 폴댄스가 인생을 바꿨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어요.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할 때 병원에서 등산하지 말고, 무거운 것 들지 마라, 동네 슬슬 걷는 것 외에 하지 말라고 했죠. 짜증이 났어요. 환자 몸을, 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쉽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기로 운동을 시작했죠.” 이지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 심사평가팀장(46)은 6년 넘게 병원을 전전하다 운동을 통해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마흔에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 그를 ‘철녀’로 바꿔 놓았다. 폴댄스와 클라이밍, 플라잉요가, 필라테스까지…. 모든 운동을 섭렵하고 있다.“초등학교 때까지 교통사고를 3번이나 당했죠. 중학교 이후엔 온갖 염증을 달고 살았어요. 구내염, 임파선염, 편도선염, 만성기관지염…. 스무 살을 넘기면서 ‘종합병원’으로 불렸어요. 서른을 넘기면서 척추관협착층과 골감소증이란 진단까지 받았어요. 척추관협착으로 방사통이 와 다리를 자르고 싶은 지경이었는데…. 병원에선 신경절단 시술을 권하고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전 운동을 선택했어요.” 이 팀장은 2017년 헬스클럽에 연간 회원으로 등록했다. “한두 달만 등록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운동이라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6개월이 지나니 몸이 반응했다. 근육이 잡히면서 척추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1년 후엔 척추관협착으로 인한 통증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작 1년 뒤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PT를 해준 코치의 권유였다. 운동으로 만들어진 몸을 사진으로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부여도 되기 때문이라고.“몸이 건강해지자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춤을 추고 싶었어요. 댄스학원을 검색을 해봤더니 제일 위에 ‘폴댄스’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발을 바닥에 안 대고 어떻게 폴에서 춤을 추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죠. 체험을 했는데 그날로 반해버렸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헬스클럽에 못 가게 된 2020년 4월 폴댄스를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3년 해 폴을 잡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운동량이 엄청났다. 기술을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온몸이 멍들고 폴에서 몸을 뒤집는 고난도 기술을 배우다 양쪽 햄스트링까지 찢어졌다. 몸에 잔근육까지 새겨지며 아이 낳고 커리어우먼으로 살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여성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20대 입던 옷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폴에서 춤을 자유롭게 추려면 체중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됐다. 다양한 운동으로 체중이 준 뒤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이 팀장은 “폴댄스하면서 음악과 하나 되는 나를 보면서 어느 순간 ‘운동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즐기게 됐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이 팀장은 ‘운동 전도사’가 됐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회사에도 아프고 약한 사람이 있어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고 했다. 헬스를 비롯해 폴댄스, 필라테스, 플라잉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 팀장은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해부학 등을 배우니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강원 원주 회사 본사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운동 건강법 노하우를 전수했다. 지난해 수원지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그만뒀지만 언제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도하고 있다. 운동의 효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가 운동 새로운 삶을 살고 있게 된 스토리를 ‘내 몸은 거꾸로 간다’(필명 이지)는 책으로 엮었다. “폴댄스는 가슴을 활짝 펴고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게 해줍니다. 플라잉요가는 찌든 때가 끼어 있는 혈관과 림프관을 깨끗하게 하죠. 필라테스는 몸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우리 몸은 움직일수록 건강해져요.” 폴댄스는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부위인 팔, 배, 등, 가슴 등 단련하기 어려운 부위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근력이 부족한 여성들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폴댄스는 가슴과 엉덩이를 발달시켜 아름다운 바디라인을 만들어주고, 폴과의 마찰력으로 셀룰라이트 지방을 없애준다. 특히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은 하체 비만과 군살 제거에 좋고, 혈액순환을 도와 피부를 좋게 만들어준다. 플라잉요가는 천장에 매달린 해먹에서 요가 동작을 하는 운동이다. 거꾸로 매달려서 기본동작을 하기 때문에 ‘반중력 요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먹에 허벅지를 걸고 공중에 앉거나 거꾸로 매달리고, 해먹을 배에 걸고 엎드려 누운 뒤 손을 뒤로 뻗어 해먹을 잡고 발을 쭉 펴는 등 해먹 위에서 다양한 동작을 한다. 거꾸로 매달려 몸을 곧게 펴서 하므로 틀어진 척추와 골반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 운동보다 더 많은 근육을 사용하고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준다. 중력에 의해 눌려있던 몸속 장기들이 원래의 자리로 찾아가도록 돕기 때문에 소화 기능 강화와 변비 해소의 효과도 있다. 필라테스는 자세 교정, 통증 완화, 보디라인 형성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필라테스는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운동이다. 다양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몸의 정렬’로 설명된다. 필라테스는 몸의 중앙을 바르게 세우고, 앞, 뒤, 좌, 우 균형을 정렬하는 동작을 반복, 유지하면서 체형을 교정한다. 교정은 균형 있는 자세를 잡는데 필요한 근육을 단련하면서 실현된다. 필라테스는 복근과 척추기립근 등 코어 근육의 힘을 키운 뒤, 상 하체를 잇는 골반에 붙어 있는 둔근, 고관절 굽힘근, 고간절 외전근과 어깨와 견갑골에 있는 대흉근, 소흉근 등 자세를 바르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이다. 균형이 잘 맞지 않으면 자세가 나올 수 없다. 꾸준히 자세를 만들어 버티기 위한 노력을 하면 틀어져 덜 발달한 근육들이 단련되면서 신체 균형이 잡히고, 자세가 교정된다. 이 팀장은 지금은 주로 주 3회 이상 폴댄스를 즐기고 있지만 생활 속 운동도 실천하고 있다. 일상 움직임에 의식을 넣어 주인 노릇하는 운동이란 의미로 ‘의식주(意識主)’ 운동으로 명명했다. 일종의 틈새 운동이다. 빨래는 너는 것도 노동이 아닌 운동이다. 설거지도 자청해 한다. 복근에 힘을 주고 고관절을 돌리면서 그릇을 씻는다. 집에 무엇이든 옮기는 일도 그의 몫이다. ‘데드리프트(등을 펴고 바벨을 땅에서 들어 올리는 운동)’로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빼놓지 않는 운동이 있다. 스쾃과 팔굽혀펴기, 크런치(복근운동). 단 5분만 투자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운동치였던 제가 이렇게 된 게 믿기지 않아요. 근력운동을 마스터하니 운동에 점점 재미가 붙었어요. 물러터지고 싫증을 금방 느끼는 제가, 저를 아프게 하는 운동에도 도전장을 계속 내밀었죠. 하루가 멀다고 손바닥 살점이 너덜거린 클라이밍, 호흡곤란이 오고 허벅지가 터질 듯한 줌바댄스, 피부가 까뒤집어지고 피멍이 든 플라잉요가, 햄스트링과 손목, 등, 팔, 어깨 부상에 이어 갈비뼈 골절까지 맞은 폴댄스…. 호기심 따라 기분 따라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돼 있었죠. 병으로 아프면 그렇게 서러운데 운동으로 아픈 건 괜한 우쭐함이 들었죠. 나이 드는 건 그렇게 서운한데 질병 없이 나이 드니 그토록 자랑스러워요. 아픔 너머엔 몸의 자유가 있습니다. 여러분 운동하세요.”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2023-03-25 12:00
“폴댄스 춘 뒤 가슴 활짝 펴고 고개 빳빳하게 세우고 살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초등학교 때까지 교통사고를 3번이나 당했다. 중학교 이후엔 온갖 염증을 달고 살았다. 구내염, 림프샘염, 편도샘염, 만성기관지염…. 스무 살을 넘기면서 ‘종합병원’으로 불렸다. 서른을 넘기면서 척추관협착층과 골감소증이란 진단까지 받았다. 이지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 심사평가팀장(46)은 6년 넘게 병원을 전전하다 운동을 통해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마흔에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 그를 ‘철녀’로 바꿔 놓았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어요. 병원에서 등산하지 말고, 무거운 것 들지 말라, 동네 슬슬 걷는 것 외에 하지 말라고 했죠. 짜증이 났어요. 환자 몸을, 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쉽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기로 운동을 시작했죠.” 이 팀장은 2017년 헬스클럽에 연간 회원으로 등록했다. “한두 달만 등록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운동이라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6개월이 지나니 몸이 반응했다. 근육이 잡히자 척추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1년 후엔 척추관협착으로 인한 통증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작 1년 뒤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PT를 해준 코치의 권유였다. 운동으로 만들어진 몸을 사진으로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부여도 되기 때문이라고. “몸이 건강해지자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춤을 추고 싶었어요. 댄스학원을 검색해봤더니 제일 위에 ‘폴댄스’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발을 바닥에 안 대고 어떻게 폴에서 춤을 추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체험을 했죠. 그날로 반해버렸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헬스클럽에 못 가게 된 2020년 4월 폴댄스를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약 3년 해 폴을 잡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기술을 배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온몸이 멍들고 폴에서 몸을 뒤집는 고난도 기술을 배우다 양쪽 다리 햄스트링까지 찢어졌다. 효과는 좋았다. 운동량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몸에 잔근육까지 잡히며 아이 낳고 커리어우먼으로 살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여성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20대에 입던 옷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폴에서 춤추려면 체중을 줄여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됐다. 체중이 준 뒤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이 팀장은 “폴댄스 하면서 음악과 하나되는 나를 보며 어느 순간 ‘운동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즐기게 됐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이 팀장은 ‘운동 전도사’가 됐다.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회사에도 아프고 약한 사람들이 있어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고 했다. 헬스를 비롯해 폴댄스, 필라테스, 플라잉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 팀장은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운동역학, 해부학 등을 배우니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강원 원주의 회사 본사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운동 건강법 노하우를 전수했다. 지난해 수원지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그만뒀지만 언제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도하고 있다. 운동의 효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가 운동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스토리를 ‘내 몸은 거꾸로 간다’(필명 이지)는 책으로 엮었다. 이 팀장은 지금은 주 3회 이상 폴댄스를 즐기면서 생활 속 운동도 실천하고 있다. 빨래를 너는 것도 노동이 아닌 운동이다. 설거지도 자청해 한다. 복근에 힘을 주고 고관절을 돌리면서 그릇을 씻는다. 무엇이든 옮기는 일도 도맡는다. ‘데드리프트’(등을 펴고 바벨을 땅에서 들어 올리는 운동)로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빼놓지 않는 운동이 있다. 스쾃과 팔굽혀펴기, 크런치(복근운동). 단 5분만 투자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다. “폴댄스는 가슴을 활짝 펴고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게 해줍니다. 플라잉요가는 찌든 때가 끼어 있는 혈관과 림프관을 깨끗하게 하죠. 필라테스는 몸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우리 몸은 움직일수록 건강해져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3-24 03:00
마라톤은 4시간의 모노드라마… 결승선엔 ‘더 나은 삶’이 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1. “헉헉∼” 짧은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것은 초보자이고, 조용히 규칙적으로 호흡하는 것은 베테랑이다. 그들의 심장은 천천히, 생각에 잠기면서 시간을 새겨나간다.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스치면서 서로의 호흡 리듬을 들으며 서로의 시간 흐름을 느끼게 된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저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스스로 육체노동이라고 말하는 장편 소설을 제대로 쓰기 위해 지구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는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나에게 있어서는 글쓰기) 메타포(비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무라카미는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묘비에 다음과 같이 쓰고 싶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작가(그리고 러너)/1949∼20**/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2.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 m, 마라톤까지 제패한 ‘체코의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페크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했다. 미국 AP통신 종군기자 출신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2010년 ‘본 투 런(Born to Run)’이란 책에서 달리기는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본능이라는 것을 멕시코의 한 원시 부족을 통해서 보여줬다. 사람들은 왜 ‘105리의 드라마’ 42.195km 마라톤 풀코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19일 열리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마라톤 시즌에 들어간다. 마라톤마니아들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을 펴고 봄기운을 맞으며 대한민국 전역을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마라톤마니아들이 말하는 ‘마라톤의 매력’을 알아봤다. 19일 열리는 ‘동마(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 250회 완주에 도전하는 이윤희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65)는 “달리면 즐겁다”고 했다. 4시간 넘게 달리는 데 정말 즐거울까? 그는 “4시간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기쁨이 날 사로잡는다. 몸도 느끼고 마음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운동생리학 박사로 마라톤과 신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했다.“솔직히 건강을 챙기는 측면도 있죠. 나이 먹으면서 시간 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게 마라톤입니다. 가성비가 최고인 운동이죠. 심혈관계는 물론 골격근의 노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 달리기, 마라톤입니다.” 부산 동래고 1학년 때부터 달리기 시작해 50년 넘게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동윤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조직위원회 위원장(71·전 이동윤외과의원 원장)은 ‘마라톤은 삶’이라고 했다.“우리 몸 자체가 안 쓰면 퇴화합니다. 도태되는 것이죠. 근육도 안 쓰면 몸 자체적으로 없애버립니다. 그게 우리 몸의 생존 본능입니다. 열심히 움직여야 합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도 살아 있지 않죠.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짜증을 내는데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몸에서 받아줄 자신이 없으니 짜증으로 회피하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면 어떤 스트레스도 받아 줄 수 있는 몸이 됩니다.” 이 전 원장은 풀코스를 200번 가까이 완주했지만 이젠 대회 출전은 거의 하지 않는다. 10여 년 전 대한외과의사회 일을 보면서 시간을 내지 못하면서 출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젠 혼자서 달리는 게 더 좋다.“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막연하게 건강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됩니다. 그럼 운동을 하지 않아요. 목표를 세우고 달려야 합니다. 호주 원주민들을 하루 20km를 걷고 달렸어요. 인간은 매일 아침저녁 합쳐서 20km는 달려야 한다고 봅니다. 주말엔 토요일 일요일 70km를 달려야 진정한 마라토너 아닐까요? 전 그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시작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2일씩 올 2월 26일 대한민국 둘레길 5228km를 완주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4)도 ‘마라톤은 삶 그 자체’고 했다. 23년째 달리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그는 “달리면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기가 비워진다. 비워야 채워지듯 달리고 나면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난 기분이 안 좋으면 달린다. 그러면 의욕이 없다가도 생기가 넘친다. 마라톤은 내 인생은 물론 사업에도 큰 도움을 줬다. 달리면 생각도 바뀐다”고 했다. 조 회장은 달리는 형님들을 따라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8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톤마니아다.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로 활동했던 김가영 씨(45)는 “스트레스 탈출의 돌파구”였다고 했다. 디바 해체의 충격과 둘째를 낳은 뒤 찾아온 산후 우울증을 달리기로 극복한 뒤 운동마니아가 된 그는 “사람들을 피해 살고 있었고 가족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웠다. 내 생활은 겉은 화려한데 속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았다. 스트레스가 많았다. 달리니 해소가 됐다”고 했다. 김 씨는 2022년 말부터는 철인3종 완주를 위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달리기 1시간, 수영 1시간씩 하고 있다.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그는 “올해 가장 첫 목표는 19일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직 어렵고 하프코스를 릴레이로 달리는 부문에 신청했다. 동아마라톤 완주하고 트레일러닝과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해 완주하겠다”고 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43)은 심리적 안정을 꼽았다. 그는 “살다 보면 우리가 예측 가능한 것도 있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게 더 많다. 그런 예측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할 때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더 안정되는 것 같다. 몸을 위해서 달리지만 결국 마음도 튼튼해지게 하는 게 마라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 심리학)는 “마라톤에 참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 다이어트를 위해서 일 수도 있지만 성취감, 과시욕 등 개인적으로 다 다른 이유가 있다. 한 가지 이유일 수 있지만 복수의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말이다.“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땐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있다. 시작은 외적 동기, 예를 들면 다이어트, 건강, 기록, 메달 획득 등이지만 나중엔 자기만족, 성취감 등 내적 동기로 바뀐다. 무엇보다 마라톤을 하면서 삶에서 스트레스 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회사 일이나 사업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결국 다시 마라톤에 더 매진하게 한다. 마라톤 같은 운동은 심리학적으로 단일 요법으로 멀티플 효과를 준다.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황익주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마라톤 붐이 일 때인 2000년도 중반 한 언론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필자가 주목하는 대목은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구성이다. 마니아의 수준에서 마라톤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화이트칼라 직업에 종사하는 지식 중산층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직업 활동은 항시적으로 남아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발생시킨다. 한편 마라톤은 훈련일지의 작성 관행에서 보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적이고 분석적인 생활 태도를 요하는 스포츠인데, 이는 바로 지식 중산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생활 태도이다. 그런 점에서 마라톤은 지식 중산층의 구성원들에게 매우 ‘선택적 친화성’이 높은 스포츠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 김병준 교수는 “다양한 연구 결과 고소득자와 고학력자들이 운동에 빠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개인적인 운동이지만 건강을 넘어 대인관계, 사업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3-18 12:00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국회의원…3개인생 김예지 “이번엔 동아마라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의정 활동을 하면서는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없었어요. 새로운 분야라 적응도 해야 하고 제 관심 분야 정책도 개발해야 하고…. 혼자 요가를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달리기 시작했어요.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가는 개인 수련이고, 마라톤은 완주라는 목표가 있어서 좋았어요.”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43)은 지난달 26일 서울 뚝섬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고구려마라톤대회 10km에 출전해 달리다 반환점을 돈 뒤 얼마 안 가 넘어졌다. 레깅스에 구멍이 났고 오른쪽 무릎에 피가 흘렀지만 편의점에서 밴드를 사서 붙이고 완주했다.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그는 “마라톤은 완주라는 확고한 목표 의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VMK)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VMK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동호회다. 매주 토요일 서울 남산에서 함께 달린다. 비장애인들이 빛 나눔 동반주자(가이드러너)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달린다. 김 의원은 “다양한 분들과 함께 달렸다. 특히 이기호 VMK 회장님은 70세에도 정정하게 풀코스를 달려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대 체육관에서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던 홍산 씨(28·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사과정)를 만나 주기적으로 함께 운동하고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석사과정에서 특수체육을 전공한 홍 씨는 김 의원의 가이드러너가 돼 주 1회 1시간 30분씩 달리고 있다.“시각장애인은 혼자 달릴 수 없습니다. 동반 주자가 있어야만 달릴 수 있죠. 그만큼 가이드 러너의 역할이 중요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서로 시간은 물론 장소까지 맞춰야 하니 쉽지 않아요. 홍산 씨가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있어 제가 그쪽으로 가서 운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우여곡절도 많았다.“고구려마라톤에서 넘어졌듯이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처음엔 운동화를 잘못 신어 중간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죠. 그런데 3km, 5km 등 목표를 정해놓고 꾸준히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게 좋았어요.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도 좋았고요. 사실 뭐든 수월하게 되는 일이 없잖아요. 이렇게 땀 흘려 노력해야 결실을 얻는다는 교훈도 얻고 있습니다.” 마라톤이 주는 매력은 뭘까?“살다 보면 저희가 예측 가능한 것도 있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게 더 많잖아요. 그런 예측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할 때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더 안정되는 것 같아요. 몸을 위해서 달리지만 결국 마음도 튼튼해지게 하는 게 마라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 의원은 운동 마니아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했고 서울맹학교 때는 골볼, 피구, 발야구에 육상과 체조의 평균대까지 시도했다. 2007년부터 7년간 이어진 미국 유학 시절에는 웨이트트레이닝도 했다. “처음 가서는 공부하느라 여력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운동에 대한 욕구가 생겼습니다. 공부를 더 잘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하거든요.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을 키우는 재미를 배웠습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머리도 맑아집니다.” 2014년 5월 귀국한 그는 다시 음악가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잠시 운동을 등한시하기도 했지만 2019년부터는 유산소 운동으로 탠덤 사이클(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뤄 타는 사이클)을 시작했다. 그해 10월 제39회 전국장애인체전 사이클 여자 장거리에 출전했다.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출전이란 목표로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 겨울엔 스키와 바이애슬론을 했다. 2020년 2월 열린 제17회 전국장애인겨울체전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 4km 클래식 B 블라인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5km(B) 블라인딩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피아니스트와 스포츠인으로 활약한 그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장애인 문화, 예술, 체육 분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장애인 정책 입안에 있어 대한민국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배려’라고 착각하고 ‘생색’내는 것을 거부한다. 장애인에 대해 특혜를 줘야 한다는 문화와 생각이 남아있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차별’은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올 초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의정보고서’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2020년과 2021년도 의정보고서에 QR코드를 넣어 자막과 영상을 함께 제공했던 그는 이번엔 점자, 사진, 음성, 영상, 자막 등 다양한 접근성을 고려해 제작했다. “장애인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취지였다. 장애인들이 건강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제가 계속 추진했던 일 중 하나가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 확대가 있습니다. 사용되는 예산보다 사용되지 못하는 예산이 많다고 지적을 받는 겁니다. 잘 살펴보니 장애들이 갈 곳은 마련해주지 않고 이용권만 줬기 때문입니다. 장애 유형도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지체 장애 등 다양합니다. 그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하는데 그냥 이용권만 주고 있었습니다. 갈 데가 없으니 이용권을 쓰지 않았던 것이죠.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스포츠시설이 멀어서 못 갑니다. 비장애인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도 절실합니다.” 김 의원이 피아노 전공을 본격 시작했던 고1 때도 배울 지도자를 찾아다니며 공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피아노와 마라톤의 공통점이 있을까?“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피아노와 마라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아노도 연습량에 따라 연주의 질이 달라집니다. 마라톤의 경우에도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리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지죠. 하프코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땀이 필요하죠.” 김 의원은 19일 열리는 2023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10km에 출전한다. 김 의원은 9일부터 16일까지 바레인(마나마)에서 국제의회연맹(IPU) 주최로 개최되는 제146차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하지만 돌아와서 바로 동아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했다.“솔직히 아직은 힘들면 ‘걷뛰(걷고 뛰다)’를 하는 수준입니다. 지난해부터 10km 대회엔 출전했어요. 그런데 대부분 공원에서 대회가 열리고 통제를 하지 않다 보니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하고 엉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국내 최고의 동아마라톤은 교통을 통제하고 서울 도심을 달리기 때문에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맘껏 달리고 싶습니다.” 김 의원은 “마라톤은 규칙적으로 훈련해야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지금은 10km에 도전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5년 안에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3-11 12:00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10km 마라톤대회 완주 기쁨도 큰데 풀코스는 어떨까요?”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43)은 지난달 26일 서울 뚝섬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고구려마라톤대회 10km에 출전해 달리다 반환점을 돈 뒤 얼마 안 가 넘어졌다. 레깅스에 구멍이 났고 오른쪽 무릎에서 피가 흘렀지만 편의점에서 밴드를 사서 붙이고 완주했다.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그는 “마라톤은 완주라는 확고한 목표의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의정활동을 하면서는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새로운 분야라 적응도 해야 하고 제 관심 분야 정책도 개발해야 하고…. 혼자 요가를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달리기 시작했어요. 요가는 개인 수련이고, 마라톤은 완주라는 목표가 있어서 좋았어요.” 김 의원은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VMK)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VMK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동호회다. 매주 토요일 서울 남산에서 함께 달린다. 비장애인들이 빛 나눔 동반주자(가이드러너)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달린다. 김 의원은 “다양한 분들과 함께 달렸다. 특히 이기호 VMK 회장님은 70세에도 정정하게 풀코스를 달려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대 체육관에서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던 홍산 씨(28·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사과정)를 만나 주기적으로 함께 운동하고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석사과정에서 특수체육을 전공한 홍 씨는 김 의원의 가이드러너가 돼 주 1회 1시간 30분씩 달리고 있다. 김 의원은 운동 마니아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했고 서울맹학교 때는 골볼, 피구, 발야구에 육상과 체조의 평균대 종목까지 시도했다. 2007년부터 7년간 이어진 미국 유학 시절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을 키우는 재미를 배웠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머리도 맑아진다”고 했다. 2014년 5월 귀국한 그는 다시 음악가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운동을 잠시 등한시하기도 했지만 2019년부터는 유산소 운동으로 탠덤 사이클(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뤄 타는 사이클)을 시작했다. 그해 10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이클 여자 장거리에 출전했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출전을 목표로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 겨울엔 스키와 바이애슬론을 했다. 2020년 2월 열린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 4km 클래식B 블라인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5kmB 블라인딩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피아니스트와 스포츠인으로 활동한 그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장애인 문화, 예술, 체육 분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장애인 정책 입안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배려’라고 착각하고 ‘생색’내는 것을 거부한다. 장애인에게 특혜를 줘야 한다는 생각과 문화가 남아 있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차별’은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의원은 올 초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의정보고서’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2020년과 2021년도 의정보고서에 QR코드를 넣어 자막과 영상을 함께 제공했던 그는 이번엔 점자, 사진, 음성, 영상, 자막 등 다양한 접근성을 고려해 제작했다. “장애인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공동체의 의사 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취지였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피아노와 마라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라톤은 땀을 얼마나 많이 흘리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집니다. 하프코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땀이 필요하죠.” 김 의원은 19일 열리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10km에 출전한다. 그는 “마라톤은 규칙적으로 훈련해야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지금은 10km에 도전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5년 안에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3-10 03:00
히말라야 12번 오른 62세 이 여성… “다음 목표는 K2”[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히말라야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히말라야는 갈수록 환상적입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해발 5000m에서 6000m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만 오르지만 걸으면서 보는 히말라야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신선이 된 느낌이랄까. 산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히말라야엔 가야 한다고 권합니다.” 23세 때 우연히 북한산에 올라 산의 매력에 빠진 김원숙 씨(62)는 평생 산을 타며 인생을 건강하게 즐기고 있다.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 3회, 지리산 종주 80회,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트레킹 등반 12회를 했다. 올 7월엔 파키스탄 북부와 중국 서부에 위치한 세계 제2의 고봉(8611m) K2 트레킹에 나선다. 그는 산 얘기만 나오면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가슴이 뛴다.“산에 가면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이 편해요. 언제든지 나를 반겨준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산은 예약이 필요 없잖아요. 그냥 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죠.” 27세부터는 매주 산에 올랐고 38세 때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산을 다니다 보니 대한민국의 산을 다 알게 됐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바다에 이르는 백두대간, 백두대간과 함께 10대 강 울타리가 되는 산줄기 정맥, 정맥과 동일하게 보이는 산줄기 기맥, 대간과 정맥, 기맥을 제외한 산줄기 중 이름을 붙인 산줄기 지맥…. 그는 “백두대간 중 지리산이 가장 좋았다. 엄마 품속 같았다. 시간 날 때마다 종주를 했다. 설악산도 좋지만 저에겐 지리산이 더 끌렸다”고 했다. 산을 타며 건강이 좋아졌지만 백두대간을 타면서 몸이 더 탄탄해졌다고 했다. 하루 15~20km를 8시간에서 10시간 걷고 나면 몸이 완전히 탈바꿈된다. 백두대간 3회 차 종주는 2018년도에 끝냈지만 45세부터 히말라야 등반을 시작했다. “같이 산에 다니는 분 중 히말라야에 빠진 분이 있어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유독 히말라야가 좋았다. 그는 “안나푸르나 쪽 갔다 오다 저쪽에 마칼루가 보이면 ‘다음엔 저기 가자’고 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2016년부터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17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GHT는 네팔 칸첸중가쪽에서 시작해 중국 티베트 쪽까지 가는 트레일 코스다. 그는 “한 번에 약 45일간 5회로 끊어서 종주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몇 년 못하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중국 티베트쪽에서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다른 루트로 돌아오면서 종주를 완성하지 못했다. 내년에 마지막 퍼즐을 맞춰 종주를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히말라야에 가는 멤버들이 있어요. 저희는 ‘이번에도 갈까’하면 그냥 실행에 옮깁니다. 이렇게 함께 다니다 보니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죠. 전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이 들다 보니 이렇게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네요.” 김 씨가 가장 높이 오른 산은 히말라야 임자체로 해발 6189m다. 낮은 곳부터 적응하며 오르기 때문에 고산병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일본 북알프스, 유럽 알프스 등 해외 유명 산맥도 다녀왔지만 히말라야 외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산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2011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아띠어린이산악회’를 운영했다. 매주 2, 4번째 주말 산행법을 알려주고 상반기 하반기 각 8회 이상 참여하면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지리산을 종주하는 아이들과는 에베레스트(칼라파트라), 안나푸르나, 랑탕을 다녀왔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산행”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거의 모든 산을 섭렵했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산은 수도권 도봉산이다. 그는 “젊었을 때 가장 많이 간 곳이 도봉산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산”이라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때 산에서 내 한계에 도전하기도 했다. 입에서 단 내 날 때까지 산행을 한 뒤 느끼는 뿌듯함도 산이 주는 매력”이라고 했다. 이렇게 산을 타는 데 아무 문제는 없을까?“오래전부터 헬스와 수영을 했죠. 뭐 산을 타기 때문에 체력엔 큰 문제 없어요.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수영과 요가를 병행하다 지금은 요가만 하고 있어요. 요가가 유연성과 근력을 동시에 키워 줘 정말 좋아요.” 김 씨는 지인들과 백패킹도 자주 한다. ‘오늘 떠날까?’하면 바로 모인다고. 백패킹은 등산 장비 및 야영 장비 등을 짊어지고 1박 이상의 하이킹 혹은 등산을 하는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팩패킹 코스는 설악산 마장터. 마장터 가는 길은 크게 강원 고성군 흘리 알프스리조트에서 마산봉을 넘어 대관령을 경유해 내려오는 코스와 인제군 용대리의 박달나무쉼터에서 올라가는 두 코스가 있다. 전자는 백두대간 능선에서 멀리 동해 바다와 내설악 줄기를 굽어보는 장관을 조망할 수 있고, 후자는 인제와 고성의 보부상들이 오갔던 마장터 옛길이라 더 트레킹에 집중할 수 있다. 김 씨는 보부상들이 오갔던 마장터 옛길을 좋아한다.“산은 언제나 가면 새로워요. 어느 계절에 갔느냐, 누구랑 갔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죠. 무엇보다 제가 가고 싶을 때 언제나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친구들이랑 가기도 하지만 혼자 갈 때가 더 행복해요.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저만을 느끼며 오를 수 있죠.” 환갑을 넘긴 그는 “지금 몸 상태가 최상인 것 같다. K2에도 도전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히말라야에 해발 6000m가 넘는 산이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가도 가도 새로운 곳”이라며 평생 히말라야를 누비겠다고 했다.“누군가에게 히말라야에 가보라고 하면 ‘기회가 오면 가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자기가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가 만들지 않는 한 기회는 절대 오지 않습니다. 맘먹으면 실행해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산을 좋아하면 히말라야는 꼭 가야 하는 곳입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2023-03-04 12:00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어머니 품 같은 백두대간, 히말라야 종주해 봤나요?”백두대간 종주 3회, 지리산 종주 80회, 히말라야 등반 12회…. 23세 때 우연히 북한산에 올라 산의 매력에 빠진 김원숙 씨(62)는 7월 세계 제2의 고봉(해발 8611m) K2 트레킹 가는 것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산 얘기만 나오면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가슴이 뛴다. “산에 가면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이 편해요. 언제든 나를 반겨 준다는 게 제일 좋아요. 산은 예약이 필요 없잖아요. 그냥 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죠.” 27세부터는 매주 산에 올랐고 38세 때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산을 다니다 보니 대한민국의 산을 다 알게 됐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바다에 이르는 백두대간, 백두대간과 함께 10대 강 울타리가 되는 산줄기 정맥, 정맥과 동일하게 보이는 산줄기 기맥, 대간과 정맥, 기맥을 제외한 산줄기 중 이름을 붙인 산줄기 지맥…. 그는 “백두대간 중 지리산이 가장 좋았다. 엄마 품속 같았다. 시간 날 때마다 종주를 했다. 설악산도 좋지만 나에겐 지리산이 더 끌렸다”고 했다. 산을 타며 건강이 좋아졌지만 백두대간을 타면서 몸이 더 탄탄해졌다고 했다. 하루 15∼20km를 8시간에서 10시간 걷고 나면 몸이 완전히 탈바꿈된다. 백두대간 종주 3회차는 2018년도에 끝냈지만 그 중간인 45세부터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산맥 등반을 시작했다. “같이 산에 다니는 분 중 히말라야에 빠진 분이 있어 함께하게 됐다”고 했다. “히말라야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죠. 히말라야는 환상적입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어서 해발 5000∼6000m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만 오르지만 걸으면서 보는 히말라야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신선이 된 느낌이랄까. 산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히말라야엔 가야 한다고 권합니다.” 김 씨는 유독 히말라야가 좋았다. 그는 “안나푸르나 쪽 갔다 오다 저쪽에 마칼루가 보이면 ‘다음엔 저기 가자’고 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2016년부터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17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GHT는 네팔 칸첸중가 쪽에서 시작해 중국 티베트 쪽까지 가는 트레일 코스다. 그는 “한 번에 약 45일간 5회로 끊어서 종주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몇 년 못 하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중국 티베트 쪽에서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다른 루트로 돌아오면서 종주를 완성하지 못했다. 내년에 마지막 퍼즐을 맞춰 종주를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 김 씨가 가장 높이 오른 산은 히말라야 임자체로 해발 6189m다. 일본 북알프스, 유럽 알프스 등 해외 유명 산맥도 다녀왔지만 히말라야 외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체력엔 문제가 없을까. 그는 “오래전부터 헬스와 수영을 했다. 산을 타기 때문에 체력엔 큰 문제 없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수영과 요가를 병행하다 지금은 요가만 하고 있다. 요가가 유연성과 근력을 동시에 키워줘 정말 좋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산을 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2011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아띠어린이산악회’를 운영했다. 매주 2, 4번째 주말 산행법을 알려주고 상반기 하반기 각 8회 이상 참여하면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지리산을 종주하는 아이들과는 에베레스트(칼라파트라), 안나푸르나, 랑탕을 다녀왔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산행”이었다고 했다. 그가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은 도봉산이다. 그는 “젊었을 때 가장 많이 간 곳이 도봉산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산”이라고 했다. “산은 언제나 가면 새로워요. 어느 계절에 갔느냐, 누구랑 갔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죠. 무엇보다 제가 가고 싶을 때 언제나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친구들이랑 가기도 하지만 혼자 갈 때가 더 행복해요.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저만을 느끼며 오를 수 있죠.” 환갑을 넘긴 그는 “몸 상태가 지금 최상인 것 같다. 히말라야에 해발 6000m 넘는 산이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가도 가도 새로운 곳”이라며 남은 인생에도 히말라야를 누비겠다고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3-03 03:00
“달리기가 좋아 대기업도 그만둬” 송주백 런컬렉션 대표가 마라톤에 빠진 이유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23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뒀다. 그 회사가 수입해 판매하던 스포츠용품 브랜드 ‘브룩스’ 사업 팀장을 맡아 달리기 시작했고, 회사와 계약이 끝나면서 그 브랜드를 국내에 계속 팔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송주백 런컬렉션 대표(49)는 어느 순간 ‘달리기 전도사’로 변신했다.“2019년 회사가 갑자기 저를 스포츠용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자리에 보냈습니다. 러닝화가 메인 제품이었습니다. 종류도 많았어요. 그런데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을 알아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어서입니다. 미국 본사에 갔는데 관계자들하고 대화가 안 됐습니다. 전혀 모르는 상태라…. ‘뭐 달리지도 않으면서 제품을 설명해 달라고 하나’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달리기에 미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도 달려야 했습니다.” 달리기의 ‘진정성’이라고 할까. 달리니 그들도 인정해줬다.“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한 남임경 코치를 영입해 달리기 팀을 만들었어요. 일단 저도 잘 달려야 했고, 사업팀 직원들도 달리기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만든 것입니다. 헤드헌터를 통해 남 코치를 영입했죠. 기초부터 제대로 배웠습니다.” 송 대표가 만든 크루가 ‘런업’이다. 2019년 11월 뉴욕마라톤에 출전해 42.195km 풀코스를 4시간30분에 완주했다. “엉망이었다.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완주의 기쁨은 엄청났다”고 했다.“풀코스를 계속 뛰고 싶었는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달릴 수 없었죠. 그래서 혼자서 버추얼 레이스를 2회 정도했죠. 그리고 지난해 10월 시카고마라톤에 출전했습니다. 3시간41분에 완주했죠. 그리고 11월엔 JTBC 마라톤에서 런업 회원들 4시간 페이스메이커로 활약했습니다.” 송 대표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 측에서 5년 계약을 끝으로 수입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는데 회사가 너무 수익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고 했다. 브룩스는 2006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돼 ‘워럿 버핏 운동화’로도 불린다. 송 대표는 전 회사 브룩스팀 시절 단일 브랜드로는 드물게 브룩스의 국내 매출을 수년 만에 100억 원대로 성장시켰다.“브룩스하고 계약을 추진해보고 계약이 안 되면 헤드헌터에 부탁해 다른 회사로 갈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거의 임원 되기 직전이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퇴사까지 한 6개월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계약을 안 한다고 하자 본사에서 제게 연락해서 맡아줄 수 있냐고 물어봤죠. 그래서 맡게 됐습니다. 올 1월부터 제가 수입해 팔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유인’이 된 그는 시간만 나면 달린다. 그가 지난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위해 만든 런업 풀코스 대비반 ‘언터처블(Untouchable)2’에서 매주 3일 달리고 개인적으로도 달린다. 주당 50km 이상 달린다. 3월 19일 열리는 2023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30(3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는 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소주 정예로 코치 1명당 9명, 총 18명의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일을 위해 달렸지만 달려보니 정말 좋았어요.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달리며 명상하는 것이죠.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것도 달리면서 결정한 겁니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전 세계의 도시로 여행을 다닐 수 있어 좋아요. 지금은 이렇게 좋은 달리기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습니다.” 2019년 뉴욕마라톤 출전 때 가족 모두가 함께 가 미국 뉴욕을 구경했다. 올 9월엔 베를린마라톤에 출전한다. 송 대표가 자주 달리는 곳은 서울 여의도 공원. 그는 “장거리를 달릴 때는 여의도 공원이 좋다. 장거리를 달리려면 중간에 물을 마셔야 하는데 여의도 공원은 한바퀴 2.5km라 물을 놓고 주기적으로 마시면서 달릴 수 있어 좋다. 마라톤 풀코스 준비하는 달림이들은 일요일 여의도 공원에서 20~30km를 달리는LSD(Long Slow Distance)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2월 4일 경북 울릉도에서 열린 OSK 트레일러닝이 첫 대회 출전이었다. 트레일러닝도 트레일러닝화를 알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전 그동안 도로만 달렸습니다. 산을 달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맛이 남다르더라고요. 남임경 코치가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에 출전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1km(UTMB), 100km(CCC), 145km(TDS), 300km(PTL), 55km(OCC), 40km(MCC), 15km(ETC), 15km(YCC) 등 8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출전하려면 UTMB가 지정한 다른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송 대표는 유튜브 ‘런업 TV’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 러닝 크루와 주요 러닝 대회, 스포츠 브랜드 러닝화 리뷰 등 달리기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채널이다. 맘껏 달리며 러닝 비즈니스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표방한 모토는 ‘Run Happy(행복하게 달리기)’다. 일반인이 즐겁게 달리기기를 바란다는 뜻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2-25 12:00
체육공단, 스포츠기업 투자전문 지원 프로그램 참여기업 모집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스포츠 스타트업 투자유치 역량 강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스포츠기업 투자전문 지원 프로그램(2023 K-Sports Acceleration)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 총 70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원기업으로 선정되면 스포츠 전문 육성기관(7개소)으로부터 올해 말까지 투자 유치 관련 컨설팅을 제공받는다. 또한, 기업별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평균 4500만 원의 지원금을 차등 지급 받는다.(최대 6750만 원) 참가 신청자격은 창업 7년 미만의 스타트업 기업은 모두 가능하다. 모집 기한은 3월 6일까지로 신청은 스포츠산업지원 홈페이지(spobiz.kspo.or.kr)에서 할 수 있다. 조현재 공단 이사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스포츠 기업들의 창업 초기 투자 유치에 도움을 주고 기업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라며, “앞으로도 공단은 스포츠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독려해 K-스포츠산업이 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스포츠기업 투자전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부터 209개 기업을 지원했으며, 지난해에는 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총 231억 원의 투자 유치를 도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2-20 10:46
“유해진의 이 선물, 디스크를 떨쳐냈다” 영화배우 진선규의 건강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두 번의 허리 디스크 수술은 그의 몸놀림을 제한했다. 어렸을 때 태권도와 합기도를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시절 애크러배틱 서클을 만들어 활동했다. 사회생활 하면서 복싱과 브라질 무술 카포에라까지 즐겼던 그로선 다소 답답한 삶이 이어졌다. 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범죄도시’ ‘극한직업’으로 유영한 영화배우 진선규 씨(46)는 디스크 수술 후유증을 달리기로 극복했고 이젠 산까지 뛰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2019년 ‘승리호’ 찍다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어요. 10여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수술이었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같이 영화를 찍던 유해진 선배(53)가 ‘신발 하나 사줄 테니 걷고 달려봐’라며 고급 트레일러닝화를 선물해줬어요. 그때부터 걷고 달렸습니다.” 처음엔 동네 뒷산을 걸었다. 걷다보니 달릴 수도 있었다. 달리다보니 근육이 생겨 허리도 좋아졌다. 그는 “ 무엇보다 달리면 즐겁고 몸에 활력이 생겼다. 내 몸에 딱 맞은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부터 달리기는 매일 꼭 달려야 하는 루틴이 됐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과거 함께 영화를 찍었던 고한민이란 후배의 조언을 받으면서다. 고한민 씨(40)는 연예계에서 달리기 마니아로 유명하다. 진 씨는 “그 친구는 매일 달리는 마라톤 전문가다. 내게 달리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해줬다”고 했다. 5km, 10km, 20km. 그는 “난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함께 하면 더 즐겁고 힘도 덜 들었다”고 했다. 알음알음 자연스럽게 크루(동호회)가 형성 됐다. 달리기를 즐기는 모임이다.“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입니다. 제가 함께 달리는 모임은 자연스럽게 마라닉을 하죠. 즐겁게 소풍가듯 달립니다. 전 영화 찍을 때도 매일 그 지역을 달려요.” 22일 개봉할 ‘카운트’를 경남 진해에서 찍은 4개월 동안도 매일 달렸다. 그는 “오랜만에 내 고향 진해를 구석구석 달리면서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km를 달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 및 TV 촬영을 위해 어딜 가든 달린다. 해외서도 마찬가지다. 달리면서 그 지역을 눈에 하나하나 담는다. “달려보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된 ‘텐트 밖은 유럽’을 유해진 씨와 함께 촬영하면서도 달렸다. 달리면서 체력이 좋아져 어떤 힘든 촬영도 즐겁게 버틸 수 있었다. 지난해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그는 “산을 달리면 내 호흡과 심박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지난해 여름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를 크루 멤버들하고 달렸어요. 그냥 함께 뛰어보자며 나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어요. 하지만 완주한 뒤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무와 꽃, 바위 등 자연과 함께 하는 느낌이 좋았죠.” 그때부터 트레일러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0년대 초반 사막과 남극 등 오지를 달려 ‘오지레이서’로 알려진 유지성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52)를 만나면서 산 달리기를 배우고 있다. 유 대표는 최근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유 대표가 강원도 영월군과 함께 지난해 12월 개최한 ‘2022 스타트 영월 에코하이킹대회’ 15.6km에도 참가해 걸었다. 지난해 10월엔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2시간1분28초에 완주했다. 산과 도로는 달리는 맛은 다르지만 완주의 기쁨은 같았다.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 감독과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완주했다. 달리다보니 마스터스마라토너를 지도하고 있는 권 감독도 1년 전 자연스럽게 만났고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진 씨는 지난해 가을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11월 대회를 앞두고 30km 장거리 달리기를 했는데 오른쪽 무릎 장경인대 부상이 온 겁니다. 허리가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하다보니…. 원래 디스크 탓에 왼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오른쪽에 힘이 쏠리다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풀코스 도전 대신 거리에서 회원들 완주를 응원했어요.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다시 도전하려고 했는데 역시 20km를 넘어가는 훈련을 하면 장경인대 쪽에 통증이 와서 포기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달리며 버틸 수 있는 한계를 현재론 20km로 규정했다. 그 이상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갔다. 그리고 바로 다시 초보자로 돌아갔다. 최근부터 권 감독의 도움을 받아 기초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권 감독님이 전신의 근육 균형을 맞춰 다시 달려야 부상이 없다고 권유했다”고 했다. 주 1,2회 권 감독 마라톤스쿨에서 달리기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진 씨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회만 되면 달리기의 매력을 얘기한다.“제가 언론 인터뷰나 방송에 나가서 얘기하다보면 어느 순간 달리기를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 제가 참 달리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만나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권유하고 있어요. 30분 달리는 게 쉽지 않지만 걷기부터 해서 조금씩 달리면 누구나 달릴 수 있어요. 그렇게 4주, 8주 하면 달리기의 희열을 느낄 수 있죠. 온전히 내 숨소리를 들으며 달려 땀을 흘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맑아져요.” 달리기가 왜 좋을까?“사람들이 물어요. ‘왜 힘들게 달리냐고?’ 그럼 30분만 달려보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모든 잡념을 잊고 온전히 나에 집중하며 에너지를 쏟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정말 내 발소리와 심장박동, 호흡 소리만 들려요. 바람이 ‘쉭’ 하고 내 몸과 머리에 있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흠뻑 땀 흘리면 심신이 리플레시됩니다.” 진 씨는 사막마라톤 출전도 꿈꾸고 있다.“유 대표님을 만나면서 사막마라톤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이지만 또 가고 싶다는 말에 놀랐죠. 사막과 산, 돌산, 개울을 달리는 재미가 좋다고 합니다. 사막의 밤하늘도 예술이라고…. 도심을 떠나 자연의 참맛을 느낀다나요.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어요. 산을 달려보니 알겠어요. 몸이 만들어지며 저도 꼭 사막마라톤에 도전할 겁니다.” 진 씨는 올 가을까지 몸을 만들어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막마라톤 도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카운트는 어떤 영화일까. 그는 “한 체육교사가 아웃사이더 아이들하고 복싱을 매개로 서로의 꿈을 공유하는 건강한 영화다. 달리는 장면이 많아 정말 건강하게 찍었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2-18 12:00
“허리 디스크로 약해진 몸, 달리기로 되살렸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영화배우 진선규 씨(46)는 2019년 ‘승리호’ 촬영 당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10여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수술이었다. 어렸을 때 태권도 합기도를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부터 애크러배틱도 하고 복싱도 즐기던 그는 수술 후 모든 움직임을 조심해야 했다. 그때 승리호에 같이 출연한 선배 배우 유해진 씨(53)가 “신발 하나 사줄 테니 걷고 달려봐”라며 고급 트레일러닝화를 선물해 준 게 계기가 돼 이젠 산까지 뛰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처음엔 동네 뒷산을 걸었죠. 걷다 보니 달릴 수 있었고, 달리다 보니 근육이 생겨 허리도 좋아졌죠. 무엇보다 달리면 즐겁고 몸에 활력이 생겨요. 제 몸에 딱 맞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때부터 달리기는 매일 해야 하는 루틴이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건 2년 전 함께 영화를 찍었던 후배 고한민 씨(40)의 조언을 받으면서다. 진 씨는 “그 친구는 매일 달리는 마라톤 전문가다. 내게 달리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해줬다”고 했다. 5km, 10km, 20km. 그는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함께 하면 더 즐겁고 힘도 덜 들었다”고 했다. 알음알음 자연스럽게 크루(동호회)가 형성됐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이다. 나와 함께 달리는 모임은 마라닉을 한다. 소풍 가듯 즐겁게 달린다. 난 영화 찍을 때도 매일 그 지역을 달린다”고 했다. 22일 개봉할 영화 ‘카운트’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찍는 4개월 동안에도 매일 달렸다. 그는 “오랜만에 내 고향 진해를 구석구석 달리면서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km를 달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와 TV 촬영을 위해 어딜 가든 달린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달리면서 그 지역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다. “달리다 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지난해 여름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를 크루 멤버들과 달렸어요. 그냥 함께 뛰어보자며 나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어요.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내 호흡과 심박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죠. 나무와 꽃, 바위 등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도 좋았어요.” 지난해 10월엔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2시간1분28초에 완주했다. 산과 도로는 달리는 맛은 다르지만 완주의 기쁨은 같았다.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 감독과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완주했다. 달리다 보니 마스터스 마라토너를 지도하고 있는 권 감독도 1년여 전 자연스럽게 만났고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진 씨는 지난해 가을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11월 대회를 앞두고 30km 장거리 달리기를 했는데 오른쪽 무릎 장경인대에 이상이 왔어요. 원래 허리 디스크 탓에 왼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오른쪽으로 힘이 쏠리다 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풀코스 도전 대신 거리에서 회원들 완주를 응원했어요.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다시 도전하려고 했는데 역시 20km를 넘어가는 훈련을 하면 장경인대 쪽에 통증이 와서 포기했습니다.” 진 씨는 다시 달리기 초보자로 돌아갔다. 권 감독의 도움을 받아 기초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권 감독님이 전신의 근육 균형을 맞춘 뒤 달려야 부상이 없다고 권유했다”고 했다. 권 감독의 마라톤스쿨에서 주 1, 2회 달리기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진 씨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다”며 기회만 되면 달리기의 매력을 얘기한다. 그는 “30분 달리는 게 쉽지 않지만 걷기부터 시작해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4주, 8주 하다 보면 달리기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온전히 내 숨소리를 들으며 달려 땀을 흘리고 나면 심신이 맑아진다”고 했다. 진 씨는 달리기 덕분에 카운트의 복서 출신 체육교사 역할을 잘 찍었다고 했다. “영화를 준비하며 하루 네다섯 시간의 복싱 훈련도 소화했다. 또 달리는 장면이 많아 정말 건강하게 찍었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2-17 03:00
정부, 스포츠 산업은 신 국가 성장동력…27년까지 100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문화체육관광부가가 스포츠 산업을 신 국가 성장 동력으로 보고 2027년까지 국내 스포츠 산업 규모를 100조 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1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2023년 대한민국 체육비전 보고회’를 열었다.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시도 및 시·군·구 체육회장, 생활체육 동호인 등 약 1600명이 참석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행사장을 찾아 체육인들을 격려했다. 이번 비전 보고회는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 및 민선 2기 시도 체육회장 당선 축하를 겸해 열렸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스포츠 산업은 새롭고 차별화된 성장 동인이다. 2021년 기준 64조 원인 스포츠 산업 규모를 2027년까지 100조 원 이상으로 키워 체육 현장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K-컬처와 스포츠의 융합, 스타 비즈니스 등으로 스포츠 산업을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진천선수촌을 찾은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체육인의 땀과 열정이 담긴 진천선수촌에서 비전을 공유하게 돼 기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 스포츠 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육성하겠다. 우리는 2차례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인프라도 최고의 선수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엘리트 스포츠가 세계 최고 수준이 돼야 한다. 국민 건강을 향상하고 양질의 복지를 추구하는 스포츠 복지 정책 추진할 것이다. 스포츠 인프라를 촘촘하게 확충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스포츠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대표 지원, 엘리트 체육의 성장을 위한 지역과 학교 스포츠 지원, 체육인 복지, 생활 체육 활성화 등 한국 체육에 관한 거의 모든 부문을 화두에 올렸다. 정부는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의 처우 개선, 은퇴 선수들을 위한 재정 마련, 엘리트 스포츠 인재 양성, 전 국민 생애 주기별 맞춤형 스포츠 활동 지원, 스포츠 클럽을 중심으로 한 생활 스포츠 확대 등도 ‘달성 과제’로 선정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체육회는 정부와 협력해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지원을 강화하고,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단체와 소통하고 협력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체육 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2023-02-14 15:23
“체력 안 져요”… 아들 둘 워킹맘은 오늘도 달린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워킹 맘’ 백은주 씨(43)는 요즘 트레일러닝으로 활력을 찾고 있다.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즐기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산을 달리는 묘미에 빠져 있다.“대학시절부터 치열하게 살면서 항상 운동을 놓지 않았어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살도 잘 붙는 체질이라 운동을 해야만 몸매 관리가 됐죠. 음식을 조절하며 덜 먹는 것으론 절대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죠. 주로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거나 러닝머신 위를 달렸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서도 이 루틴은 바뀌지 않았다. 아들 둘을 낳고는 더 운동에 매진했다. 늘어난 체중 감량과 스트레스 탈출을 위해서다. 특히 달리기가 좋았다.“전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코로나19로 실내 운동이 금지되면서 돌파구로 찾은 게 등산이었죠. 운동을 못해 몸이 근질근질할 때 집 근처 산을 올랐는데 살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산을 달리는 사람들을 봤고 저도 달렸죠. 자연스럽게 트레일러닝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서울 집 근처(서울 성동구 상왕십리) 아차산을 올랐고, 인왕산, 북악산 등을 찾았다. 2021년 여름부터 ‘올댓트레일’이란 크루(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 백 씨는 산이 주는 풍광보다는 엄청난 운동량 때문에 트레일러닝이 좋았다. 10km, 20km, 30km….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즐겨서인지 산을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더 즐거웠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토요일 북한산을 20~30km 달리고 일요일 다시 15~20km를 달리는 식으로 산을 누볐다.“트레일러닝이란 게 참 묘해요. 주말에 달리고 나면 월요일, 화요일엔 근육통 때문에 고생을 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말짱해져요. 이게 반복되니까 제 능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겁니다. 10km도 힘겨워했는데 어느 순간 50km까지 달리는 겁니다. 또 주말에 긴 거리를 달린 뒤 몸이 너덜너덜했는데 이젠 다음날 말짱한 거예요. 그 재미가 너무 좋았어요.” 달리다보니 대회 참가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지난해 6월 열린 하이원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42km에 출전해 10위를 했어요. 상위권 기록을 살펴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산을 탔죠. 지난해엔 주당 40~50km 산을 달렸어요. 달리는 재미도 있었지만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죠. 이왕 하는 김에 결과도 좋으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백 씨는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50K 53km부문에서 9시간38분25초로 여자부 3위를 했다. 그리고 그 1주일 뒤 열린 트레일온런 30km부문에서 4시간34분30초로 여자부 2위를 했다. 2주 연속 출전해 상위권에 올라 기뻤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무리한 탓에 햄스트링 손상을 입은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을 2주 연속 입상할 정도로 무리해서 온 증상이라며 대체 운동을 권했다”고 했다. 최근 백 씨가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이유다. 현재 즐기는 운동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운동을 하는 것으로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이라 한다. 특정 근육만 과도하게 써서 입을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는 훈련법이다. 마라톤마니아들이 사이클과 수영을 병행하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으로 연결된다. 백 씨는 5년 전 회사를 옮기면서 한 2년을 달리기에만 매달린 적이 있었다. 새 회사에 적응해야 했고 계속 되는 업무에 스트레스도 많았다. 점심시간에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달렸다. “아이들도 키워야 하고 회사일도 잘해야 하고…. 달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매일 10km를 달렸다. “그 전까진 매일 운동하진 않았다. 피곤했지만 쉬는 것보단 달리고 났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 그렇게 1년을 하자 체력도 좋아졌지만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달리기도 습관이 돼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운동이 긍정의 에너지를 줬어요. 운동한 뒤 에너지가 채워지니까 하루라도 안하면 몸이 반응을 해요. 그래서 매일 운동하게 됐죠.” 백 씨는 서른 살이 넘으면서 정말 힘든 시기였지만 달리기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20세부터 40세까진 엉덩이 붙이고 소파에 앉아서 쉰 적이 별로 없었어요. 또 지난 10여 년 동안은 제 삶이 없었어요. 열심히 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잘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제가 더 건강해야 했죠. 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려면 체력이 필요했죠. 그리고 사회생활 하는데 건강한 외모도 도움이 됐죠. 솔직히 한동안 전 살기 위해서 운동에 매달렸어요.” 지금은 “내가 원했던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첫째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5학년이 되니 저의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그렇다보니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에 여유가 생겨 그 시간을 잘 활용해 인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백 씨는 트레일러닝 전도사도 자처한다.“제가 운동하는 모습을 쭉 지켜본 친구 등 지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트레일러닝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어요. 트레일러닝이 잘 알려지지 않아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데 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겨울엔 산 달리기를 쉬는 계절이다. 눈이 내려 미끄럽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있다. 대신 주말에 눈 쌓인 산을 걸었다. 체력훈련으론 그만이었다. 2월 2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남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남산 2바퀴를 달리면 15km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각 1시간씩 하고 있다. 이젠 장거리 달리기도 시작한다. 3월 19일 열리는 2023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처음 42.195km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첫 풀코스 도전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싶어요. 트레일러닝대회에서 다시 입상하는 게 올해의 목표입니다. 사이클, 수영도 열심히 해 2종목씩 열리는 듀애슬론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론 철인3종도 완주할 겁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오는 만족감과 자존감이 저를 더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야 멋진 중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무리하진 않는다. 즐기는 게 최고의 목표다. 그는 “몸을 예쁘게 만들면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무리하게 달리는 분들의 경우 살이 너무 빠져 앙상하게 보였다. 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할뿐이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트레일러너들의 꿈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출전도 도전할 계획이다. 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1km(UTMB), 100km(CCC), 145km(TDS), 300km(PTL), 55km(OCC), 40km(MCC), 15km(ETC), 15km(YCC) 등 8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출전하려면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UTMB 포인트를 주는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 그에게 세상엔 온통 도전할 것투성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2-11 12:00
“회사 업무-육아 스트레스, 달리면서 훨훨 날렸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대학 시절부터 치열하게 살면서 항상 운동을 놓지 않았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살도 잘 붙는 체질이라 운동을 해야만 몸매 관리가 됐다. 음식을 조절하며 덜 먹는 것으론 절대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주로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거나 트레드밀 위를 달렸다. 외국계 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서도 이 루틴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달리기가 좋았다. 아들 둘 키우는 ‘워킹 맘’ 백은주 씨(4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살고 있다.“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코로나19로 실내 운동이 금지되면서 돌파구로 찾은 게 등산이었죠. 운동을 못 해 몸이 근질근질할 때 집 근처 산을 올랐는데 살 것 같았습니다. 그때 산을 달리는 사람들을 봤고 저도 달렸죠. 자연스럽게 트레일러닝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2021년 여름부터 ‘올댓트레일’이란 크루(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 백 씨는 산이 주는 풍광보다는 엄청난 운동량 때문에 트레일러닝이 좋았다. 10km, 20km, 30km….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즐겨서인지 산을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더 즐거웠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겼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달리다 보니 대회 참가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지난해 6월 열린 하이원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42km에 출전해 10위를 했어요. 상위권 기록을 살펴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산을 탔죠. 지난해엔 주당 40∼50km 산을 달렸어요. 달리는 재미도 있었지만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죠. 이왕 하는 김에 결과도 좋으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백 씨는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50K 53km 부문에서 9시간38분25초로 여자부 3위를 했다. 그리고 그 1주일 뒤 열린 트레일온런 30km 부문에서 4시간34분30초로 여자부 2위를 했다. 2주 연속 출전해 상위권에 올랐지만 후유증이 남았다. 무리한 탓에 햄스트링 손상을 입은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을 2주 연속 입상할 정도로 무리해서 생긴 증상이라며 대체 운동을 권했다”고 했다. 최근 백 씨가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이유다. 현재 즐기는 운동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운동을 하는 것으로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이라 한다. 특정 근육만 과도하게 써서 입을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는 훈련법이다. 마라톤 마니아들이 사이클과 수영을 병행하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으로 연결된다. 백 씨는 5년 전 회사를 옮기면서 2년가량을 달리기에만 매달린 적이 있었다. 새 회사에 적응해야 했고 계속되는 업무에 스트레스도 많았다. 점심시간에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달렸다. “아이들도 키워야 하고 회사 일도 잘해야 하고…. 달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매일 10km를 달렸다. “피곤했지만 쉬는 것보단 달리고 났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 그렇게 1년을 하자 체력도 좋아졌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고 했다. 겨울은 산 달리기를 쉬는 계절이다. 눈이 내려 미끄럽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있다. 대신 주말에 눈 쌓인 산을 걸었다. 체력 훈련으로는 그만이었다. 지난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남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남산 2바퀴를 달리면 15km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각 1시간씩 하고 있다. 이젠 장거리 달리기도 시작한다. 3월 19일 열리는 2023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는 처음으로 42.195km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풀코스 첫 도전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싶어요. 트레일러닝대회에서 다시 입상하는 게 올해의 목표입니다. 사이클, 수영도 열심히 해 2종목씩 열리는 듀애슬론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론 철인3종도 완주할 겁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오는 만족감과 자존감이 저를 더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야 멋진 중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2-10 03:00
“탈진했을때 새로운 에너지 넘쳐”…부상도 못 막은 ‘산 달리기’ 사랑[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해야 할까요? 산을 달리는데 어느 순간 가급적 긴 거리를 달리게 됐습니다. 산을 오르고 내리고 힘들지만 완전히 탈진했을 때 새로운 에너지가 몸속에 끓어 넘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는 산을 전투적으로 타고 있습니다.” 마쉬코리아에 근무 중인 정재원 씨(43)는 달리기과 클라이밍 마니아다. “내 최애 스포츠”라고 당당히 말한다. 클라이밍 하다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고 산을 달리다 왼쪽 무릎 측면 인대를 다쳤지만 그의 ‘산 달리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2015년쯤 일겁니다. 실내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다 떨어져 왼쪽 발목 인대 3개가 끊어 졌습니다. 병원을 찾았는데 두 곳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한 곳은 수술하면 다시 끊어지니 하지 말고 재활하자고 했어요. 전 후자를 택했죠. 한 1년 반 운동을 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발목을 강화하는 훈련을 많이 하게 됐고 부상이 없어야 운동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더 주의해서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정 씨의 달리기 사랑은 예비군으로 복학한 대학시절인 2003년 시작됐다. 그는 “해병대 갔다 온 친구가 함께 운동하자고 했다. 당시 술을 전혀 하지 못하던 때라 흔쾌히 따라 나섰다”고 했다.“그 즈음 대학 축제 때 5km 단축마라톤 대회가 열려 참가했는데 완주한 뒤 느낀 성취감과 희열이 저를 계속 달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쯤 스포츠브랜드들이 5km, 10km 단축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었고 적극 참가했습니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진 뒤 수업이 끝난 뒤 거의 매일 5~10km를 달렸다. 학교 캠퍼스와 서울 한강변을 주로 달렸다. 주말에는 20km 이상 중장거리를 달렸다. 그는 “술을 못 마셨기 때문에 저녁엔 늘 시간이 남았다”고 회상했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는 2007년 완주했다. 그해 가을 열린 대회에서 3시간47분대에 완주했다. 마라톤을 즐기던 그는 2011년 사막마라톤 등 극한의 오지를 달린 ‘오지레이서’ 유지성 OSK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52)가 쓴 ‘하이 크레이지’란 책을 보고 사막마라톤 완주를 결심했다. 하이 크레이지는 유 대표가 사하라와 고비, 아타카마 등 세계 3대 사막마라톤과 남극마라톤까지 완주하는 등 15번의 오지 레이스 4000km에 도전해 완주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정 씨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유 대표를 만났고 결국 2017년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했다. 고비사막마라톤은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힘겨웠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레이스였죠.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뛰면서 제가 어디를 뛰고 있고 잘 가고 있는 건지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습니다. 그런데 그런 막연함을 극복하고 골인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했던 정 씨는 사막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도 빠져 들었다.“그냥 산에 가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나무와 꽃, 풀, 바위, 개울…. 자연과 하나 된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사이에 끼어 있는 것보다는 산에 있는 게 좋잖아요.” 국내에서 열린 트레일러닝은 거의 빠지지 않고 다 뛰었다. 코리아 50K, 노스페이스 TNF 100, 서울 100K(서울 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 50km, 서울둘레길 157km. 트렌스제주 트레일러닝 100km…. 서울둘레길 157km는 36시간에 완주했다. 21km를 달리며 온갖 장애물을 넘는 스파르탄레이스 비스트도 두 차례 완주했다.“제가 국내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은 거의 다 완주했는데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는 두 번 출전해 다 포기했습니다. 2021년엔 80km에서 포기했습니다. 40km쯤에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쳤는데 참고 달리다 극한 상황에서 포기했죠. 인대 파열은 나중에 병원에 가서 알았습니다. 지난해에는 회사를 옮기고 하는 과정에서 운동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나갔다가 60~70km쯤에서 자체 포기했어요. 천천히 달리면 완주는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완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멈췄죠.”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는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9개봉을 달리는 아주 힘든 레이스다. 누적 상승고도가 9000m가 넘는다. 그는 주말엔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5산 종주 45km를 훈련 삼아 11시간에 달릴 정도로 철각을 과시했었는데 유독 울주에서만 그의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하지만 조만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도 정복할 계획이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한다.“올해는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뒤 8월엔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출전합니다. 사실 UTMB는 2020년 출전권을 획득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년간 못 가다 이번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동아마라톤의 목표는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 달성이다. 3시간37분이 풀코스 최고기록이니 7분 넘게 줄이면 된다. UTMB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정 씨는 이번에는 OCC부문에 출전한다. OCC는 이벤트로 당첨됐고 170km 출전을 위해 포인트를 쌓을 계획이다. UTMB는 각국에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정 씨는 2010년부터는 크라이밍도 병행하고 있다.“중국에서 사업하는 친구를 보기 위해 상하이에 갔습니다. 제 친구가 클라이밍을 즐기더라고요. 그래서 따라 해봤는데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성취감도 큽니다. 그래서 달리기와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태국과 스페인 등 크라이밍 명소에 가서 오르기도 했다. 실내외에서 즐기던 그는 2015년 사고이후엔 주로 실내에서만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그는 “트라우마가 생겨 야외에서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클라이밍의 짜릿함은 잊을 수 없어 실내에서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다니다보니 요즘은 매일 운동하지는 못한다. 화요일(와우산 30)과 목요일(찰스런 남산달리기) 퇴근한 뒤 동호회 회원들하고 함께 달린다. 주말에는 긴 거리의 산을 주로 달린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훈련량을 높인다.“주말엔 집(경기도 고양시 일산) 근처 정발산과 호수공원을 주로 달립니다. 한양도성길도 달리고 불수사도북 5산도 달리고….” 부상당하지 않게 집에선 케틀벨 스윙으로 코어근육을 키워주고 있다. 아직 장애가 남아 있는 왼쪽 발목 보강운동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다친 경험이 더 몸을 조심하게 한다”고 했다. 클라이밍에 중요한 턱걸이 훈련도 틈틈이 한다.“언젠가 나이 들면 지금같이 달릴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나이에 맞게 속도나 강도를 낮추면 됩니다. 달리기의 희열, 평생 느끼면서 살고 싶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2-04 12:00
“우울증 탈출에 최고”…‘디바’ 비키의 스트레스 해소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제 아들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최근 3개월간 8kg을 감량해서 놀랐어요. 좀 통통해 걱정했는데 엄마가 운동하며 몸매 관리하는 것을 보고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사춘기라 잘 얘기하지 않는데… 엄마가 열심히 운동해 복근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좀 창피했었다고 하더군요. 매일 줄넘기 2000개씩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까지 병행했다내요. 이젠 저도 더 이상 숨지만은 않을래요.”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로 활동했던 김가영 씨(45)는 운동을 통해 은둔형 삶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동안 내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디바 해체의 충격과 둘째를 낳은 뒤 찾아온 산후 우울증을 달리기로 극복한 뒤 운동 마니아가 됐는데, 자신을 모델 삼아 열심히 땀을 흘리는 아들을 보고 더욱 운동에 매진하게 된 것이다. 김 씨의 올해 목표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와 트레일러닝 완주다. 김 씨에게 운동은 삶의 오아시스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산 그는 ‘스포츠 천국’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고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 걸그룹 활동할 때 체력보강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의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진정한 운동은 2003년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러닝 팬츠 협찬을 받고 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옷이 너무 예뻐 그걸 입고 무작정 서울 한강변을 달렸는데 날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그 때 짧은 팬츠를 입고 바람 맞으며 달린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그 때부터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뒤 공원을 매일 달렸다. 그는 “한 5km 정도를 달렸는데 달린 뒤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고 했다.“사람들을 피해 살고 있었고 가족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웠어요. 제 생활은 겉은 화려한데 속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았죠.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달리니 해소가 되는 겁니다. 어느 정도 기량이 좋아지면서 여성마라톤대회와 각종 스포츠브랜드 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달리기는 트레이너에게 주 3회 받는 웨이트트레이닝 PT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분전환이 확실하게 됐다. 사실 웨이트트레이닝 PT는 춤을 더 잘 추기 위한 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마지못해 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가끔 등산을 하던 그는 북한산에 가서도 달렸다. “성북동, 불광동 코스를 자주 갔는데 걸어서 올라가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했다. 그래서 뛰어 올랐다. 힘들지만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할까,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오는 쾌감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산을 달리고 내려오면 생각도 정리가 된다. 산은 내게 철학적인 의미도 던져줬다. 내가 가는 산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색은 바뀌지만 같은 계절이 오면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우직하게 변치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산을 타다보니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죠. 콘서트 1시간 반 두 시간 하고 나면 두 친구는 기진맥진하는데 전 생생했어요. 춤을 추면서도 달리기를 병행하니 체력도 좋아졌고 그게 저를 더 운동에 빠져 들게 한 것 같습니다.” 2006년 혼자 방송활동하면서 한 3년은 더 달리기에 매달렸다. 2013년 둘째를 낳을 때까지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간헐적으로 하던 그는 2015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서울에서 외딴 경기도로 이사까지 가다보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친정 식구는 미국에 살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남편은 만날 바빴어요. 솔직히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독박육아를 하다보니 너무 우울했어요. 사실 그 때 상황에서 병원을 찾았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그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운동이었어요. 동네 요가클래스 선생님이 알려준 보디웨이트(자기 몸을 활용한 웨이트)로 운동을 했죠. 운동은 진짜 힘든 삶 속의 오아시스였습니다. 그 때 요가 선생님과 교감하며 운동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재미도 붙었죠. 아기가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하면 아기를 안고 스쾃을 하기도 했죠. 운동으로 치유됐다고 봅니다.” 김 씨는 2017년 지인의 권유로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파르탄레이스 13km에 출전해 완주한 뒤 크로스핏도 접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대회장에서 과거 운동할 때 만났던 친구들도 보니 신났죠. 은둔형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죠. 그 친구들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저도 시작했죠.”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도 지구력까지 향상 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김 씨는 2020년 경기도 용인 수지로 이사 가면서 철인3종하는 이순철 수영 코치(45)를 만나 수영을 배웠고 지난해 말부터는 철인3종 완주를 위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달리기 1시간, 수영 1시간씩 하고 있다. 그는 10km를 58분에 완주한다. 과거엔 53분에 달렸다고 했다. 가끔 산도 달린다. 산은 경기도 광교산, 청계산을 주로 달리고, 수원성곽을 달리기도 한다.“코치님이 지난해 말부터 다른 운동 다 끊고 달리기와 수영에만 집중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3개월 만에 3kg에 더 빠진 거예요. 전 계속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더 빠질 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빼는 데는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코리아 50K,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카이러닝,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등 트레일러닝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이젠 다양한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 가정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항상 도전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이제 나를 드러내놓을 생각이다. 내 연령대 여성분들에게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운동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코치를 만나면서 다양한 동호회에 가입해 운동하고 있다. 과거 은둔형에서 변신하고 있다.“사실 올해 가장 첫 목표는 3월 열리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입니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직 어렵고 하프코스를 릴레이로 달리는 부문에 신청했어요. 동아마라톤 완주하고 트레일러닝과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해 완주하겠습니다.”용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1-28 12:00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걸그룹 해체와 출산 후 우울증, 달리기로 극복했어요”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로 활동했던 김가영 씨(45)가 ‘운동 전도사’로 변신했다. 디바 시절부터 달리기를 즐긴 그는 그룹 해체에 따른 상실감과 둘째를 낳은 뒤 찾아온 우울증을 달리기로 극복한 뒤 운동 마니아가 됐다. 요즘은 자신을 모델 삼아 열심히 땀 흘리는 아들을 보고 운동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제 아들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최근 3개월간 8kg을 감량해 놀랐어요. 좀 통통해 걱정했는데 엄마가 운동하며 몸매 관리하는 것을 보고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줄넘기를 매일 2000개씩 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까지 했다네요.” 김 씨는 “그동안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올해 목표는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와 각종 트레일러닝 완주다. 김 씨에게 운동은 삶의 오아시스였다. 디바로 활동하던 2003년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러닝 팬츠 협찬을 받고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그는 “옷이 너무 예뻐 그걸 입고 무작정 서울 한강변을 달렸는데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그때 짧은 팬츠를 입고 바람 맞으며 달린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뒤 공원을 매일 달렸다. 그는 “한 5km 정도 달렸는데 달린 뒤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고 했다. “사람들을 피해 살고 있었고 가족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웠어요. 제 생활은 겉은 화려한데 속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았죠.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달리니 해소가 되는 겁니다. 어느 정도 기량이 좋아지면서 여성 마라톤대회와 각종 스포츠 브랜드 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걸그룹 활동을 하면서 트레이너로부터 주 3회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기도 했지만 달리기가 주는 맛은 달랐다. 기분 전환이 확실하게 됐다. 가끔 등산을 하던 그는 북한산에 가서도 달렸다. “성북동, 불광동 코스를 자주 갔는데 걸어서 올라가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했다. 그래서 뛰어 올랐다. 힘들지만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할까,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오는 쾌감이 좋았다. 산을 달리고 내려오면 생각도 정리가 된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했다. 2006년부터 혼자 방송 활동을 하면서 한 3년은 더 달리기에 매달렸다. 2009년 결혼했고 2013년 둘째를 낳을 때까지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간헐적으로 하던 그는 2015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육아 고민으로도 힘들었는데 서울에서 좀 외딴 경기도로 이사까지 가다 보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 그때 동네 요가클래스 선생님의 권유로 보디웨이트(자기 몸을 활용한 웨이트)로 운동했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7년 지인의 권유로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파르탄레이스 13km에 출전해 완주한 뒤 크로스핏도 접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대회장에서 과거 운동할 때 만났던 친구들도 보니 신났죠. 은둔형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죠. 그 친구들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저도 시작했죠.”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 지구력까지 향상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김 씨는 2020년 경기 용인시 수지로 이사를 가며 철인3종을 하는 이순철 수영 코치(45)를 만나 수영을 배웠고 지난해 말부터 철인3종 완주를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코리아 50K 등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이젠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가정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항상 도전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숨지 않고 저를 드러내 놓을 생각입니다. 제 연령대 여성분들에게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운동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1-27 03:00
'64세 청년' 조웅래, 대한민국 한바퀴 5228km 최초 완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달리기 마니아’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4)이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 한바퀴 5228km를 완주했다.조회장은 26일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 30여km를 달려 고성통일전망대로 들어왔다. 2021년 12월 3일 고성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평균 45km를 달려 116일차, 518시간 57분59초 만에 사상 처음 한반도를 둘레를 달려서 완주했다. 그는 동해안 해파랑길(750km), 남해안 남파랑길(1470km), 서해안 서해랑길(1800km), DMZ 평화의 길(524km) 등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조성한 코리아 둘레길에 더해 제주도 한바퀴(220km), 육지와 교량으로 연결된 주변 섬과 해안선(436km) 등 5200km를 목표로 달렸다. 조 회장이 만든 대한민국 한바퀴다. 조 회장은 달리다보니 당초 목표로 했던 5200m에 모자랄 것 같아 중간에 울릉도 한바퀴(42km)까지 돌아 총 5228km를 달렸다.조 회장은 “60세 중반에 남이 가지 않는 길을 두 발로 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침체 영향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회사 일도 잘 안 풀리고 내부에 안 좋은 일도 있어 내 자신이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뜀박질에 나섰다. 땀을 흘리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완주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달리다보니 무슨 엉뚱한 짓이냐고 하던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나를 따라 도전해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60세 중반인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도 큰 자부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조 회장은 달리는 형님들을 따라 2001년 동아일보 경주오픈마라톤에서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80회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다. 그는 “풀코스 첫 도전인 경주오픈마라톤에서 무리하다 35km에서 포기한 게 지금까지 달리는데 큰 교훈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절대 무리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몸에 이상이 있으면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장정에서 3차례 중도에 질주를 멈췄다고 했다.하지만 조 회장은 언덕을 오를 때 절대 걷지 않았다. 그는 “한번 걸으면 또 언덕이 나오면 걷고 싶어진다. 이번 폭염에 30km 지점에서 서고 싶었지만 그럼 다음에 또 선다. 그래서 속도를 늦추고 어떻게든 43~44km를 완주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극복하면 자신감을 얻는 법”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코로나19와 경제 심체로 어렵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던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5일 체감온도 섭씨 영하 30도가 넘는 가운데서도 DMZ 43km를 달렸다.“제가 이렇게 뛸 수 있는 원동력은 23년간 달린 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달리고 나면 요가를 1시간 합니다. 요가는 근육을 풀어주면서도 단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 맨발로 황톳길과 흙 운동장을 걸어 몸에 나쁜 기운을 따 뺍니다. 이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못 달립니다.”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접지효과(Earthing)로 활성산소가 빠져 나가고 마사지 효과도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2006년 사재를 털어 조성한 계족산 황톳길(14.5㎞)을 맨발로 거의 매일 달리고 사무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근육을 풀어주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조 회장은 “90세에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게 꿈이다. 꾸준하게 몸을 만드는 이유”라며 활짝 웃었다.조 회장은 이날 한국기록원으로부터 ‘대한민국 한바퀴 국내 최단시간 완주’ 증서를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 한바퀴를 최초 및 최단 시간에 완주한 기록을 공인받기 위해 한국기록원에 정식 기록 등재를 신청했고, 모든 구간 거리 및 경로 등이 표시된 지도와 일지, 기록 관련 문서, 제3자 확인서, 사진, 영상 등을 전달했다. GPS로 기록한 모든 코스도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할 생각이다.고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1-26 15:09
“둘째 출산 후 22kg 감량” 아들 셋 가정주부 진은주 씨의 건강관리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2013년 쯤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 충격을 받았어요. 일찍 결혼 탓에 미혼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왜 이렇게 살이 찐 거야’라며 놀라워했어요. 그동안 체중이 좀 늘었지만 비만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날씬한 친구들을 보니 비교가 됐습니다. 결혼식에서 돌아온 뒤 바로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먹었죠.” 아들만 셋을 키우는 가정주부 진은주 씨(42)는 둘째가 3살이 되던 2013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일단 무작정 달렸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였다. 아이들 재우고 집(경기도 수원) 근처 만석공원을 밤 12시에도 달렸다. 피트니스센터도 등록했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에 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둘째 낳을 때쯤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애만 키우다보니 체중이 불어 있었다. 집에서 돌보던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할 시간을 만들었다.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진 씨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웨이트트레이닝도 했지만 당시 인기 있었던 스피닝자전거를 타는 그룹 운동을 주로 했다.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했다. 그렇게 한 6개월 정도 했을 때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1년여가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려 22kg을 감량했다. 그는 “건강해지자 운동이 즐거웠다. 살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었다”고 했다. 진 씨는 2016년 셋째를 낳은 뒤에도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몸조리를 한 뒤 운동도 계속 하기도 했지만 과거처럼 많이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첫째, 둘째 때는 엄청나게 먹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그렇게 많이 먹질 못하겠다. 금방 살이 찌기 때문에 유지하려면 또 운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 씨는 2018년 쯤 우연히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푸른숲길 달리기에 참가하면서 트레일러닝에 빠져 들었다. 그는 “도로와 공원만 달리다 자연 속을 달리는 느낌이 새로웠다. 나무와 꽃, 바위, 개울 등으로 보고 달리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과 여행가서 산을 달렸다. 2019년 초 겨울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로 가서 화이트트레일 인제를 달렸고, 6월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카이러닝에도 가족들과 함께 가서 달렸다. 그해 9월 거제지맥 트레일러닝에도 가족들과 함께 했다. 진 씨는 “인제와 하이원에선 큰 아들과 10km 정도의 짧은 거리를 함께 달렸다”고 했다. 진 씨는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외 운동에 제약을 받자 더 산에 매달렸다. 집에서 스피닝 자전거를 타거나 집 근처 광교산을 자주 찾았다. 코로나19에도 등산은 제한이 없었다. 그는 “산을 달리다보니 장거리 트레일러닝에도 참가하고 싶었다”고 했다. 2020년 10월 하이트레일나인피크울주(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 105km에 참가했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9개봉을 달리는 아주 힘든 레이스다. 누적 상승고도가 9000m가 넘는다. 그는 “솔직히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도 몰라서 평소대로 집에서 운동하며 광교산을 1시간 씩 달렸다. 대회에 참가해 65km 지점에서 포기한 뒤 그 때 훈련이 ‘턱도 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나인피크울주 완주를 포기하고 실망하고 있을 무렵 집안에 힘든 일이 생겼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 때부턴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달리기에 더 몰두 했습니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참가신청을 한 뒤 완주하기 위해 거의 하루에 5시간 이상 운동했습니다.”‘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 5산 종주’ 45km를 20시간에 2회 완주하기도 하는 등 대회 출전 전까지 5산을 5차례 훈련 삼아 달렸다. 한겨울 섭씨 영하 17도에도 달렸다. 여름 폭염도 그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안 달렸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몸을 힘들게 하니까 마음이 좀 진정됐다”고 했다. 실제로 진 씨는 운동을 통해 정신 건강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은 불안(스트레스)을 떨치게 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심박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일종의 타임오프(Time Off·휴식) 효과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하여 안정감과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 좋아져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2021년 10월 나인피크울주를 33시간18분04초에 완주했고 여자부 7위를 했다. 그는 “완주만으로도 기뻤는데 상위 성적까지 내서 더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장거리 트레일러닝 대회 출전은 자제했다. 2022년 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100마일 대회도 출전하려고 준비했었는데 중간에 포기했다. 그는 “더 이상 힘들게 달리는 게 싫었다”고 했다.“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제 몸을 보니 너무 혹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늙어 보였어요. 생각해보니 선크림을 바르긴 했지만 폭염 속에서도 운동했으니…. 발목 등 부상도 많았어요. 그 때부턴 즐겁게 건강하게 운동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 씨는 요즘 하루에 2시간 운동한다.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주 1, 2회는 광교산을 달린다. 그는 “지금은 몸속 나쁜 노폐물을 뺀다는 기분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진 씨는 운동을 시작한 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완주를 위해 운동할 때를 빼고는 하루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 하는 루틴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UTMB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가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그는 “171km는 못 달리고 55km 정도를 여행하듯 달리고 싶다. 올핸 UTMB 포인트를 주는 트레이러닝 대회에 출전하려 한다”고 했다. 진 씨는 4월 열리는 코리아 50K와 5월 열리는 제주국제트레이러닝 50km에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포인트가 쌓이면 내년 UTMB에 출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2023-0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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