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바라본 패션 시장, 패션 스타트업의 도전장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4월 2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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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테크(Fashion Tech).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다. 인터넷의 발전, 무선 네트워크의 보급, 모바일 기기의 보급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신기술은 패션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빅데이터, 인공기술을 활용해 패션 트렌드를 분석하고 추천한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 물류 과정을 단순화하고, 심지어 소비자가 직접 패션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른바 융복합이다.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작점은 '기술적 사고'다. 패션 업계의 크고작은 문제를 IT 시각으로 풀어낸다. 기술을 활용하고 적용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개발자들이 패션 시장 뒤에 자리해 '명품', '여성패션', 'B2B마켓', '플랫폼' 등 각 전문 분야별로 무장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함께 패션 브랜드를 만든다, 트랜쇼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 성장은 눈부시다. 2018년 기준, 6,339억 달러 규모로 전세계 최대 규모다. 14억 명이 넘는 중국 인구, 빠르게 발전한 IT 기술의 발달은 이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2015년 설립한 핑두오두오(PINDUODUO)는 불과 2년만에 미국 나스닥에 16억 3,000만 달러 규모로 상장했다. 2018년에 이르러 타오바오(Taobao)와 징동닷컴(JD.com)에 이어 중국내 3번째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이하 이커머스) 업체로 성장했다.

< 3년간 1,333% 성장을 기록한 핑두오두오, 출처: 트랜쇼 >
< 3년간 1,333% 성장을 기록한 핑두오두오, 출처: 트랜쇼 >
핑두오두오를 주목하는 이유는, 독특한 판매 방식에 있다. 지마켓, 쿠팡, 아마존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는 사뭇 다르다.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소개하고, 인플루언서와 공감하는 팔로워가 제품을 '신뢰'하며 구매한다. 사실 이미 우리는 인플루언서, 왕홍, KOL(Key Opinion Leader) 등으로 불리는, 미디어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 애용하는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팬 심리와 비슷하다.

인플루언서가 단순히 홍보/마케팅적으로 광고비를 받고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이를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결합한 전자상거래라는 뜻에서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라고 설명한다.

< 트랜쇼를 통해 개인 브랜드를 런칭한 인플루언서 예시/ 출처=트랜쇼 >
< 트랜쇼를 통해 개인 브랜드를 런칭한 인플루언서 예시/ 출처=트랜쇼 >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SNS 속 유명 인플루언서는 팔로워에게 하나의 미디어이자 채널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데 개성, 취향 등이 중요해지면서, 공감과 신뢰에 기반한 (인플루언서의) 제품 추천이 구매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글로벌 판매 1위, 국내 판매 1위 제품보다 내가 따르고 공감하는 사람의 추천 제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의 변화다.

트랜쇼는 인플루언서와 함께 B2B2C 플랫폼을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이다. 디자이너 브랜드, 서울 동대문 등에서 유통되는 도매 제품 등을 인플루언서와 함께 소개하고, 판매한다. 트랜쇼는 자사의 서비스를 'SNF'라고 설명한다. SNF는 'SNS 상에서 패션(Fashion)을 매개체로 인플루언서들이 팬(Fan), 팔로워(Follower) 등과 소통하고 즐기는(Fun) 것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 트랜쇼와 SNF 브랜딩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출처: 트랜쇼 >
< 트랜쇼와 SNF 브랜딩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출처: 트랜쇼 >
트랜쇼 공동창업자이자 최고마케팅경영자(CMO) 이석기 이사는 "패션 제품을 인플루언서와 함께 판매한다. 인플루언서가 각각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과 같다. 트랜쇼는 쉽지 않은 브랜드 런칭을 돕는 것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인플루언서와 소비자가 공감하고 소통하는 SNF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최저가 명품을 판매한다, 트렌비

트렌비는 전세계 명품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글로벌 편집샵, 해외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몰 등 200개 이상의 웹사이트 셀러들을 검색해 약 150만 제품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아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스타트업이다. 똑똑한 소비다.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디지털 세상 속으로 명품을 들고 왔다.

트렌비 박경훈 대표는 "명품을 사기 위해 더 이상 백화점을 헤메지 말라"고 말한다. 온라인 명품구매 시장이 그 만큼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전세계 항공권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는 스카이스캐너와 같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최저가 명품을 제공한다.

< 같은 제품이지만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가격, 출처: 트렌비 >
< 같은 제품이지만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가격, 출처: 트렌비 >
트렌비 박 대표는 명품을 모르는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원 소프트웨어 공학 석사 출신으로, 지난 2005년에 최연소 마이크로소프트 MVP를 수상했다. 유럽에서 공부하던 도중, 명품은 각 국가마다 가격차이가 크고,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소비 유통되는 것에 의문점을 가졌다고. 즉, 오프라인에서만 공유되는 정보를 IT 기술로 풀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트렌비가 탄생했다.

< 트렌비 박경훈 대표, 출처: IT동아>
< 트렌비 박경훈 대표, 출처: IT동아>
박 대표는 "명품은 가격과 정보의 편차가 심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찾고 구매하는 기간이 길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찾아주고, 어디와 비교해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여기서 시작했다. 메타서치 모델과, O2O 모델을 결합해 트렌비를 탄생시켰다"라고 말한다.

트렌비가 제공하는 '세일스캐너' 서비스는 가장 저렴한 세일 상품을 골라주고, 품절된 명품이나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명품을 찾아준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검색엔진 '트렌봇'이 국경을 넘어 하루 3번 세일가 등 상품 정보를 수집한다. 사이즈와 옵션, 복잡한 환율 계산 등을 자동 분류 제공해 해외직구 번거로움도 없앴다.

이 같은 장점으로 트렌비는 지난해 총거래액 451억 원을 달성, 창립 첫해인 2017년 총거래액 91억 원 대비 5배 성장했다. 전체 누적 거래액은 설립 2년 반만에 700억 원을 돌파했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패션 쇼핑 앱, 지그재그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가 여성패션 시장이다. 크로키닷컴이 서비스하고 있는 패션쇼핑 앱 '지그재그'는 여성 패션 쇼핑 앱 중 1위다. 동대문 기반 쇼핑몰들을 모바일로 쉽게 방문하고 쇼핑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현재 3,700여개 여성 패션 쇼핑몰을 한데 모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 지그재그, 출처:지그재그>
< 지그재그, 출처:지그재그>
'스타일난다', '육육걸스'와 같은 대형 쇼핑몰부터 소규모 쇼핑몰까지, 동대문 기반 여성 쇼핑몰을 인기순/연령별/스타일별로 분류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패션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고민했다. 즉, 사용자 경험이다. 모바일에 최적화한 사용자 경험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지그재그는 선호 쇼핑몰, 관심 상품, 구매 이력 등 소비자 사용 패턴 데이터를 축적해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 맞춤형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 2017년 12월, 첫 비즈니스 모델인 개인 맞춤형 광고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19년 10월, 'Z결제'를 출시하며 통합 쇼핑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는 동대문 시장을 접하면서 창업을 생각했고, 2015년 지그재그를 출시, 2016년 30억 원을 투자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1년만에 70억 원을 투자유치한 바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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