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治外法權지대 아니다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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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125명의 사생활을 수록한 ‘X파일’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인들의 명예와 인격을 송두리째 짓밟았다. ‘아무개 탤런트는 동성연애자’이고, ‘아무개 여배우는 남자관계가 어지럽다’ 같은 내용이 인터넷의 바다에 오르면 해당 연예인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연예가에 떠도는 풍문(風聞)을 모아 놓아 실제와 다른 내용이 많겠지만 설령 사실로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공개해서는 안 될 내용들이다. ‘X파일’을 작성해 소홀하게 다룬 회사의 잘못도 크지만 맨 처음 인터넷에 공개한 누리꾼(네티즌)은 명예훼손죄를 면하기 어렵다.

인터넷은 담도 없고 국경도 없다. 일단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면 빛의 속도로 확산된다. 활짝 열린 공간에 인기 연예인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내용을 올려놓은 사람은 ‘인격 테러범’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예인은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 침해를 감수해야 하는 공인(公人)이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거리낌 없이 인격 테러를 가해도 되는 대상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자료를 다루는 국가기관, 기업, 단체, 개인 모두에게 교훈을 준다. 공개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자료를 인터넷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방화벽을 이중 삼중으로 쳤더라도 해킹 당할 개연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방패를 튼튼하게 만들더라도 곧 그 방패를 뚫는 창이 생기는 곳이 사이버 세계다.

피해를 본 연예인 59명이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신속 엄정한 수사를 통해 무분별한 누리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개적인 공간에 글이나 자료를 올리는 행위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인터넷은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을 마구 올려도 괜찮은 치외법권(治外法權) 지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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