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MS매각 백지화]완전회생까진 『산넘어 산』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10분


20일 한글과컴퓨터사가 아래아한글살리기운동본부의 투자제의를 받아들임으로써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 넘게 계속된 아래아한글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됐다.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2백50억원 투자를 거부하는 대신 1백억원의 회생자금을 받고 운동본부측과 손을 잡았다. MS의 도움을 받아 아래아한글을 버리고 당장 경영을 정상화하는 쉬운 길보다 추정가치가 1조원을 넘는다는 아래아한글의 생존에 미래를 거는 선택을 한 셈이다.

이에따라 한컴은 MS가 제시한 투자조건이 운동본부의 인수조건보다 훨씬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운동본부측의 제의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15일 한컴과 MS의 투자유치합의 발표 이후 아래아한글사용자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아래아한글 살리기 서명운동이 불붙기 시작한데 이어 한국벤처기업협회 한글학회 등 20여개 단체가 아래아한글지키기운동본부를 결성해 조직적인 국민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운동본부측은 이달초 상황반전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무한기술투자 한국기술투자 등 3개 창업투자회사를 통해 70억원의 인수자금을 조성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한컴에 공개인수를 제의했다.

한컴이 MS와 운동본부의 투자제의안을 동일선상에 놓고 새롭게 검토한 시점도 바로 이때부터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도 외자투자유치방침과 시장경제논리를 강조하면서 MS와의 계약에 동조하는 듯 한 입장을 나타내 MS와의 최종 계약이 굳어지려는 상황이었다.

한컴측은 제헌절(17일)이 낀 연휴속에 두가지 안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논의를 거듭한 결과 당장 1백50여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는 MS와의 계약보다 운동본부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MS의 시장독점전략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저항운동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좌절되는 쓰라림을 맛보게 됐다.

그러나 한컴의 앞날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

한컴이 경영난에 봉착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에 한컴이 1백억원의 긴급수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1,2년 이내에 제2의 아래아한글사태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MS측과의 투자유치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MS워드의 도전이 더욱 심화되고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자본에 불신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커졌다.

〈김학진·김상훈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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