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벗’ 백종환 씨, ‘소리로 읽는 책’ 출간

  • 입력 2006년 8월 5일 0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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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재활병원을 짓고 싶다는 백종환 씨.
장애인 위한 재활병원을 짓고 싶다는 백종환 씨.
국내 최초로 소리로 읽는 동화책 ‘작은 세상’을 출간한 ‘에이블뉴스’ 백종환(46) 발행인 겸 편집국장을 만나기 위해 8월 4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백 국장은 지난 3월 22일 시각장애인을 위해 세계 언론 사상 처음으로 ‘소리로 읽는 기사’를 서비스해 화제를 모았다.

‘소리로 읽는 기사’는 휴대용 플레이어인 ‘보이스아이 메이트’를 ‘보이스아이 심벌’(바코드) 위에 올려놓으면 기사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번에 출판된 ‘소리로 읽는 동화책’도 마찬가지 시스템이다.

장애인에게 정보는 자립의 기본

“장애인에게 정보는 자립의 기본이 되는 자산이에요. 그런데 장애인들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은 말할 필요도 없죠."

백 국장은 장애인의 딱한 사정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신문을 제작했고, 읽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소리로 읽는 기사’ 개발과 ‘소리로 읽는 책’ 출간에 힘썼다.

그러나 장애인의 정보 접근에 대한 어려움보다 더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행정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신청주의’예요. 제도, 정책 등이 마련돼 있어도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해요. 장애인들이 어떻게 그런 정책 정보를 바로바로 얻어서 신청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종이신문을 만들어서 90% 이상의 장애인에게 무료로 배부하고 있습니다.”

고아원에서의 생활이 장애인 위한 삶의 밑거름

인터뷰 도중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백 국장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그는 전남 곡성에서 8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비록 가정 형편은 어려웠지만 부모와 형제들의 사랑 속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가 다섯 살 되던 해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취하면서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어려운 시절이었죠. 더구나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지고 난 후에는 형들이나 누나들도 먹고 살 길을 찾아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향을 떠난 형들은 부잣집에서 일꾼으로 일했고, 누나들은 식모살이를 하며 얹혀살았다. 백 국장은 아직 어린 나이라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는 지난 세월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으로 추억한다.

“고아원에서 지냈던 세월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 고아원에서 장애인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돌보거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의 결심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지금껏 장애인과 동고동락해 오고 있는 것이다.

고학으로 다닌 대학시절 동안은 구로공단 근처에서 야학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군 제대 후에는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신문사에 입사해 장애인 분야를 취재하며 그들의 고달픈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저의 재능을 장애인들에게 모두 쏟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어요. 죽는 그날까지 ‘나눠주는 삶’을 실천하며 살고 싶어요.”

백 국장은 지금까지 장애인을 위해 살았고,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해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런 그의 최대 꿈은?

“여건이 된다면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병원을 설립하고 싶어요. 매년 정부에서 시·군·구에 50억원 이상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유명무실입니다. 수익이 안 나오니까 재활병원 설립을 꺼리는 거죠. 입원부터 퇴원까지, 풀 서비스할 수 있는 병원을 설립해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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