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총리, 이런 사과에 2주나 걸렸나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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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9일 국회 파행의 단초를 제공한 한나라당 폄훼 발언에 대해 2주일 만에 사과성명을 냈다. 이 총리는 “대(對)정부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이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아 진심으로 사의(謝意)를 표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 정도의 사과를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어 2주일씩이나 국회를 겉돌게 했단 말인가.

한나라당은 오늘 의원총회를 열어 등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간의 경위야 어떻든 등원을 결정해 나라와 국정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한나라당이 등원 결정을 한다고 해서 이 총리의 잘못이 면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일은 원인제공자인 이 총리가 바로 사과했다면 쉽게 풀릴 일이었다. 뒤에 ‘파면’ ‘해임’ 얘기까지 나왔지만 한나라당도 처음엔 사과하면 등원한다고 했다. 여론의 요구도 총리의 ‘선(先)사과’였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버티기로 일관했다. 일은 자신이 저질러 놓고도 여야(與野)가 ‘사과 문제’에 대해 의견을 모아 오면 판단하겠다는 오만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국정을 총괄해야 할 총리가 오히려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런 총리를 사실상 두둔하는 듯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총리가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기를 바랄 뿐 별다른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던 열린우리당이나 협상을 중재한다며 마치 총리에게 ‘선처’를 요청하는 듯했던 국회의장의 모습도 유감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문이 열린다 해도 이미 ‘날림 국회’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 일정이 지연되면서 내년 예산안 심의는 출발부터 지각이다. 처리해야 할 법안도 600건이 넘어 하루 평균 33건씩 심의해야 한다고 한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더욱 추락했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과 오만한 자세가 나라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피해와 부담을 주었는지 이 총리는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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