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국회 파행 책임 없나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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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는 국회 파행 13일째인 오늘 정부중앙청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총리실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으로 국회가 장기 공전돼 국민의 분노가 폭발 일보 직전인데도 대통령은 이달 들어 두 번째 총리에게 국무회의를 맡긴 것이다.

총리실은 “국무회의의 70∼80%는 법안 처리이므로 실무형 회의는 총리가 주재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지만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모습이 아니다.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고 사과 한마디 없는 총리가 국회에 넘길 법안을 심의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이 파면까지 요구한 총리라면 적어도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한발 물러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이러니까 대통령이 오히려 총리를 두둔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여야 원내대표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김원기 국회의장이 이 총리에게 유감 표명을 종용했고, 이 총리가 뒤늦게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모양이 좋지 않다. 말이 ‘종용’이지 의장이 총리에게 사과를 간청한 것 아닌가. 입법부의 수장이라면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까지 했는데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행정부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어렵게 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분권형 국정운영’이라고 하지만 우리 체제는 엄연히 대통령제다. 대통령이 권한 행사의 편의를 위해 그 일부를 총리에게 위임했을 뿐이다. 국정운영의 궁극적인 책임은 언제나 대통령에게 있다. 총리의 막말로 정기국회 100일 중 13일이 공전됐는데도 구경만 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권형 국정운영이 아니라 중대한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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