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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디즈니, ‘꿈의 동산’에서 ‘이념 전쟁터’가 됐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2022-05-28 12:00업데이트 2022-05-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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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디즈니월드에서 볼 수 있는 인기 캐릭터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디즈니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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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 아이콘 ‘미키 마우스’는 요즘 피곤합니다. 뜨거운 정치 논쟁의 한가운데 서게 됐기 때문입니다.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면 미국행을 계획하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에 가면 미키 마우스를 비롯해 도널드 덕, 백설공주, 피터팬 등 수많은 디즈니 명작들의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디즈니 논란 때문에 디즈니월드 이용료가 높아져 애꿎은 소비자들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디즈니, 이념 전쟁터가 되다
“Christ, they‘re going after Mickey Mouse.”

(맙소사, 저들이 미키 마우스를 노리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 정치 행사에서 “미키 마우스”를 입에 올렸습니다. 한달 넘게 여론을 달구고 있는 디즈니 논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꺼리다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것입니다.

우선 ’go after‘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인들은 ’after(후)‘를 ’before(전)‘와 대비시켜 시간상의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뒤‘라는 공간적 개념으로 더 많이 씁니다. 여기서도 ’go after‘는 ’뒤를 따라가다‘는 뜻입니다.

’뒤를 따른다‘는 것은 긍정 부정의 의미를 모두 포함합니다. 좋아서 쫓아가는 것일 수도 있고, 뭔가 의심스러워서 뒤를 추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의미를 따져봐야 합니다. 예컨대 미국인들은 “Go after your dreams”라는 격려용 멘트를 좋아합니다. “네 꿈을 좇아라”는 긍정의 의미입니다.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크라이스트(Christ)”라는 탄식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서 좋은 뜻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노리다‘ ’겨냥하다‘는 뜻입니다. ’정조준하다‘라는 뜻도 됩니다. 얼마 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집권 재벌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을 때 ’The US goes after Putin‘s oligarches (미국이 푸틴 측근 재벌들을 정조준하다)’라는 기사 제목이 많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의 저급한 정치 공세가 만인에게 꿈을 주는 해피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까지 겨냥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 것입니다.

“I missed the mark in this case but am an ally you can count on.

(이번에는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든든한 협력자가 되겠다)”

디즈니 논란의 시초는 디즈니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디즈니월드의 본거지가 있는 플로리다에서 시작됐습니다. 얼마 전 플로리다에서는 공화당 소속 론 드샌티스 주지사의 주도로 ‘부모의 교육권리 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성적 취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시키는 내용입니다. 일명 ‘게이 발설 금지(Don’t Say Gay)‘ 법안으로도 불립니다. 성적 소수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권단체들이 반대했지만 주 의회를 통과했고 주지사 서명까지 마쳤으며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갑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정치 행사에서 디즈니 논란에 대해 입을 연 조 바이든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그러자 디즈니가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디즈니는 디즈니월드에 7만7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플로리다 최대 고용 기업이기 때문에 발언권이 강합니다. 디즈니를 이끄는 밥 체이펙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이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침묵하고 회사 명의의 입장도 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직원들이 단체로 반발하자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는 최근 ’직원에게 보내는 글‘에서 “내가 여러분들을 실망시켰다. 미안하다(I let you down. I am sorry)”고 사과했습니다.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어서 체이펙 CEO의 진솔한 사과는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틀렸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나를 믿어도 된다.” ’miss the mark‘는 ’과녁을 벗어나다‘는 뜻입니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다시 한번 사과한 것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미래지향적 메시지로 장식합니다. CEO라는 리더의 위치가 아닌 ’협력자(ally)‘라는 단어를 써서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동료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영어 사과문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면 참고할만한 정석입니다.

“Hey Disney, we are ready for Mountain Disneyland. We will grant Mickey and Minnie full asylum in Colorado.”

(이것 봐 디즈니, 콜로라도에 디즈니랜드를 마련해줄게. 미키와 미니한테 정치적 망명도 허용해주고)

체이펙 CEO는 단지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안 무효화, 공화당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 중단 등 구체적인 행동방안도 내놓았습니다. 매년 디즈니로부터 5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아온 드샌티스 주지사는 디즈니의 도전에 ’괘씸죄‘를 적용했습니다. 1967년 지정된 디즈니월드에 대한 자치구 혜택을 종료시키겠다는 카드로 반격했습니다. 이 법안도 통과됐고 내년부터 적용되면 디즈니는 막대한 세금 부과와 영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반 패키지 기준으로 하루 100~150달러 선인 디즈니월드 이용료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디즈니월드에 대한 자치구 혜택 종료 법안에 서명한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운데). 마이애미=AP 뉴시스


이 시점에서 콜로라도 주지사의 트윗 유머가 화제입니다.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상심한 디즈니에게 “우리는 다 준비됐으니 콜로라도로 옮겨오라”는 콜을 보냈습니다. 미국 부자들의 겨울 휴양지인 아스펜 등이 가진 콜로라도는 매력적인 관광지입니다.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가장 산악지대가 발달한 곳인 만큼 디즈니를 위해 “마운틴 디즈니랜드”라는 작명 센스까지 발휘했습니다. 여기에 플로리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에게 망명을 허용하겠다(grant asylum)는 제안은 덤.

폴리스 주지사의 트윗은 양측의 팽팽한 다툼 속에서 고개를 드는 협상 여론을 농담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국민들은 “이제 그만 싸워라”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미국 정치는 원칙을 고수하다가 파국을 맞기보다 적절한 시점에 타협하는 것을 패배가 아닌 양쪽 모두의 승리로 간주합니다.
● 명언의 품격
탑스토리와 관련된 명언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디즈니가 탄생시킨 캐릭터의 명언을 알아보겠습니다.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수많은 디즈니 명작들이 있지만 미국인들은 유독 ’라이언 킹‘을 좋아합니다. 어린 사자 심바가 아버지를 잃은 뒤 밀림에서 여러 인물과의 관계성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극중에서 특히 심바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개코원숭이 라피키는 명언 제조기로 통합니다. 미국에서는 ’라피키 어록‘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라피키는 심바에게 과거와 맞서는 법을 알려줍니다.

디즈니 영화 ’라이언 킹‘에 나오는 사자 심바(오른쪽)와 원숭이 라피키(왼쪽). 디즈니뉴스


“The past can hurt. But the way I see it, you can either run from it, or learn from it.”

(과거는 아플 수 있어. 하지만 말이야, 그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어)

과거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과거를 부정할 지, 극복할 지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내용입니다. 미국인들이 이 교훈을 글로 읽기보다 소리를 내서 낭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런(run)-런(learn)의 비슷한 발음을 대비시키면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실전 보케 360°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단어 위주로 실생활 영어를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실전 영어를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관심 있는 영어권 인물의 소셜미디어를 팔로우하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소셜미디어를 애용하고 자주 트윗을 올립니다. 그래서 최근 아예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했나 봅니다.

테슬라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4월 텍사스에서 열린 회사 행사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테슬라 최초 모델을 타고 무대에 등장한 모습. 일론 머스크 트위터



머스크는 또 다른 억만장자 빌 게이츠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얼마 전 주식 공매도 때문에 다툼이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빌 게이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자주 트위터를 통해 드러내왔습니다. 빌 게이츠와 어떤 사이인지 궁금해 하는 팔로워들을 위해 이런 트윗을 올렸습니다.

“My conversations with Gates have been underwhelming tbh.”

미국인들은 “티비에이치(tbh)”라고 흔히 말합니다. ’to be honest‘의 줄임말로 ’솔직하게 말해서‘ ’거짓말 보태지 않고‘의 뜻입니다. ’honestly‘라는 부사형으로 바꿔도 됩니다. 비슷한 의미로 ’frankly‘가 있습니다. 하지만 ’frankly‘는 남을 불편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노골적인 솔직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머스크는 빌 게이츠의 마음을 상하게 할 일은 없으니까 ’tbh‘ 정도가 적당합니다.

우리가 상대로부터 감동을 받거나 기쁜 마음을 가지려면 일정 수준의 감정선을 넘어야 합니다. 그 선을 넘으면 ’overwhelm‘(오버웰름), 넘지 못하면 underwhelm(언더웰름)’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먹방이 유행이지만 미국은 음식 평론이 발달했습니다. 평론가가 레스토랑의 음식 수준을 평가하는 단어 중에 ‘underwhelming’이 자주 등장합니다. ‘실망스럽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겁니다. 머스크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는 달리 빌 게이츠와의 대화들이 시시했고 감동도 받지 못했다면서 은근히 ‘깝니다.’ 반대로 “감동 먹었어” “벅차올라”는 “I‘m overwhelmed!”라고 하면 됩니다.
● 이런 저러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4년 이상 연재됐던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최근 디즈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기업들은 정치 이슈에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습니다. 미 조지아 주에서 있었던 선거법 개정에 관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선거법이 인종차별적 소지가 높은 방향으로 개정되자 조지아 주에 본거지를 둔 기업들이 반대 운동에 돌입했습니다.

2021년 4월 12일 칼럼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412/106357481/1

“You can’t have it both ways.”

(양다리를 걸치면 안 되지)

미국이 선거법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조지아 주 선거법 때문입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조지아 주 의회는 최근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투표 시간 및 장소, 신분 확인 규정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흑인의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평소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던 기업들은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반대 표시로 조지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올스타전을 콜로라도 주로 이전해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조지아 주 청사 앞에서 선거법 개정 반대 시위를 벌어고 있는 주민들. 애틀랜타=AP 뉴시스


“This is Jim Crow on steroids.”

흑인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은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스테로이드 주사 맞은(on steroids) 짐 크로법이다”라며 흥분했습니다. 짐 크로는 1800년대 연극에 등장했던 흑인 극중 인물의 이름입니다. 과거 남부에서 많이 만들어졌던 인종차별법을 짐 크로법이라고 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on steroids)’는 것은 ‘기능이 강화됐다’는 의미입니다. 개정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짐 크로법보다 인종차별적 요소가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Are you listening Coke, Delta, and all!”

개정안을 주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카콜라, 델타항공에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지역 기업’들이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코크, 델타, 그리고 너희 모두 내 말 듣고 있는 거지!”라며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이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하겠다는 겁니다.

“Georgia companies can‘t have it both ways.”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합니다. 개정안이 처음 입안되고 상정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별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 은근히 지지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그렇다가 개정안이 막상 통과된 후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니까 반대 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기업의 두 얼굴”이라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조지아 기업들은 양쪽을 다 가질 수 없다”며 정곡을 찌릅니다. ’Have it both ways‘는 ’이쪽 저쪽 다 가지다,‘ 즉 ’양다리를 걸치다‘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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