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에 오른 미국 대통령들의 명연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4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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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내’가 아닌 ‘우리’가 이끄는 것”
케네디 루스벨트 오바마 연설에서 배운다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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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your own presidential inauguration speech.”
(당신의 대통령 취임 연설을 써보시오)

미국 중고교 역사 시간에 자주 출제되는 시험 문제입니다. 학생은 자신이 대통령이 됐다고 가정하고 “나를 나라를 이렇게 이끌겠다”고 다짐하는 연설문을 작성합니다. 학생 수준에서 유치한 답변들도 많이 나오지만 어릴 적부터 국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얼마 전 한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취임식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가장 주목받은 것은 취임사였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 취임사는 “민주주의의 대제일(high holiday)”이라고 불립니다.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축제의 언어들로 꾸며진 연설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베스트 취임사’를 알아봤습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위키피디아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위키피디아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라)

미국인들은 좋아하는 취임사가 3개 있습니다. 그중에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로 꼽힙니다. 연설 말미, 즉 끝에서 두 번째 문단에 나오는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 구절의 묘미는 전쟁이나 국가안보 위급 상황이 아니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케네디 연설에 감동 받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에 자원입대하거나 평화봉사단에 들어가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국가를 위한 봉사를 실천했습니다. 이 구절을 두고 “20세기 통틀어 가장 큰 영감을 주는 17개의 단어”라는 찬사가 따라다닙니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취임식. 위키피디아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취임식. 위키피디아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우리가 오직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미국인들이 케네디 연설만큼 좋아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1933년 취임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루스벨트는 대공황 중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실업률이 20%를 넘고, 산업생산은 50% 이상 줄고, 기업 파산이 줄을 잇던 시대였습니다.

경기 침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국민들의 심리상태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 걸린 상황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fear) 그 자체”라며 미국 특유의 도전 정신을 고취시키는 연설을 했습니다.

이 구절 다음에 나오는 내용도 좋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두려움이란 후퇴를 전진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마비시키지만 이름도 없고, 이성적이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은 공포심이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nameless, unreasoning, unjustified terror which paralyzes needed efforts to convert retreat into advance).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 위키피디아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식. 위키피디아

“Government is not the solution to our problem, government is the problem.”
(정부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다)

대개 민주당 대통령들의 취임사가 좋습니다. 평등, 사회복지 실현, 소수에 대한 관심 등 민주당이 내세우는 메시지가 연설로 표현됐을 때 감동 전달이 쉽기 때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예외입니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미국인들을 사로잡는 취임사를 했습니다. 1960~70년대는 진보의 이념, 민주당 대통령이 득세한 시대였습니다. 1970년대 말이 되자 미국인들은 민주당 대통령에게 염증을 느끼며 새로운 리더를 찾았습니다. 이 때 나타난 레이건 대통령은 민주당이 내세우는 큰 정부 역할론에 반기를 들며 민심을 파고들었습니다. 1981년 취임사에서 나오는 “정부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다”라는 구절로 레이건 보수 혁명이 시작됐다는 평이 많습니다.
명언의 품격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플리커닷컴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플리커닷컴
미국의 유명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대통령 취임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내(I)가 아닌 우리(We)”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인 ‘나’의 국정 목표를 밝히는 연설이지만 국민적인 공감대를 사려면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We do not believe that in this country, freedom is reserved for the lucky, or happiness for the few.”
(우리는 이 나라에서 자유가 행운을 가진 자들 위한 것이고, 행복이 소수를 위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이 원칙을 충실히 지킨 취임사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꼽힙니다. 앞서 소개한 ‘3대 베스트’ 급은 아니어도 오바마 취임사도 훌륭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2013년 오바마 2기 취임사의 핵심 구절입니다. 1기 때 국민 화합을 강조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취임사에서 평등과 차별 철폐의 메시지에 주력했습니다. “2기 취임사야말로 오바마의 진짜 ‘색깔’을 드러냈다”는 평이 많습니다. 흑인만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리더가 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 위주로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인 워런 버핏이 등장했습니다.


“He is a hero for being aggressive instead of sitting by and thumb sucking.”
(앉아서 엄지손가락이나 빨지 않고 공격적 행동을 보여준 그야말로 진짜 영웅이다).“

버핏의 발언 중에서 ”엄지손가락 빨기(thumb sucking)“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칭찬하면서 쓴 단어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신문 던지기 시범을 해 보이는 워런 버핏. 그는 어린 시절 ‘페이퍼보이’(아침에 집집마다 신문을 돌리는 소년)로 용돈을 벌었다. 유튜브 캡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신문 던지기 시범을 해 보이는 워런 버핏. 그는 어린 시절 ‘페이퍼보이’(아침에 집집마다 신문을 돌리는 소년)로 용돈을 벌었다. 유튜브 캡처
엄지손가락을 빠는 것은 주로 아기 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불안하거나 짜증날 때 만족감을 얻기 위한 행동입니다. 손가락을 빤다는 것은 마땅히 내려야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꾸물거린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의미의 ‘dawdling’이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지만 버핏은 쉬운 단어를 애용하기 때문에 ‘thumb-sucking’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회에 다섯 손가락을 영어로 부르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thumb(엄지), index finger(둘째), middle finger(셋째), ring finger(넷째), little finger 또는 pinky(다섯째)라고 부릅니다. thumb 뒤에는 finger가 붙지 않습니다. 욕하는 제스처로 셋째 손가락을 위로 향하게 하죠. ‘give the finger’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에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23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1년 1월 워싱턴 의사당을 배경으로 취임 선서를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동아일보 DB
2021년 1월 워싱턴 의사당을 배경으로 취임 선서를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동아일보 DB

Let‘s clear the decks and build a fresh team.
(이제 정리를 하고 새로운 팀을 짜보자)

곧 취임사를 발표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 실력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1970년대 정계 진출 이후 그의 주요 연설들을 살펴봤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화려한 연설에 능하지는 않지만 옆 사람과 얘기를 주고받는 것처럼 친근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f you’re giving me the honor of serving as your President, clear the decks for action.

바이든 당선인은 조지아 주 웜스프링스 유세 연설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수차례 인용했습니다. ‘Clear the decks for action’은 대공황과 싸웠던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자주 했던 말입니다. ‘전투를 위해 갑판을 치우다’라는 뜻입니다. 최대 당면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퇴치에 올인(다걸기)하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고 전의를 불사르는 것이죠.


People ask if I can compete with the money of Hillary and Barack. I hope at the end of the day, they can compete with my ideas and my experience.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은 ‘별들의 전쟁’이었습니다.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바이든이 모두 출사표를 냈습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힐러리의 기세에 눌려 일찍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래도 출마 발표 때만 해도 꿈은 다부졌습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힐러리와 버락의 자금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두 명이 나의 생각과 경험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일 것이다.” ‘at the end of the day’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Make sure of two things in Washington DC. Be careful, microphones are always hot, and understand that a gaffe is when you tell the truth.

바이든 당선인은 2012년 부통령 시절 한 기자 모임에서 노련한 워싱턴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유머를 풀어놓습니다. “워싱턴에서는 두 가지만 기억해라. 마이크는 언제나 뜨겁다(말할 때는 언제나 조심해라), 다른 한 가지는 말실수는 진실을 말할 때 생기는 것이다(말 속에 뼈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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