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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우리는 ‘웃긴 대통령’을 원한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2022-06-11 12:00업데이트 2022-06-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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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머의 능력자들 美대통령
201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건립 때 모인 4명의 대통령들. 미국 대통령들은 상당한 유머 실력을 갖추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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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sident is mostly the president, and an occasional comedian.”
(대통령은 대부분의 시간은 대통령이지만 코미디언이 돼야 할 때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고마워요, 오바마’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리트는 “대통령은 코미디언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위로와 웃음을 주기 위해 망가질 위험을 감수하는 대통령을 국민은 원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머나 농담 실력이 좋은 사람은 어느 자리에서나 인기가 높습니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닙니다. 권위가 중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유머가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미국에서는 ‘웃긴 대통령’이 환영받습니다. 국민을 웃게 만드는 미국 대통령들의 유머 실력을 알아봤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촬영한 가장 오래된 사진. 남북전쟁 사진작가 매튜 브래디가 1860년 2월 대선 후보로 출마한 링컨을 촬영한 것이다. 위키피디아


“If I were two faced, would I be wearing this one?”
(내가 두 얼굴이면 이 얼굴을 달고 다니겠냐?)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실없는 농담을 잘 했습니다. 링컨의 근엄해 보이는 얼굴 뒤로 장난끼 다분한 유머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1860년 대선에서 링컨 대통령은 경쟁자인 스티븐 더글러스 민주당 후보로부터 “당신은 두 얼굴이야”이라는 공격을 받자 “내가 두 얼굴이면 이 얼굴을 달고 다니겠냐”며 촌철살인의 유머를 선보였습니다. 더글러스 후보는 ‘위선적(hypocrite)’이라는 의미로 “두 얼굴(two-face)”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지만 링컨은 자신의 외모로 주제를 바꿔서 위선자라는 비판을 비껴갔습니다. ‘얼굴을 하다’ ‘표정을 짓다’를 ‘wear a face(얼굴을 입다)’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시무룩한 얼굴이다’는 “wear a long face all day”라고 합니다.

링컨 시대의 언론들은 그의 외모를 가리켜 ‘homely’라는 표현을 즐겨 썼습니다. 좋게 말하면 ‘소박한’, 나쁘게 말하면 ‘촌스러운’이라는 뜻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자신의 외모를 조롱하면서 상대의 말이 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일종의 ‘자학개그’입니다. 영어로는 ‘self-deprecating joke’(자기비하 농담)라고 합니다.

정치인은 남을 비판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나는 잘났고 상대는 못났다’ 식의 일방적인 비판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반발심만 키우게 됩니다. 상대를 비판하려면 우선 자신부터 낮춰야 한다는 것을 링컨 대통령이 보여줬습니다.

“When people wave at me, they use all their fingers.”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건지, 손을 흔드는 건지)

유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지미 카터 대통령도 자학개그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도덕의 가치를 내세우며 기대 속에서 출범했으나 외교와 내치 모두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난 그는 자신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국민들이 나에게 손을 흔들며 환영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손가락을 쓴다(use fingers)’고 합니다. 즉 ‘손가락질을 한다’ ‘욕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회에서도 설명했듯이 영어 대화 속에 ‘finger(손가락)’가 나오면 십중팔구 욕의 의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내각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고령의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 때 자주 조는 모습이 목격됐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I have left orders to be awakened at any time in case of national emergency even if I‘m in a Cabinet meeting.”

(국가위기 상황 때는 언제라도 나를 깨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내각 회의 중이라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유머의 신‘으로 불립니다. 유머 어록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레이건의 유머는 펀치라인(웃음을 유발하는 결정적 구절)을 아무렇지도 않게 슬쩍 던지고 지나가는 식입니다. 주의 깊게 들어야 하고 되새겨보면 미소를 짓게 됩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70세 고령에 대통령이 됐고 임기 초 암살 시도까지 겪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그는 “안보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나를 깨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내각 회의 중이라도”라는 펀치라인이 나옵니다. 직장인에게 회의는 지루하고 졸음이 오는 시간입니다. 미국 대통령도 예외가 아닙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 유머를 통해 자신은 잘 조는 사람이지만 국정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겠죠.

“There are few things in life harder to find and more important to keep than love. Well, love and a birth certificate.”
(인생에서 사랑만큼 찾기 힘들고 중요하게 간직해야 할 것은 없다. 사실 그런 것이 또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출생증명서)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버서‘(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 아프리카 케냐 출신이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없다는 운동)의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미국 하와이 태생이라는 것을 밝히는 출생증명서를 제시했지만 버서 운동은 증명서의 진위를 문제 삼으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생에서 사랑만큼 찾기 힘들고 고이 간직해야 할 것은 출생증명서”라는 유머로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 유머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무분별한 공격을 벌이는 버서 운동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머 한 마디가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입니다.

● 명언의 품격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달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 동아일보 DB


얼마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말과 글이 주업인 기자들이 마련한 행사에서 참석하는 것인 만큼 대통령은 뛰어난 연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백악관 연설문 작성팀은 몇 달 전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기자들을 압도할만한 연설을 준비합니다. 특히 대통령의 유머 실력이 중요합니다. 관객석에서 몇차례 웃음이 터지고 박수가 나왔는지 매년 만찬 때마다 통계도 나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등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별로 웃음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 등 좀 더 무거운 주제를 다뤘습니다.

“Democracy is never guaranteed. It has to be earned.”
(민주주의는 결코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쟁취하는 것이다)

‘guarantee’와 ‘earn’은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흔히 ‘배우 몸값’을 뜻하는 ‘개런티’는 원래 ‘보장’ ‘약속’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상대에게 내 말을 믿어달라는 확신을 주고 싶을 때 “I guarantee you(내가 보증할게)”라고 시작하면 됩니다. 반대로 ‘earn’은 ’피땀 흘려 쟁취한다는 의미입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상을 받을 때 “you've earned it”(너는 받을만한 자격이 있어)라고 격려해줍니다. 미국인들은 민주주의를 당연히 누리는 것, 즉 영원히 보장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싸워서 얻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 실전 보케 360°

미국인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국은 낙태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보수 우세의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1973년의 역사적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진보-보수간 이념 대립이 팽팽합니다.

낙태 논쟁에서 맞붙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CNN 화면 캡처


“How dare they. How dare you.”
(어떻게 그들이 감히. 어떻게 당신이 감히)

전현직 부통령 2명도 낙태 논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여성단체 연설에서 낙태권 판결을 뒤집으려는 연방 대법관들을 겨냥해 “How dare they!(어떻게 그들이 감히)”라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러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신성한 법원을 모욕했다며 “How dare you!(어떻게 당신이 감히)”라고 쏘아부쳤습니다.

‘dare’는 ‘감히 엄두를 내다’라는 뜻입니다. 놀랍고 기가 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dare’가 들어가는 문장은 짧게 줄여서 임팩트를 높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if you dare’라는 말도 있습니다. ‘할테면 해봐’라는 뜻입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에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14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Effective ways to muffle noise between floors”
(층간소음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들)

미국에서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적지 않은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갈등의 최전선에 기자들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을 밀착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백악관 때문에 전염의 위험성이 크다고 불안해합니다.

재임 시절 CNN 기자와 자주 설전을 벌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타임 유튜브 캡처


“If you don’t take it off, you are very muffled.”

백악관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질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을 내며 벗으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마스크를 벗지 않아 소리가 잘 안 들린다.” 마스크를 쓴 채 말하면 소리가 작게 들리죠. 이럴 때 “You are muffled”라고 합니다. ‘머플(muffle)’은 ‘덮다’ ‘(덮어서) 소리를 죽이다’라는 뜻입니다. 자동차 머플러, 겨울철 목에 두르는 머플러 등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There was absolutely no social distancing.”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취재는 대통령 집무실이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처럼 좁은 공간에서 이뤄질 때가 많습니다. 특히 기자들이 대통령이나 참모들을 둘러싸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에어포스원 내부 취재는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 기자는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한 경험에 대해 “전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에어포스원 동승 기회가 있어도 기자들이 거절한다고 합니다.

“We are doing more than they are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

팬데믹 시대에 가장 중요한 영어 표현을 한 개 꼽으라면 바로 이것입니다.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혹시 몰라서’라는 뜻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를 취소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공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백악관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간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들(방역수칙 안 지키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보다 더 잘 알아서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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