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공화당, 민주당보다 형편없어”… 트럼프 ‘저주의 트윗’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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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간동안 6건 지도부 비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는 음담패설 동영상 폭로 이후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공화당 지도부에 ‘트위터 저주’를 맹렬히 퍼부었다. 트럼프는 11일 오전 5시 16분부터 4시간여 동안 트위터에 6건의 글을 잇달아 올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당 핵심 인사들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12일 현재 1237만9000여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첫 트윗에서 라이언 의장에 대해 “2차 TV토론의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라이언과 (공화당의) 다른 이들이 전혀 도와주지 않아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하기)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더니 “우리의 매우 나약하고 무력한 지도자인 라이언이 (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위해 10일) 나쁜 전화 회의를 했으며 이 회의에서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그의 배신에 분노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1시간 뒤 라이언을 넘어 당 전체에 대해 막말을 토해냈다. 그는 “(라이언 의장의 배신으로 오히려 내가 당에 얽혀 있던) 족쇄가 풀렸다. 오히려 잘됐다. 이제 내 방식으로 미국을 위해 싸울 수 있다”고 썼다. 그러더니 급기야 자신이 속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형편없는 정당이라며 “배신의 공화당은 사기꾼 힐러리보다 훨씬 (선거에서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이기는 법을 모른다. 내가 가르쳐줄 것이다”라며 ‘자폭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윗 후 2시간 정도 있다가 이번엔 지지를 철회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비난했다. 그는 “입이 아주 거친 매케인 의원은 사실 (지역구인 애리조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에게 도움을 애걸했다. 실제 나는 도왔고, 그는 이겼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탈의실에서 한 말(음담패설 동영상 지칭)을 갖고 나를 버렸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트럼프의 ‘폭풍 트윗’은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당의 도움을 별로 받지 않고 대선을 치러온 트럼프가 대선 막판에 자신을 버린 당 지도부에 대한 인간적인 환멸을 담은 것이라고 ‘더 힐’은 분석했다. 일부 공화당 인사는 그에 대한 동정심을 보이고 있다. 스티브 킹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그의 좌절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오록 네바다 주 공화당 전국위원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상하원 의원)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 31명,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6명 등 정치인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3%인 87명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11일 보도했다. 4년 전 대선 때 당 후보인 밋 롬니에게 등을 돌렸던 선출직 정치인은 불과 3명이었다. 이 신문은 “근대 미국 정치 역사상 선출직 정치인들이 대선 후보에 대해 이처럼 거센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의 거센 공격에도 트럼프의 인기는 식지 않으며 여론조사 결과의 수치를 뛰어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골수 지지자들이 든든하게 트럼프 지지율을 받쳐주는 데다 선거 막판이 되자 위기 속 공화당을 구하기 위해 숨어 있던 지지층이 똘똘 뭉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 지도부의 트럼프 지지 철회가 궁지에 몰린 나약한 트럼프의 처지를 부각해 오히려 백인 노동자 등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철 성균관대 교양학부 교수는 “속내를 감췄던 지지층이 선거가 임박할수록 더욱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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