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동물 전문성 없는 부처까지 반려동물 담당으로 거론… 논의 방향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8일 23시 12분


‘정책 수의사’ 우연철 신임 대한수의사회 회장
해외서도 축산·검역·식품부처가 맡아
동물 진료비 규제하는 국가 드물어… ‘펫보험’ 확대해야 하는데 거꾸로 제한
가축 전염병 동시다발 ‘스리 팬데믹’
‘농장 주치의’ 방역 체계 구축해야… 산업동물·공직 수의인력 확충 필요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신임 회장이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의과학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올 들어서도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심각하다”며 국가 방역과 농장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신임 회장이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의과학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올 들어서도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심각하다”며 국가 방역과 농장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반려동물’의 주무 부처를 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3일 열린 반려동물 정책 간담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반려동물 협회·단체와 전문가들이 모여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반려동물 소관 부처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대통령은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산업 대상으로 동물을 취급하는 부서가 반려동물 관리를 하는 게 적정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려동물 관리를 복지부 같은 곳에 둬야 하는 논란은 정리가 된 것이냐”고 했다. 이어 성평등부 업무보고에선 “일부에서 (반려동물은) ‘반려식구’이기 때문에 성평등부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소, 돼지, 닭 등 축산동물을 담당하는 농식품부가 반려동물 정책을 함께 맡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문제 삼으며 정책 이관을 지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신임 회장은 “논의가 반려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잘못 가고 있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단순히 소관 부처를 어디로 옮길지의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수의사 2만4000여 명을 대표하는 수의사회 회장으로 지난달 말 취임한 우 회장을 5일 경기 성남시 수의과학회관에서 만났다.

-대통령이 화두를 던지면서 정부가 이달 말까지 반려동물 소관 부처를 정한다고 하던데….

“동물 관련 정책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성평등부까지 거론되는 건 ‘무지의 극치’라고 본다. 간담회에 갔더니 성평등부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여성이 동물을 키울 경우 함께 입소할 곳이 없어 신고를 꺼린다며, 동물 동반 쉼터를 검토하겠다고 하더라. 이런 식이면 반려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 양육자를 관리하는 부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사회와 정부가 동물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바라봐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논란은 동물을 가십거리로 만들 뿐이다.”

-농식품부의 동물복지정책국이 반려동물 정책과 관련 산업을 전담하는 현재의 구조에는 문제가 없나.

“해외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처럼 농림축산업이나 식품, 검역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에서 반려동물 정책을 함께 맡는 곳이 많다. 미국은 동식물검역청이 동물 보호 업무를 하고 영국은 환경식품농무부에서 반려동물 정책을 담당하는데, 동물 복지나 관리 수준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결국 부처에 권한과 지원을 얼마나 부여하느가 중요하다. 또 동물 보호나 복지의 학문적 기반은 수의학인데, 수의직 공무원들이 농식품부에 있고 수의사 업무도 농식품부가 맡고 있다. 그동안 반려동물이나 수의계 관련 예산들은 삭감해 놓고 담당 부처를 다시 정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동물 관련 전반의 업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가축은 농식품부, 해양 동물은 해양수산부, 야생동물은 환경부, 야생동물 중에서도 천연기념물은 국가유산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자라 한 마리를 반려동물로 수입하면 환경부 소관이지만 식용으로 100마리 수입하면 해수부가 담당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동물 의료에 대해서도 일원화된 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동물별로 나뉜 정책 기능을 더 쪼갤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표준수가제는 동물병원에서 진료하는 각종 치료·수술 등 항목별 비용을 표준화해 병원 간 진료비 격차를 줄이려는 제도다. 농식품부의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초진 진찰료(체중 5kg 기준)는 최저 1000원, 최고 6만1000원으로 병원별, 지역별 편차가 크다.)

“반려동물 진료비를 국가가 관리하거나 규제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네덜란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표준수가제를 도입했다가 폐지했고, 독일이 시행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이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동물 학대 방지, 동물 보호 및 복지 등은 정부가 책임을 지지만 의료는 민간 영역에 맡겨놓고 개입하지 않는다. 표준수가제는 문재인, 윤석열 등 정권마다 추진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동물 의료 분야의 데이터나 인프라가 표준적인 진료비를 산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면서 진료비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KB경영연구소의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지출한 치료비는 평균 102만 원으로 2년 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사람이 병원에 가면 몇천 원을 내는 반면 동물병원에 가면 몇만 원, 많게는 몇십만 원씩 지출하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크다. 말 못 하는 동물을 정확하게 진료하려면 사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노동력과 의료장비 등이 투입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물병원 진료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고,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진료비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은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병원 간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진료비 부담을 낮추려면 반려동물 의료보험(펫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반려동물의 질병과 사고 치료비에 대비하는 펫보험 가입률은 영국 25%, 일본 15%, 스웨덴 40% 등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2% 수준에 그친다. 가입률이 10∼20%까지 올라야 실질적인 진료비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 진료비가 진짜 문제라면 국민건강보험처럼 동물 의료에도 예산을 투입해 공보험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인 전염병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은 일정 부분 공보험이 책임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행위를 누릴 수 있도록’ 의료법을 만들어 의료 정책을 펴는 것처럼, 동물 의료에 대해서도 국가의 철학과 방향을 명확히 담은 법체계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사보험인 펫보험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국내 펫보험 시장은 초창기라 가입자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펫보험 재계약 주기를 1년으로 줄이고, 손해율 관리를 강화하도록 규제하며 거꾸로 가고 있다.”

-이번 겨울에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벌써부터 삼겹살, 닭고기 값이 급등하고 있다.

“‘스리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성 가축 전염병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밖에 없다. 소, 돼지, 닭을 골고루 많이 기르는 데다 축산 교역량이 많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늘고 있고, 철새의 이동 경로에도 포함되는 등 전염병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 올해 상황도 굉장히 심각하다. 국가 방역과 농장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전국 가금농장은 50곳을 넘어섰고, 전국에서 ASF가 20여 건 발생해 돼지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도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살처분된 산란계는 925만 마리, 돼지는 20만 마리에 달한다.)

-축산 농가의 관리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나.

“농장의 자가 접종, 자가 진료가 큰 문제다. 수의사의 진료나 처방 없이 농장주가 알아서 백신을 접종하고 항생제를 구매해 투여하는 방식이 허용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농장 주치의’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수의사가 농장 방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도 축산 선진국들처럼 ‘농장 주치의’를 통해 수의사가 정기적으로 농장을 방문해 백신 접종과 방역 상태를 관리하는 산업동물 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

-농장 주치의를 운영할 인력 확보가 가능한가.

“미국은 반려동물이 2억 마리 정도인데 수의대가 45곳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800만 마리에 수의대가 10곳이다. 한국은 동물 수에 비해 수의대와 수의사가 많은 나라다. 수의사 인력 추계를 해보면 연간 250∼300명이 적정 인원인데, 해마다 10개 대학에서 530∼540명이 배출된다. 이 인력을 모두 반려동물 시장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산업동물 의료뿐만 아니라 방역, 검역, 위생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수의사들이 강아지, 고양이 등 소동물 분야에만 몰린다. 방역을 책임질 수의직 공무원은 구인난을 겪고 있고, 대동물 등 가축을 진료할 수의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수의사들이 공직과 산업동물을 기피하는 이유는 업무 강도는 높고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수의직 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이 4급이다. 30명이 일하는 도서관 관장이 2급인데 수의사 150명을 둔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소장이 4급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축 전염병이 확산하면 평일, 주말에 상관없이 일해야 한다. 이러니 중도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 서둘러 보상 체계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수의대 교육은 문제가 없나.

“수의대 교육도 소동물로 쏠리는 게 문제다. 하지만 강원 평창군에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을 만들어 수의학과 학생들을 교육시켰더니 산업동물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늘고 있다. 수의대에 기초, 방역, 위생 분야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수의학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아울러 수의대에 산업동물 커리큘럼과 전담 교수 인력 확보 등을 담은 수의학 교육 인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가 방역 체계의 문제점은….

“정부가 수조 원대 보상금을 지급하고 백신을 지원하고 있지만 가축 전염병은 반복되고 있다. 독감 백신은 개인이 자기 돈 내고 맞는데, 왜 가축 전염병 백신은 국가가 지원하나. 지금처럼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에 기대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방역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경 방역도 공항과 항만에서 수의사와 축산 관계자에 한해 발판 소독과 신발 소독을 의무화할 게 아니라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56)

충남 천안 출생. 건국대 수의과대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수의사 면허를 받은 뒤 바로 대한수의사회 사무처에 입사했다. 수의사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1호 수의사로, 수의계에서 ‘정책 수의사’로 불린다. 30년간 수의사회에서 근무하며 동물약의 처방권·사용권을 수의사가 갖도록 한 ‘수의사 처방제’를 도입했고 영리법인 동물병원 금지, 자가진료 철폐 등의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다수 정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 수의학교육인증원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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