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 공방을 주고받은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링컨기념관 공사현장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이란과 협상 중”이라면서도 “이란이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거대한 섬광이 솟아오르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올해 2월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동원했던 ‘10% 글로벌 관세’가 다시 법원의 무효 판결을 받았다. 다만 판결이 적용되는 범위가 적고, 미국 정부도 1심 판단에 항소할 방침이어서 당장 우리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오히려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따로 진행 중인 미국의 보복관세 위협이 더 거칠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7일 트럼프 정부가 교역 상대국에 부과한 글로벌 관세는 법률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부과의 근거인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규정했는데, 현 정부는 이를 ‘무역수지 적자’와 혼동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상품을 거래하는 무역 부문에서는 적자이지만, 금융·지식재산권 등 서비스 부문에선 많은 흑자를 내는 나라다. 연방국제통상법원은 국제통상, 관세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는 1심 특수법원이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국가별 상호관세가 연방법원의 위법 판결을 받자 그 대신 122조에 의한 글로벌 관세를 교역국에 부과했는데, 이마저 제동이 걸린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의 효력은 소송을 제기한 몇몇 미국 기업에만 적용된다.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고 있는 ‘품목관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게다가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등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적용을 위한 사전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통상이익을 침해하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보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강력한 무기가 301조다. 한국은 미국 기업에 불리한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어떻게든 보복관세를 물릴 명분을 찾으려고 한다.
이번 판결로 무역법 301조의 적용 시점이 앞당겨지고, 조사 강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122조를 활용해 301조를 쓸 7월 말까지 시간을 벌려던 미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의 무역적자를 축소하고, 관세를 더 걷을 수 있다면 위법 가능성이 큰 조치도 아랑곳 않고 동원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1호 프로젝트’를 하루빨리 제안하는 한편, 미국이 돌발적으로 꺼내는 민감한 현안에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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