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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승헌]親尹, 최소한의 격은 갖춰라여권 내 친윤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문득 대통령의 정치적 친족을 자처했던 세력들이 스쳐 지나갔다. 필자는 친노부터 시작해 친이 친박 친문을 거쳐 친윤까지 직접 취재하거나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노는 취재할 당시엔 매우 거칠었으나 지금 보면 로맨티시스트적인 기질도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국가적 과업을 두고 서로 물고 뜯고 싸웠다. 지금은 사라진 토론이란 게 있었다. 시끄럽지만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이는 MB를 중심으로 뭉친 용병 집단이었다. 정치에는 서툰 일 중심 조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아쉬운 대로 보수의 건전성이 유지된 마지막 시기였다. 친박과 친문은 최고 권력자와 그 주변이 무언가 홀린 듯 외부에 귀를 닫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독단적이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게 모든 걸 말해준다. 친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친노 친이 친박 친문과는 또 다른 독특한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겐 충성스러울지 몰라도 특히 전당대회 국면에서 내년 총선 공천권에 눈이 먼 부정적인 모습이 도드라지고 있다. 크게 3가지 정치적 특징으로 압축된다. 첫째, 폐쇄성이다. 친박 친문보다 정도가 더하다. 정치라는 생태계는 주변과의 교류를 통한 변화와 성장, 더 나아가 확장이 기본인데, 친윤은 외부와의 차단을 고집한다. 이런 집단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확장성을 이야기한 것 자체가 지금 보니 부질없는 짓이었다. 둘째는 취약한 대표성이다. 보수 세력을 대표할 만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친윤들이 나경원 안철수를 잇달아 찍어내는 장면에 사람들이 짜증 내는 이유 중 하나는 ‘뭐 하던 사람들인데 저렇게 설쳐대느냐’는 것이다. 친이만 해도 이재오 정두언 임태희 박형준 등 당시엔 보수 인사라 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다. 요새 전대 국면에서 실명으로 등장하는 친윤 인사는 장제원 김정재 이철규 박수영 이용 의원과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 이 중 유권자들에게 정치하는 이유나 스토리가 알려진 경우가 있나. 안 그래도 한국 사람들은 힘 있는 사람들의 오만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저들을 보면서 대통령 옆에 있다 벼락출세한 사람들이 완장 찼다고 여기는 것이다. 셋째가 가장 위험한데, 그 미약한 정치적 권위를 가리기 위한 폭력성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의 폭력성은 해산된 통합진보당 등 원래 진보 진영에서 자주 발견됐다. 그런데 친윤이 들어선 뒤 그야말로 칼춤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편이었다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쳐낸 사람만 이준석을 시작으로 김종인, 나경원, 안철수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쳐진 사람도 잘못이 있지만, 군사 정권 이후 정치권에서 이렇게 집단 린치가 집중적으로 자행된 건 본 적이 없다. 집권세력이라면 최소한의 격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이끄는 세력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민심이 폭발하기 전에 윤 대통령이 이들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 이걸 방치하면, 설령 김기현 의원이 대표가 되더라도 그 후폭풍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이런 환경에서 몸과 머리가 얼어붙어 친윤 외 어느 누가 제대로 움직이겠나. 21세기 한국 정치에서 처음 보는 이 비정상을 윤 대통령은 바로잡아야 한다.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2023-02-08 03:00 
[오늘과 내일/이승헌]尹이 원하는 건 1당인가, ‘윤핵관 월드’인가집권 세력은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를 절감했을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 과반이나 최소 1당이 되지 못하면 진정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세 종부세 인하를 공언했지만 거대 야당에 막혀 법인세는 누더기 인하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예산안을 처리하기도 전에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대표 선출 룰부터 바꾸려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은 신경이 온통 차기 총선에 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한 가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꼼수라는 비판에도 밀어붙인 당원 100% 선출과 결선투표제로 윤핵관 당 대표가 뽑히면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가. 다음 총선에서 과반이나 최소한 1당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최소 1당은 가능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1당이 되면 좋겠지만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첫 번째 답. 윤핵관 대표 체제로 2024년 4월 총선에서 1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윤핵관도 양심이 있다면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현재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때문에 몇 석이나 잃을지 알 수 없지만, 두 당의 증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국민의힘이 25∼30석 안팎은 더 얻어야 1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지역적으로 국민의힘은 영남당이다. 서울 49석 중 9석, 경기 58석 중에선 7석뿐이다. 윤핵관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서 의석수를 추가해야 1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핵관 후보는 권성동(강원 강릉),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이다. 수도권 민심을 꾸준히 경청하고 그 여론 변화를 따라갔다고 보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로 발목이 묶여 있다. 물론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표를 더 얻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집권 세력이 하도 룰을 고쳐가며 윤핵관 대표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윤핵관 후보들의 수도권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주변에선 두 번째 답, 그러니까 1당보다는 원만한 당정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말썽 없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의 배경엔 이준석 학습 효과가 있을 것이다. 1당을 포기할지언정 제2의 이준석은 용납할 수 없다는 윤핵관들의 인식 말이다. 이준석이 쓸데없이 선을 넘었으니 아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요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40%를 넘는 만큼 1당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강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차기 총선이 열리는 2024년 4월 즈음의 정치적 환경을 감안한다면 이런 구상은 나이브하고 허망하기까지 하다. 지금이야 정권 초반이고 야당도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내후년에도 1당이 아니라면 윤석열 정부는 상상할 수 없을 수준과 속도로 국정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윤핵관들끼리 뭉치기는커녕 서로 책임론을 물어 분열하고, 윤석열 책임론까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는다. 윤심(尹心)은 시끄럽고 고단하더라도 정치적 감동을 줘 1당에 도전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윤핵관 월드’를 만들어 안주하겠다는 것인가.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2022-12-28 03:00 
尹과 국민의힘, 이대로는 500일 후 총선 망한다[오늘과 내일/이승헌]성급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직 2022년인데 511일 뒤인 2024년 4월 10일 총선 이야기를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정치의 시간은 빠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윤봉길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게 엊그제 같지만 505일 전의 일이다.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총선은 그 구심력 때문에 달력보다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국민의힘이 14일 전국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무감사는 다음 총선에서 누구를 공천하고 누구를 솎아낼지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다. 차기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중요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성패를 가른다. 현재 국회 의석은 전체 299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69석으로 안정적인 과반이다. 국민의힘은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이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해도 법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면 이재명의 민주당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주자들은 자기가 되어야 다음 총선에서 과반을 점하고 윤석열 정부의 식물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리 중요하다는 차기 총선을 앞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의 현 상태는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수준으로는 다음 총선에서 집권세력은 망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대통령실과 내각의 헐렁함. 참모들과 장관들은 그 나름으로 최선을 다한다 하겠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출범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한심한 상황의 연속이다. 한덕수 총리의 농담 외신 회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실언 릴레이, 대통령실 수석들의 국감 중 ‘웃기고 있네’ 논란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업무 집중도, 직무 윤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열심히 해도 몇 가지 허물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게 공직자들의 숙명이다. 이걸 억울해한다면 아마추어다. 허물을 뒤덮을 무언가를 몇 배로 보여주어야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가 뭔가 하는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몇 명을 빼고는 정권을 성공시키겠다는 절실함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목을 걸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단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대로는 윤 정부를 상징하는 국정 어젠다 하나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 이미 국민들의 평가와 역사적 소명이 끝난 윤핵관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좀비처럼 다시 서성이는 것도 총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자중하겠다던 장제원 의원, 체리따봉 문자 파동 이후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권성동 의원은 기회 될 때마다 ‘나 여기 살아있다’고 외치는 듯하다. 요새는 대통령을 후보 시절 수행하던 이용이라는 초선 의원도 나서 비윤 그룹을 저격하고 있다. 다음 총선 승부처는 서울·수도권이라고들 한다. 현재 서울 49석 중 국민의힘은 8석뿐이다. 1석이라도 더 얻으려면 중도층, 2030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은 수십 년간 선거를 통해 입증됐다. 전당대회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윤핵관의 재등장은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촉발한 진박감별사의 데자뷔다. 국민들은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과 피에서 감동을 받는 걸 모르는가. 차기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다. 집권세력이 500여 일 후 국정 대혼란을 피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몇 명 갈아 치우는 인적 쇄신을 넘어 대통령부터 말단까지 전면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출발은 현 상태로는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2022-11-1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