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승헌]尹 대통령의 ‘정치 페르소나’는 누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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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파동으로 열린 ‘정치의 시간’
비검찰 출신 실세형 정무 참모 찾아 격변에 대비해야

이승헌 부국장
이승헌 부국장
오랜만에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말이다. 누구는 결과에 분노하고, 어떤 사람은 환호했지만 직업상 여의도와 용산을 관찰해 온 필자에겐 한국 정치의 다이내믹스가 여전함을 재확인시켜 줬다.

정치권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는 국회의원을 상대하는 선거’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 훔치는 선거에는 다들 고수라서 결과를 예상하기도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폭발하듯 드러난 민주당 내 반명 세력의 규모에 여야는 물론 대통령실도 깜짝 놀라고 있다.

‘2·27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파동’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 내내 수면하에 있던 정치의 시간이 다시 열리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친명 대 반명 간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마치면 여야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정조준하며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창당, 탈당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이합집산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혹자는 경제 위기에 윤 정부의 3대 개혁을 위한 여력도 없는데 무슨 정치 투쟁이냐고 하겠으나 국정과 정치는 늘 각자의 동력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이는 당선 1주년을 맞는 윤 대통령의 정무 참모 역량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대통령실에서 최선임 수석비서관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지난해 국정 난맥상이 속출하자 뒤늦게 신설한 자리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정무 참모 역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정무라인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엔 정무수석 산하 비서관 두 명을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많은 정부에선 정무수석이 최선임이었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무수석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국회와 대화가 절실하니 주호영 이재오 고흥길 의원을 정무 전담 특임장관으로 잇따라 기용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첫 번째 정무수석으로 유인태를 발탁해 필요하면 자신에게 직언토록 했다.

정무수석은 검찰 수사처럼 당장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몇 달간 의원들을 만나도 법안 하나 통과 못 시킬 수도 있다. 지금처럼 여소야대 상황의 정무수석은 더 처지가 어렵다. 하지만 그럴수록 계속 만나고 대화하고 인내하면서 국정 이슈를 수면하에서 조율해 나가는 게 정무 참모들의 역할이다. 이진복 정무수석만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현 정부 들어 야당 인사들이 정무수석 라인을 통해 대통령의 스킨십을 느꼈다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윤 정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장제원 한동훈 이복현 정도다. 윤 대통령의 페르소나다. 특징은 밀어붙이는 것. 이 사람들을 앞세워 전대를 치르고 사법 이슈에 대응하고 관치라는 말까지 들으며 금융권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파동에서 보듯 정치는 가변성이 심하다. 당장은 민주당이 혼란스러워 보이고 국민의힘은 안정되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혼란을 내부 혁신을 위한 동력으로 연결해 총선을 앞두고 환골탈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건 리걸 마인드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제 윤 대통령의 ‘정치 페르소나’로 불릴 만한 실세형 정무 참모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워낙 지난 1년간 정치라는 밭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윤 대통령과 검찰 출신 측근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
#윤석열 대통령#정치 페르소나#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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