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 대선 싱크탱크 “주한미군, 中저지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1일 0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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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근 정책팀 보고서 “韓주둔 필요”
“미군, 핵무장 北억제 위해 주둔
강력한 동맹으로 亞太평화 유지”
‘재집권땐 미군 철수’ 가능성 선그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2024.05.10.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2024.05.10.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가 9일(현지 시간) “주한미군은 (미국과 중국의) 전면 충돌(general conflict)이 발생하면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는 데 핵심적(crucial)”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주한미군 철수 논쟁이 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후 국정 과제를 제안하는 AFPI는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AFPI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 ‘미국 안보에 대한 미국 우선 접근법(An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에서 “한국, 일본과의 강력한 동맹과 대규모 미군 주둔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왔다”고 분명히 했다.

AFPI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참모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싱크탱크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고위직 후보들에게 국정 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 제언을 담은 342쪽 분량의 책자 집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 고문인 키스 켈로그 전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과 프레드 플레이츠 전 NSC 비서실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핵심 측근들이 대거 참여했다.

AFPI는 중국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한국과 일본,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동맹) 등의 강력한 역내 동맹 구축”을 강조했다. 특히 주한미군에 대해 “3만 명에 가까운 미군은 가공할 만한 한국군과 함께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며 “이 전력은 김정은 정권을 자극해 한반도에 전선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중의 군사 분쟁이 벌어지면 한반도가 휘말릴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과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짚은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엘브리지 콜비가 한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군을 한반도에 인질로 붙잡아 둬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트럼프 싱크탱크로 불리는 AFPI는 차별화된 시각을 내비쳤다.

트럼프 싱크탱크 “방위비 분담금, 동맹들 공정한 몫 내야”

AFPI 보고서 “韓주둔 필요”
“방위비 불평등한 부담 나눔 안돼
트럼프 거친 수사, 北-美 합의 이끌어”
재집권땐 대북정책 기조 전환 예고
미국 싱크탱크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는 9일(현지 시간) 공개한 외교안보정책 제언집에서 주한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위비 분담금 등에 대해 ‘불평등한 부담 나눔(burden sharing)’이라 표현하며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I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래적 외교’ 접근은 이전의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 시사주간 타임지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 요구를 시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부자인 한국을 왜 우리가 방어해 줘야 하느냐”며 “한국이 미국을 제대로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AFPI는 “(주한미군이) 대만 인근에서 중국과 분쟁이 벌어지면 직접 개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시아 전략의 초석(cornerstone)으로 미일동맹을 심화시켜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동맹국에 대한 방치(neglect)”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정책 기조의 전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AFPI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포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미국 우선 외교정책의 본보기”라며 “다소 거친 수사와 제재 등을 활용해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외교에 합의하도록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토(거부)권을 주지 않았다”며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양보하려는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동맹과 협력하면서도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미국 우선주의’의 사례라고 전했다.

최근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비핵화 대신에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막는 데 중점을 둘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FPI 역시 차기 북-미 대화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 AFPI는 중국 대응을 위한 정책으로는 △무역 최혜국 대우 박탈 등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분리) 가속화 △대만 독립 방어 △한반도 포함 서태평양 지역의 미군 주둔 유지·강화 등을 제안했다. 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참여하는 조건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동 전쟁에 대해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무장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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