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승헌]尹이 원하는 건 1당인가, ‘윤핵관 월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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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선에서 1당 실패하면 윤 정부 직격탄
윤핵관 당 넘어서려는 감동 줘야 1당 가능성

이승헌 부국장
이승헌 부국장
집권 세력은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를 절감했을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 과반이나 최소 1당이 되지 못하면 진정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세 종부세 인하를 공언했지만 거대 야당에 막혀 법인세는 누더기 인하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예산안을 처리하기도 전에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대표 선출 룰부터 바꾸려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은 신경이 온통 차기 총선에 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한 가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꼼수라는 비판에도 밀어붙인 당원 100% 선출과 결선투표제로 윤핵관 당 대표가 뽑히면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가. 다음 총선에서 과반이나 최소한 1당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최소 1당은 가능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1당이 되면 좋겠지만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첫 번째 답. 윤핵관 대표 체제로 2024년 4월 총선에서 1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윤핵관도 양심이 있다면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현재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때문에 몇 석이나 잃을지 알 수 없지만, 두 당의 증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국민의힘이 25∼30석 안팎은 더 얻어야 1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지역적으로 국민의힘은 영남당이다. 서울 49석 중 9석, 경기 58석 중에선 7석뿐이다. 윤핵관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서 의석수를 추가해야 1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핵관 후보는 권성동(강원 강릉),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이다. 수도권 민심을 꾸준히 경청하고 그 여론 변화를 따라갔다고 보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로 발목이 묶여 있다.

물론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표를 더 얻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집권 세력이 하도 룰을 고쳐가며 윤핵관 대표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윤핵관 후보들의 수도권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주변에선 두 번째 답, 그러니까 1당보다는 원만한 당정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말썽 없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의 배경엔 이준석 학습 효과가 있을 것이다. 1당을 포기할지언정 제2의 이준석은 용납할 수 없다는 윤핵관들의 인식 말이다.

이준석이 쓸데없이 선을 넘었으니 아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요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40%를 넘는 만큼 1당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강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차기 총선이 열리는 2024년 4월 즈음의 정치적 환경을 감안한다면 이런 구상은 나이브하고 허망하기까지 하다. 지금이야 정권 초반이고 야당도 국정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내후년에도 1당이 아니라면 윤석열 정부는 상상할 수 없을 수준과 속도로 국정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윤핵관들끼리 뭉치기는커녕 서로 책임론을 물어 분열하고, 윤석열 책임론까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는다. 윤심(尹心)은 시끄럽고 고단하더라도 정치적 감동을 줘 1당에 도전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윤핵관 월드’를 만들어 안주하겠다는 것인가.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
#윤석열#1당#윤핵관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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