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7일 오전(현지 시간)부터 전면 차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으로 유럽에서 최소 12개 국가가 러시아산(産) 가스 공급 중단이나 감소 사태를 맞았다.
▽한파 속에 ‘가스 비상’ 걸린 유럽=우크라이나를 거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유럽 각국은 대체 에너지와 수입 루트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불가리아는 직격탄을 맞았다. 불가리아는 이날 동부지역 4곳에서 난방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2만여 명이 온수를 공급받지 못해 추위에 떨고 있으며 철강 조선업체들은 가스 배급제 실시로 조업 단축에 들어갔다. 게오르기 푸르바노프 불가리아 대통령은 붕괴 위험 때문에 운영을 중단했던 핵발전소에 대해 재가동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헝가리 정부도 각 발전소에 대체연료 사용을 지시했으며 슬로바키아는 6일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가스 저장시설을 충분히 갖춘 중·서유럽 국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오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여오던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부족분을 독일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독일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벨라루스를 통해 들여오는 가스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프랑스는 알제리 이집트 등 다른 국가에서 가스 부족분을 충당할 방침이다.
▽가스프롬의 에너지 영향력 노골화=이번 분쟁에 앞서 러시아 최대 가스수출업체인 가스프롬은 올해 우크라이나로 수출하는 가스 가격을 2배 이상 올려놓았다. 이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이를 주도한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측근으로 ‘푸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금융위기 이전 시가총액 세계 3위에 오르기도 했던 가스프롬은 유가 급락으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금이 바닥나 정부에 구제금융 10억 달러를 달라고 손을 벌리기도 했다. 여기에 가스프롬은 지난해 12월부터 유럽 각국으로부터 가격 재협상 압력을 받아왔다.
이런 움직임에 쐐기를 박기 위해 가스프롬은 유럽이 많이 의존하는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전격 차단한 것이다.
푸틴 총리까지 나서 유럽 국가들을 향해 “러시아 가스를 수입할지, 말지 선택하라”며 가스프롬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긴급 중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는 크렘린의 에너지 영향력 확대 의도가 개입하고 있어 가스 공급 중단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