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제2의 월남전' 될까…8개월간 2000명사상

  • 입력 2000년 7월 5일 18시 35분


체첸 내 러시아군에 대한 체첸 저항군의 자살폭탄 공격이 최근 잇달아 발생, 전황이 급박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월남전쟁시 미군처럼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러시아 연방군은 4일 체첸 전역에 무기한 야간통행금지령을 선포하는 한편 통제지역에 접근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서는 무조건 발포하라고 명령했다. 러시아군은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여 체첸 내 수개 도시에서 자살폭탄 공격에 협조한 혐의로 민간인 수십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체첸 저항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는 이날 “72시간 이내에 수감된 체첸 여성과 어린이 450여명을 석방하고 3월에 18세 체첸소녀를 강간, 살해한 러시아군 유리 부다노프 대령을 인도하지 않으면 끔찍한 자살공격을 다시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언론매체는 이날 “체첸반군의 자살폭탄테러는 러시아가 체첸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체첸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살테러〓체첸 저항군은 2일과 3일 아르군 구데르메스 노이베르 우르스마르탄 등 4개 도시에서 폭발물을 실은 트럭을 이용해 5차례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한 러시아군 50명이 숨지고 17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블라디 우두고프 체첸 저항군 대변인은 “이번 공격으로 64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숨졌지만 러시아측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돌진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500명 이상의 자살 특공대가 있다”고 말했다.

▽전황〓지난해 8월 체첸군이 인근 다게스탄공화국을 침공, 이슬람공화국을 세우려 하자 러시아군이 10월 체첸에 진입하면서 2차 체첸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군은 정규군과 국경경비대 등 15만명의 병력과 막강한 화력으로 전면전을 감행해 올해 2월1일 수도 그로즈니를 점령했으며 2월6일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체첸군은 험준한 카프카스 산악지역을 근거로 본격적인 게릴라전을 시작했다. 체첸 저항군은 야간에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하거나 이동하는 소규모 러시아 병력에 매복공격을 감행했다. 2일 오후 그로즈니에서 이동하는 러시아군을 기습, 12명을 사살했다고 체첸측은 주장했다.

▽전망〓1991년 소련 해체 후 그루지야와 아르메니아가 독립하자 체첸도 독립을 선언했다. 러시아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으며 1994년 체첸을 침공, 1차 체첸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군은 체첸군의 끈질긴 게릴라전에 굴복, 2년1개월만에 철수했다. 러시아와 체첸의 대립은 슬라브정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차이까지 겹쳐 그 뿌리가 깊다. 체첸 저항군의 자살테러 공격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국내에서는 체첸전이 월남전처럼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미디어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체첸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으로서도 매달 1억달러의 전비와 자꾸 늘어나는 사상자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미 8개월간 20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으며 체첸군의 자살공격과 게릴라전으로 희생자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체첸전을 주도하면서 얻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집권한 푸틴이기에 ‘체첸 철수’를 결정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로 보인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