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금융안정 과감한 은행정리 덕분』…KDI 보고

  • 입력 1998년 5월 5일 20시 00분


“정부가 살릴 은행과 죽일 은행을 하루라도 빨리 선별해주는 것이 외자를 도입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청와대의 특명을 받고 태국을 방문해 금융 구조조정 과정을 직접 조사하고 돌아온 한국개발연구원(KDI) 함준호(咸駿浩)연구위원 등 조사팀이 3일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간 지 7개월뒤인 올 2월에 이미 전국 15개 은행중 부실이 심한 퍼스트 방콕 시티 뱅크, 시암 시티 뱅크, 방콕 메트로폴리탄 뱅크, 방콕 뱅크 코머스 등 4개 은행을 100% 감자(減資) 방식으로 국유화하고 6월말경 민영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처럼 과감한 금융산업 개편에 힘입어 태국 최대은행인 방콕 뱅크를 비롯해 타이 파머스 뱅크 등 나머지 은행들은 대부분 외자를 도입해 증자하는데 성공, 금융시스템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

태국 정부는 바트화 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한 작년 6월에 91개 파이낸스 컴퍼니(우리나라의 종금사에 해당)중 16개 파이낸스 컴퍼니를, 다시 8월에 42개 파이낸스 컴퍼니를 영업정지시켰지만 폐쇄까지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등장한 추안 리크파이 총리는 영업정지중인 파이낸스 컴퍼니중 2개를 제외한 56개를 작년 12월 폐쇄했다.

은행 구조조정도 이런 식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여 진행시킨 것.

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관치금융이 거의 없었고 은행의 책임경영체제가 정착돼 있었다. 따라서 부실의 책임이 주로 정부가 아니라 은행에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일반적으로 대형은행이 중소형은행보다 부실이 훨씬 적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또 태국의 FRA와 AMC는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구조조정대책단이나 성업공사와는 차이가 있다. FRA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일종의 특별법인으로 정부에 의해 폐쇄가 결정된 금융기관의 자산에 대해 경매 등의 방법으로 청산절차를 진행하는 곳이며 AMC는 청산과정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고 남는 부실채권을 최후로 사들이는 곳이다.

〈송평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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