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산」,김정섭씨 일가 「마나슬루의 희생」담아

  • 입력 1997년 5월 12일 07시 51분


72년 4월10일 히말라야 마나슬루(8,163m). 대형 참사의 비보가 국내에 날아들었다. 눈사태로 한국등반대 15명 몰사. 37년 낭가 파르바트(8,125m) 등반 도중 독일 등반대원 16명이 사망한 이래 히말라야 등반 사상 두번째 규모의 대형 참사였다. 등반대장 김정섭씨는 호섭 예섭 두 아우를 이끌고 갔다가 호섭씨를 잃었다. 김씨는 이미 1년 전 마나슬루에 첫 도전했을 때도 둘째 동생 기섭씨를 돌풍에 날려 보냈었다. 기섭씨는 한국인 최초의 히말라야 등반 희생자. 5형제 중 두 명이 산에서 죽었다. 그러나 김씨는 74년 세번째 도전에 나섰다. 결과는 악천후로 인한 6천8백m 지점에서의 후퇴. 마나슬루는 김씨에게는 끝내 「비운의 산」이었다. 이들은 왜 산으로 갔는가. 무엇을 위해 돌풍과 눈보라 속에 스스로의 목숨을 묻었는가. 도대체 산이 무엇이기에. MBC는 12일부터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55분에 방영하는 새 드라마 「산」(연출 정운현)에서 산사나이들의 집념과 애환을 그린다. 「산」은 70년 추렌히말(7,371m)을 처녀등정, 국내 산악사에 본격 해외원정 시대를 열었던 김정섭씨 일가의 실화에서 줄거리를 따왔다. 아버지와 삼촌을 산에서 잃은 주인공 성규(감우성)의 도전을 그린 내용. 2대에 걸친 도전속에 실제의 여러 사건을 축약한 「드라마로 보는 한국등반사」이기도 하다. 천호진 김상중 최종환 등 연기자들이 고난도의 등반 장면을 대역없이 해냈다. 총 20부 예정으로 한 회에 1억6천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2년여 동안 히말라야 알프스 등지에서 촬영했다. 연기자들이 수천m 고봉 속에 고립되기도 하고 고소증세로 인한 기억상실에 걸리는가 하면 히말라야 야생소 야크에 받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등 위험을 겪었다. 제작진이 「산」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미 「K2」「클리프 행어」 등 할리우드 전문 산악영화의 고난도 스릴을 맛본 관객들에게 시각효과만으로는 큰 만족을 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산」은 이들 영화가 갖지 못한 호흡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긴 「메아리」를 안겨준다. 제작진은 『산과의 대결을 통해 삶에 대한 투지와 자기완성, 자기확인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산」은 도전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유혹하고 절망케하는 존재가 아닐까.더러 성공의 환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산은 우리에게 인생을 가르치는 스승일 수 있겠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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