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로 꼽히는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에 연이은 기업 신용등급 강등,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단기 자금조달 시장과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들어 이날까지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1조1621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상환한 금액(4조436억 원)이 발행금액(2조8815억 원)보다 1조1621억 원 많았다. 3월부터 순발행 기조를 이어오던 회사채 시장은 지난달 순상환(순발행 ―3326억 원)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회사채의 신규 및 차환 발행이 위축되면서 기업 자금조달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회사채 투자를 꺼리면서 우량 회사채도 발행 미달이 잇따르고 있다”며 “실적부진으로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채권가격도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길이 막히자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창구를 다시 찾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대출잔액은 8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달 2000억 원이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 기업을 겨냥해 은행의 대출영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대는 기업도 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22일 사상 처음으로 200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CP 시장은 지난달 발행보다 상환금액이 더 많았지만 이달 들어 27일 현재 순발행 기조(1031억 원)를 보이고 있다. 서규영 금융감독원 부국장은 “보통 만기 3년인 회사채를 통해 장기적인 자금조달이 안 되니까 만기가 3개월에서 1년 이하로 짧은 CP에 의존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등 기업들의 실적 쇼크가 계속되는 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어 회사채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럴 경우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도 자금조달이 힘들어져 부실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채권전략팀장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뒤에야 회사채 투자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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