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울산-여수 2곳에 밀집된 대형 정유공장들 “대지진땐 대재앙… 대비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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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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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걸쳐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체도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리적 요건과 높은 지진 위험 때문에 정유공장들이 주로 소규모로 건설되지만 국내 정유공장들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대규모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면 그 피해는 일본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진 발생 당일인 11일 도쿄 인근 지바 현 이치하라(市原) 시에 있는 일본 4위 정유업체 코스모의 공장에서는 지진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 30m에 이르는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는 장면이 TV 화면을 통해 전달되면서 정유공장의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 전체의 정유공장은 30개이며 이 공장들에서 정제하는 원유량은 하루 600만 배럴이다. 공장 1개에서 평균 20만 배럴을 생산하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4개 정유회사가 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공장인 SK에너지 울산 공장의 하루 원유 정제량은 84만 배럴로, 일본 공장보다 평균 4배 이상 큰 규모다. 2위인 GS칼텍스의 여수 공장은 76만 배럴, 에쓰오일 울산 공장은 58만 배럴을 정제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정유회사들은 큰 규모의 공장을 갖추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규모 시설임에도 지진에 대한 대비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단일 공장 규모로는 GS칼텍스 공장이 세계 4번째, SK 울산공장이 세계 2번째 규모인 것으로 안다”며 “만약 국내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대재앙”이라고 말했다.

정유업체들은 “국내에서는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내진 설계를 한 것만 해도 지진 대비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진 대비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는 일본에서도 지진 피해가 큰 만큼 우리 정유공장에서도 지진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은 물론 구체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 GS칼텍스를 비롯한 각 회사들은 지진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지진에 대비한 구체적 훈련은 사실상 화재훈련에 포함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일본 대지진으로 업계에서도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진을 대비한 별도의 훈련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과잉 대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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