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 휘청, 한국기업도 끙끙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총투자액 147억달러 베트남 최대 투자국

고물가-고임금-고금리에 파업까지 빈발

베트남에서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 T사. 이 회사 현지 사무직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3만 달러(약 3090만 원)로 국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다. 값싼 인건비를 노리고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최근 물가가 치솟으면서 인건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또 전자부품에 들어가는 원자재 값이 30%가량 올랐고, 서울∼부산 왕복거리인 베트남 호찌민에서 하노이까지 제품을 실어 나르는 데 사흘이나 걸려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베트남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이 나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다. 올해 4월 현재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147억1000만 달러(1903건)에 이른다.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사업 환경 악화로 중국과 가까운 베트남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호찌민 내 한국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올해 초 임금을 지난해보다 평균 20∼30% 올렸지만 10곳 중 4곳은 추가로 임금 인상 요구를 받고 있다.

파업도 빈발하고 있다. 10곳 중 3곳이 파업을 경험했으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파업기간에도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불했다.

물류비와 임차료 인상도 애로요인으로 꼽혔다. 베트남 홍엔성 포노이 공단의 m²당 임차료는 지난해 27달러에서 올해 47달러로 뛰었고, 같은 기간 시내 트럭 운임도 약 50% 올랐다.

베트남 정부가 인플레와 무역적자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서 대출금리가 연 18∼20%로 올라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1일 △투자비용 급등과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라 △구인난 및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라 △늘어나는 파업에 대처하라 △공단 용지 확보에 유념하라 등의 내용을 담은 ‘베트남 투자 유의사항 10계명’을 발표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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