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금 채권으로 이동 조짐… 채권 품귀현상

  • 입력 2004년 8월 1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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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이후 은행권에 예치된 시중자금의 일부가 채권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시중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금융상품을 떠다니는 ‘단기 부동화’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은행권 자금 이탈 늘어날듯=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 제일 조흥 우리은행이 13일부터 정기예금 및 수시입출금식 단기 금융상품의 금리를 내린 데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번주 중 금리인하를 발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은행권 자금이탈을 걱정하면서도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축소를 우려해 예금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

은행권 자금이탈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4%대에서 3%대로 떨어진 3월 이후 은행신탁부문이 위축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번 콜금리 인하조치 이후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당분간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12일 콜금리 인하 이후 채권금리(3년만기 국고채 기준)는 연 3%대로 떨어지면서(채권값은 강세) 이틀 연속 사상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 품귀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 사상 최대=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투자신탁사 종합금융사에 예치된 6개월 미만 단기자금은 작년 말에 비해 7조원 이상 증가한 388조8000억원으로 사상최고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금리인하 이후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일단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증시가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고유가와 이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중자금의 증시유입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투신권 자금은 언제든지 투자처를 바꿀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일 뿐이다. 해외시장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국내 금리만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중자금의 해외유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투자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중자금의 단기운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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