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보 법인세 5000억 ‘발등의 불’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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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을 끌어온 생명보험회사의 상장(上場) 방안 마련이 다시 무산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삼성 및 교보생명에 대해 올 연말로 다가온 재평가차익에 대한 법인세 면제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삼성차 부채 보전용’으로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삼성생명 주식의 현금화가 힘들어짐에 따라 삼성을 상대로 한 법적 조치에 착수하는 등 생보사 상장안 무산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올 8월 말까지 상장 방안 마련을 자신했던 금융감독위원회는 아예 권고안 자체를 내놓지 못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과 조율 기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생보사 상장 논의 출발에서 무산까지=윤용로(尹庸老)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17일 “생보사가 법률상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장 이익 배분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생보사들이 상장 추진 의사가 없어 정부 의견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동민(羅東敏) 상장자문위원장은 “교보와 삼성생명이 각각 89년과 90년에 자산재평가 실시 후 내부 유보해 놓은 662억원과 887억원이 계약자 몫임을 인정하면서도 배분 규모와 방식에 이견을 드러냄으로써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계약자를 대변했던 참여연대측은 삼성생명에 대해 90년 당시 내부 유보금이 자본금의 30%를 차지했던 만큼 상장 때 주식의 최소 15%를 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 생보사는 수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부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생보사 상장 문제는 87년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0년에 삼성 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채 보전용으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내놓으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2000년에 이어 다시 상장 방안 마련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상장안 무산에 따른 후유증 클 듯=재정경제부는 이날 금감위 발표 직후 생보업계에 대해 법인세 납부연장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삼성과 교보생명은 각각 연말까지 3030억원과 2140억원의 법인세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현금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측은 “상장안 마련이 안돼 상장을 못한 것이기 때문에 법인세 납부 유예를 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적인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차 채권단은 다음 주 중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삼성을 상대로 손실보전 청구를 위한 법적조치에 나서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또 상장 방안이 무산되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주식 매각작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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