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경제챙기기]부처간 이견조율 나설듯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57분


김대중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앞으로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라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관련 부처 장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해 최선을 다하라는 독려의 뜻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 발언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우선 현충일 추념사에서 경제 문제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김대통령은 최근에 와서 경제부처 장관들을 강도 높게 질타해왔다.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불편한 심기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IMF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경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경제가 나빠지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나라를 지켜온 영령들을 찾은 자리에서 경제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바로 이같은 사실에 입각해 경제를 국가 보위 차원에서 챙기겠다는 강렬한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IMF초기에 대통령 직속으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만들어 경제를 직접 통괄한 바 있다. 은행장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해 보고받은 적도 있다. 재벌총수들과 직접 면담해 빅딜과 부채비율조정을 독려하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 경제대통령을 자처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IMF를 어느 정도 극복한 1998년 중반부터는 경제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었다. 경제 각료들에게 대부분을 위임했다. 상황적으로도 총선과 남북문제를 비롯한 다른 현안이 많이 터져 직접 챙길 여유가 없었다.

측근들에 따르면 최근에 와서 경제위기론이 제기되면서 다시 직접 챙기겠다는 쪽으로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장관회의에서 경상수지 등 개별 사안까지 일일이 체크한 것 등이 그 예이다.

주요한 경제 통계는 일일이 챙기면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IMF상황에서와 같이 경제현안을 모두 직접 꾸려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그리고 금융감독위원회 등 내각에 힘을 실어주되 대통령 주재의 회의를 자주 열어 부처간 이견을 미리 조정하고 경제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통령자문위원회(NEC)와 같은 상설 자문 조직을 만든다는 설도 있다. 대통령의 경제지휘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만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리는 장기전략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식정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워 경쟁력을 높이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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