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식량지원 받는다…농산물수입 현찰거래외엔 전면중단

  • 입력 1997년 12월 10일 21시 54분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식량지원을 받는 처지로 되돌아가게 됐다. 이는 미국 등 외국의 식량 수출업체들이 달러가 부족한 한국에는 현찰을 받아야만 농산물을 선적키로 최근에 결정, 이달 들어 밀 옥수수 등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현찰 거래 외엔 전면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수출금 상환 지원용인 미국 농무부 일반판매관리(GSM) 차관으로 식량을 들여오기로 합의, 사실상 미국의 식량지원을 받기로 한 것.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달러부족사태는 풀리지않고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역시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환율마저 폭등세(원화 폭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GSM차관으로 미국산 식량을 들여오면 그만큼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쌀을 포함한 대미(對美) 식량 의존도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10일 재정경제원과 농림부에 따르면 이달들어 농산물 분야에서도 수입신용장이 개설되지 않아 미국 등 외국 수출업체들은 현찰을 받지 않고는 농산물을 선적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가 사료용을 포함해 지난해 26.7%에 불과한데다 사료용을 제외해도 53.6% 수준에 그쳐 당장 식량부족사태가 올 것으로 판단,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 결국 정부는 미국 GSM차관을 들여와 미국 농산물신용공사(CCC)의 보증으로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키로 한 것이다. 차관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1백20억달러 어치의 농수축산물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3%인 40억달러 어치를 미국으로부터 수입, 제3위의 대미 식량수입국이다. 미국은 54∼81년 농업무역개발 및 원조법 타이틀Ⅰ(PL480)로 한국에 16억달러어치의 식량을 지원해왔다. 그 뒤 미국은 한국의 수출시장을 관리하기 위해 농무부 특별 차관을 제공한 적이 있으며 지원액은 △90년엔 전체 공여액의 12%인 5억5천2백만달러 △91년 5억달러 △92년 4억8천8백만달러였다. 우리 정부는 올들어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쇠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의 수입선을 다른 나라로 점차 다변화해왔지만 이번 미국의 농산물 지원으로 대미 수입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대한 쌀수출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쌀시장의 미국산 점유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쌀 자급률은 △90년 108.3% △93년 96.8% △94년 87.8% △95년 93.6% △96년 89.5% 등으로 다른 양곡에 비해 비교적 높지만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아 시장을 많이 잠식당할 것으로 걱정된다. 〈임규진·백우진·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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